최광식, 검찰수사에 정면대응 선언
- 거물 브로커, 최광식
최광식 경찰청 차장이 검찰의 ‘거물 브로커’ 윤상림씨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자신 등 경찰 고위층의 ‘돈거래 및 청부수사’ 의혹 등과 관련, 검찰수사 등에 정면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최 차장은 23일 오후 윤씨 사건과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과 경찰의 명예를 실추한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윈회 제소와 형사고소ㆍ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차장이 “경찰청장 직무대리 최광식 입장이 아니고 경찰관 최광식의 입장이기 때문에 사복을 입고 나왔다”며 개인 자격임을 전제했으나 그의 이 같은 발언은 경찰이 검찰수사에 대해 정면대응을 선언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어 검찰의 향후대응 등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최 차장의 이날 ‘대(對)검찰 강공 선언’은 개인의 명예훼복 차원을 넘어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 등에서 ‘더 밀리지 않겠다’는 경찰 수뇌부의 강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각종 현안을 둘러싼 검ㆍ경 간 힘겨루기 양상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 차장은 회견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언제라도 검찰에 출석할 것이며 검찰은 조속히 나를 직접 조사하라”며 “지금까지 윤씨 수사에서 나타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행태들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검찰수사와 일부 언론보도 내용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최 차장은 법적 대응의 대상으로 검찰은 물론 이 날짜 신문에 자신과 윤씨 간 수천만원 돈거래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2곳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최 차장은 이날 오전 예정된 정례 간부회의도 취소하고 외부와 접촉을 일체 끊은 채 향후 거취와 대응 수위를 놓고 숙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윤씨와 친구 박모 사장은 결코 아는 사이가 아니며 박 사장과 나와의 수천만원 돈거래는 대출금 5천만원의 상환 절차를 대신 해달라고 단순히 부탁하며 작년 2월 박 사장에게 강희도 경위를 시켜 돈을 보낸 것 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여러 의혹에 있어 양심에 비춰 한 점 부끄러움 없지만 조직에 누를 끼치는 것 같아 몇 번씩이나 사퇴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 차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지만 검찰의 수사나 내사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사퇴할 수 없다는 공무원 인사 규정상 사표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으로 사퇴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차장은 “의혹에 대해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퇴하는 것은 오히려 온갖 억측만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경찰청장 직무대리 신분이기 때문에 저의 사퇴로 혼란과 동요가 있을 수 있고 ‘경찰 흠집내기’에 이용당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온갖 수모를 참아왔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사의 번복과 관련, 일각에서는 최 차장이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검찰수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또 다른 일각에선 최 차장이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경찰 조직을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브로커 윤씨 사건과 관련해 내사 중인 최 경찰청 차장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검찰은 지금까지 법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06.01.23 15:35 56' / 수정 : 2006.01.23 17:27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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