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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암 사건에 대한 과거사위의 결정을 규탄한다.

이영민(자유언론수호국민포럼 간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는 지난 9월 27일 지난 59년 국가보안법위반과 간첩죄로 사형을 당한 진보당 曺奉岩(조봉암) 사건을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국가가 이에 대해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피해구제와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과거사위가 지난 2006년 7월 4일 조봉암의 장녀 조호정씨로부터 이 사건이 “이승만 정권에 의해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것”이라는 주장의 진실규명신청을 접수한 뒤 1년여의 조사를 벌인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과거사위는 이 사건에 대해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조봉암 선생이 1956년 대선에서 2백만표 이상을 얻어 李承晩(이승만) 정권에 위협적인 정치인으로 부상하자 총선에서 진보당의 민의원 진출을 막고 선생을 제거하려는 정권의 의도가 작용해 처형한 인권유린”으로 규정하고 그 근거로 “1년여의 조사를 통해 군인, 군속의 범죄만을 수사할 수 있는 육군 특무대가 한 달 동안 민간인이었던 梁利涉(양이섭, 일명 梁明山양명산)씨를 불법감금해 ‘조봉암에게 북한의 공작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사실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과거사위는 조봉암이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다 일제경찰에 체포되어 복역한 사실이 있음에도 이 사건으로 인한 사형판결로 인해 독립운동 사실을 인정받지 못해 독립유공자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 측에 그를 독립운동자로 인정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
조봉암의 장녀 조호정씨는 “이번 결정을 근거로 당시 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결국 그동안 좌익정권 출범이후 공식화된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또는 간첩죄 복역자들의 재심청구→ 무죄판결→손해배상청구소송→국가배상금 수령의 수순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순서대로의 공식이 예고된 이번 과거사위의 조봉암 사건 결정은 과연 옳은 것인가?

그런데 이에 대한 시비를 가리기 전에 재독유학생 출신인 오길남 박사의 이와 관련된 증언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85년 당시 서독에서 유학하고 있던 오 박사는 재독 친북음악가인 윤이상의 꾐에 빠져 부인과 두 딸 등 가족을 데리고 동반입북했다가 북의 체제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해 홀로 탈출하여 돌아왔는데 그가 쓴 수기 ‘김일성 주석, 내 아내와 딸을 돌려주오’에 보면 (P121) 그가 북괴에 들어간 직후 평양의 남조선 혁명박물관을 관람한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서 조봉암이 김일성에게 보낸 편지가 유리관 속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오 박사의 이같은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 조봉암 사건에 대해서 북괴와 과거사위 둘 중 하나는 거짓을 조작하고 있는 것이 된다.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일까.

우선 과거사위는 당시 조봉암에게 북괴의 공작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간첩 양명산이 민간인 신분이었음에도 군수사기관인 육군특무대가 그를 불법적으로 장기구금한 것을 문제삼았다. 과거사위는 ‘진보당 조봉암 사건 결정요지’에서 이 부분에 대해 육군 특무대가 1958년 2월 8일 양명산을 연행하여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외부와의 연락을 두절한 채 여관에다 불법감금한 채 조사를 벌이다가 2월 25일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고도 이를 집행하지 않고 여관에서 조사를 계속 진행하다가 3월 8일에야 절차를 밟아 그를 제10헌병중대에 구속한 것에 대해 이를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민간인 신분인 양명산과 조봉암을 특무대 수사관이 수사권도 없이 수사한 것에 대해서도 형법 123조의 타인의 권리행사방해죄(현행 직권남용죄)로 규정하여 이 두 가지 위법사실에 대해 모두 형사소송법 제420조 7호, 제422조에 의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당시 양명산은 HID(대북첩보부대)소속 공작원으로서 대북교역과 첩보활동에 종사하다가 오히려 북괴에 포섭돼 이중간첩노릇을 하고 있던 자였다. 그가 체포된 것은 57년 12월 같은 첩보부대원으로부터 나온 “양명산이 북괴 간첩과 함께 대남공작 지령을 받고 13차에 걸쳐서 적지에 왕래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공작금을 수령하고 다수인과 접촉하고 조봉암과 접선을 꾀하고 있다”는 첩보보고에 기인한 것이었다.

과거사위는 특무대 및 검찰의 신문조서에서 양명산의 직업을 군인이나 군속이 아닌 ‘무직’으로 기록한 것을 근거로 삼아 그를 민간인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당시 국가전략상 HID(대북첩보부대)의 존재가 국가기밀이었으므로 당연히 첩보부대원인 그의 신분을 외부에 노출할 수 없는 관계로 그렇게 한 것일 뿐, 사건의 성격상 군사업무종사자인 그를 군 특무대에서 수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같은 첩보부대 내에서 적발된 군 공작원의 2중 간첩사건을 내용을 잘 모르는 검찰이나 경찰에 떠넘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양명산의 법정진술에 따르면 58년 1월 하순께 경찰이 그를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출두하지 않고 있다가 2월 8일 육군 특무대에서 자신을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일단 HID에 이 사실을 알린 후 친구 張盛八(장성팔)과 함께 자진출두하였더니 특무대에서는 간단한 질문 몇 가지만을 한 후 조봉암에게 돈을 대준 사실이 있는지를 질문하여 “2천만환 가량 대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그 날 저녁에 특무대의 특무처장과 수사관이 양명산을 又來屋(우래옥)이라는 식당으로 데리고 가 불고기, 국수 등을 같이 먹고 목욕도 하고 다방에도 간 후 밤부터 태평양여관에 연금되어 한 달을 있으면서 조봉암에 대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해줄 것을 강요당했다고 한다.

양명산은 이 과정에서 수사관들로부터 협박은 받았으나 고문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결국 수사관들이 2월 25일 구속영장을 발부받고도 그를 즉시 수감하지 않고 3월 8일까지 계속 여관에 머무르게 한 것은 그에 대한 대우를 최상으로 하여 그로부터 좀 더 나은 진술을 받아내기 위한 회유책으로 풀이된다. 즉 특무대는 양명산을 다루기 위해 채찍보다는 당근을 택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봉암은 재판과정 내내 “양명산이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한 것”으로 주장하며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재판도중 교도소에서 간수를 매수하여 “결사적으로 부인하라”는 비밀통신문(이른바 ‘비둘기’)을 양명산에게 전달하려다가 발각되었고 이것이 대법원 판결문에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채택되기도 했다.

과거사위는 군 특무대가 민간인 조봉암을 수사하였다고 주장하나 조봉암은 특무대에 연행된 일도, 구속기소되기 전까지 직접 특무대의 조사를 받은 일도 없다. 조봉암은 양명산 사건과는 별도로 57년 10월부터 남파간첩 朴正鎬(박정호)사건을 수사중이던 서울시경에 의해 이에 연루된 혐의로 58년 1월 13일 다른 진보당 간부들과 함께 구속되었던 것이다.

당시 이 사건에 관여하였던 趙寅九(조인구) 검사의 증언에 따르면 처음 진보당 사건을 착수할 때 검찰이나 경찰은 양명산의 존재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검찰이 그를 회유했다는 것은 거짓이며 전혀 그럴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은 군에서 양명산을 구속수사중 진보당과의 관련성이 드러나자 진보당사건을 자기네로 넘겨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계엄령하도 아닌 때라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梁을 군에서 이첩받아 검찰에서 계속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과거사위는 군 특무대가 자신들이 수사한 사건을 군검찰에 넘기지 않고 검찰에 넘긴 것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고 주장하나 이런 내막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 불가피한 사정이었던 것이다.

조봉암이 특무대에 가서 직접 조사를 받은 것은 구속수감후 아직 특무대에 남아있던 양명산과의 대질심문을 위해 교도소에서 딱 한 차례 불려간 일이 있을 뿐이었다.
이런 사정으로 양명산은 조봉암 사건 1심재판에서 진보당 관계자의 심리가 모두 종결된 후인 5월16일에야 이 사건 법정에 나왔으며 느닷없는 그의 출현에 다른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모두 긴장하였다고 한다.
또 이보다 앞선 박정호 간첩사건 수사도중 또 다른 북괴의 간첩 趙在福(조재복)으로부터 그가 북한 노동당 정보위원회 부위원장 朴日英(박일영)으로부터 조봉암과 연락이 닿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자백을 받아냈는데 이는 양명산의 자백과 정확히 일치했다. 조재복은 경성제대 법학부 출신으로 북에서 김일성의 副相(부상)급 보좌관을 역임한 거물이었다.

당시 수사기록에 따르면 박일영은 양명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애초 북한에선 조봉암을 나쁘게 생각해왔으나 朴憲永(박헌영)을 심문하게 되었을때 朴 스스로 조봉암을 공산당에서 내쫓은 것이 과오였음을 시인했다. 현재 북에선 曺에 대해 호의를 가지고 있다. 평화통일이란 공동목표아래에서 합작하기를 원한다. 남에 가거든 竹山(죽산, 조봉암의 아호)를 만나 나 박일영에 대한 것을 죽산에게 소개하라. 또 5. 15 정부통령선거에 죽산이 출마하면 북에서 재정적으로 후원하겠다는 뜻도 전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정호는 북한에서 조선공산당 북조선 5도 분국 경리부장을 지내다가 53년 12월 위장귀순한 뒤 3년여를 별 뚜렷한 활동없이 목재상을 하면서 은둔하다가 공작금을 혁신세력규합 등 공작활동에사용하다가 북에서 가져온 3만불을 암달러상에게 바꾸다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미행 감시하던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그는 김일성으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고 남파되었으며 위장귀순당시 이를 철저히 숨기기 위해 호송원 2명을 사살하기까지 했다. 그는 경찰의 미행과정에서 조봉암의 집에 출입하는 것이 확인됐으며 죽산 집의 방명록에 친필 서명이 남아 있었다.

그 밖에도 조총련 간첩인 鄭禹甲(정우갑)이 죽산과 신흥사에서 몇 차례 만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경찰은 이러한 사실들과 함께 당시 진보당과 북괴 노동당의 주장이 합치되는 점을 매우 주의깊게 지켜봤다고 한다.
1956년 2월 소련공산당 20차대회에서 당서기장 호루시초프에 의해 공산당의 기본전략이 평화공존론으로 채택되면서 북괴 노동당도 평화적 남북 통일전술을 내세웠는데 당시 그들의 3대노선은 ①만국노동자는 단결하라 ② 착취없는 경제정책 ③ 평화통일로서 진보당의 ①피해대중은 단결하라. ②수탈없는 경제정책. ③ 평화통일과 매우 유사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조봉암은 진보당기관지 ‘중앙정치’ 57년 10월호에 문제의 논문 ‘평화통일에의 길’을 발표하여 논란의 핵심이 된다. 그런데 그 시점은 조봉암이 양명산을 통해 김일성이 보낸 공작금 2만5천불을 수수한 직후였다. 조봉암은 이 글이 실린 ‘중앙정치’10월호와 진보당 지방조직 명단을 양명산에게 넘겨주었고 梁은 이를 받아 월북하여 북괴 당국에 전달하였다. 당시 6. 25직후이고 이승만 정권이 북진통일을 내세우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죽산이 주장한 유엔감시하의 남북동시 총선거란 일반국민들로서는 매우 큰 충격이었다.

재판과정에서 진보당 사건의 핵심은 크게 보아 평화통일론이 국시에 위반되는지와 조봉암과 양명산이 북괴와 연결되어 간첩활동을 했는지 두 가지로 압축되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평화통일론과 관련하여 함께 구속된 진보당 간부들에 대해 전원 무죄판결을 내림으로써 진보당의 국가변란목적 결성부분 혐의는 벗겨지게 되었으나 조봉암과 양명산두 사람에게만 북괴 간첩과 접선한 혐의를 인정하여 사형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것이었다.

과거사위는 또 이승만 정권이 1958년 5.2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진보당에 대한 탄압으로 이 사건을 일으켜 결국 1958년 2월 28일 당의 등록을 취소하여 진보당이 그 해 총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게 했다고 결론짓고 있으나 당시 수사기록에 따르면 58년 1월초 조봉암은 총선을 앞두고 양명산에게 진보당 공천 국회의원 후보자 명단과 자금요청을 한 상태에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중 경찰에 체포된 것이었다.

2중간첩이었던 양명산은 1심에서는 자포자기하듯이 순순히 혐의사실을 시인했다가 의외로 曺․ 梁 두사람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되는 등 가벼운 형이 선고되자 2심에서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여 모든 혐의사실을 부인하기에 이르렀다. 조봉암의 변호를 담당했던 辛泰嶽(신태악)변호사는 “죄없는 진보당원에 대해 검사 판사는 이를 그릇되게 재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뒤 조선시대의 갑자사화를 들어 “연산군의 모친을 죽인 자들이 3년후 연산군에게 죽임을 당했다. 검사나 판사가 만일 그릇된 판단을 한다면 진보당이 득세했을 때 보복을 당할것”이라고 발언, 사실상 재판부와 검찰에 공공연한 협박을 하였다가 결국 물의를 일으켜 변호인직을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진보당 사건이 터질 무렵인 1957년~58년까지의 1년여 동안에 서울시경에서만 127건의 간첩이 적발될 정도로 북괴는 대량으로 간첩을 남파하고 있었다. 당시 조인구 검사는 다음과 같은 7개 항목의 증언으로 이 사건을 완전한 간첩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1.양명산 피고인이 열 두 차례나 월북한 사실은 38선까지 그를 전송했던 엄숙진씨의 증언으로 충분하다. 2. 공작금 2만7천달러는 달러상 이정자씨가 바꾸어 준 사실이 확인되었다. 梁 피고인은 이 달러의 출처를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 3. 조봉암 피고인이 양 피고인으로부터 2천만환을 수수한 사실은 조 피고인 자신도 시인했다. 4. 진보당의 정강정책 및 중앙위원 명단이 조 피고인에 의해 양 피고인에 전달된 사실은 법정에서 두 피고인이 모두 인정했다. 5. 형무소 안에서 任信煥(임신환)간수부장이 조 피고인에게서 받은 쪽지가 증거품으로 압수되었다. 6. 판사의 증거보전과 梁 피고인 임의진술의 녹음테이프가 있다. 7. 개성산 백삼의 전달도 시인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또 과거사위가 조봉암이 이승만 정권에 위협적인 정치인으로 부상하자 그를 제거하기 위한 정권의 의도가 작용해서 그의 처형이 이루어졌다고 규정한 것은 그야말로 막연한 추측일뿐 아무런 근거가 없다. 무엇보다도 조봉암이 진보당을 창당한 것 자체가 기존의 정치판에서 그가 소외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사위가 발표한 ‘진보당 조봉암 사건 결정요지’중 ‘Ⅱ조사결과 1. 사건의 배경’에 보면 “…1955. 3. 11. 범야신당을 추진하던 야당 18인위원회도 자유민주파와 민주대동파가 분열되었고, 4월 이후 신당은 ‘순수한’ 반공세력의 집결을 강조하는 자유민주파 중심으로 추진되어 민주당이 탄생하였다. 이 과정에서 ‘진보적 신당’이 조직될 수 있는 조건도 만들어졌다. 1956년의 정부통령 선거는 진보적 신당 결성 추진의 강력한 지렛대로 작용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다분히 편파적이고 아전인수격인 주장일 뿐이다. 당시 6.25를 겪은 지 불과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른바 ‘진보정당’의 결성을 추진한다는 것이야말로 일반국민들에게는 심히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시 조봉암은 이승만과 자유당의 3선집권을 저지할 새로운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출범에 자신도 동참하기를 적극적으로 희망하였으나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그의 과거 좌익경력을 꺼림칙하게 여겨 그의 참여의사를 만장일치로 거부하였던 것이다. 조봉암은 徐相日(서상일)을 시켜 민주당 최고위원 趙炳玉(조병옥)에게 그의 동참의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였다. 1950년 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성북에서 출마하였으나 조소앙에게 대패함으로써 국회진출에 실패하고 마땅히 갈 지역구가 없었던 조병옥은 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상일의 도움으로 대구을 선거구에서 당선되어 비로소 국회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당시 선거법위반으로 공민권이 제한되어 있어 출마할 수 없었던 서상일은 자신의 지역구를 조병옥에게 양보하고 그의 당선을 적극적으로 도와준 인연으로 인하여 조병옥은 이런 그의 제안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나 申翼熙(신익희), 白南薰(백남훈), 金度演(김도연), 金俊淵(김준연) 등 민주당 지도부의 조봉암에 대한 만장일치의 거부의사를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서상일에게 조봉암에 대한 입당불가 결정을 통보하였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상일은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석상에서 과거의 한민당 구파동지였던 김준연과 심한 언쟁을 하고 조병옥의 사무실에서는 서로 간에 멱살잡이까지 하면서 욕설을 주고받는 등 험한 꼴까지 보였지만 끝내 조봉암은 보수정당인 민주당에 입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조봉암은 민주당 입당을 포기하고 1955년 2월 22일 주요일간신문에 성명을 발표, “공산당의 독재는 물론 관권을 바탕으로 한 독점 자본주의적 부패분자의 독재도 어디까지나 반대한다”면서 일부 민주당 인사들을 비판하고 과거 민주당의 전신인 한민당의 미군정시절 사실상 여당으로서의 실정까지 강력히 비판함으로써 그와 민주당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던 것이다.

그 후 조봉암은 서상일, 朴己出(박기출), 尹吉重(윤길중) 등과 함께 독자적인 진보정당결성을 추진하여 마침내 1955년 12월 진보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였으나 애당초 출범당시 조봉암이 서상일을 대통령후보로 밀겠다는 약속을 깨고 56년 3월31일 진보당의 전국추진위원대표자회의에서 투표를 통해 자신이 직접 대통령후보로 나섬으로써 서상일과도 갈라지게 되었다. 조봉암은 이 때 서상일을 부통령후보로 밀었으나 이미 심기가 상한 서상일은 조봉암을 가리켜 “대통령병 환자”라고 비판하며 이를 고사하였고 그 대안으로 의외의 인물인 일본 구주의대를 졸업한 외과의사 박기출이 선출되었다. 서상일은 결국 진보당을 뛰쳐나가 또 다른 혁신정당인 민혁당을 창당하고 당수에 취임하게 된다.

그러나 3선을 노리는 강력한 자유당 대통령후보 이승만에 맞서 야당후보를 단일화하라는 국민적 여론에 밀려 민주당과 진보당은 후보단일화 협상을 추진하게 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조봉암은 자신이 민주당 대통령후보 신익희에게 양보하는 대신 부통령후보는 민주당 후보 張勉(장면)이 진보당 후보 박기출에게 양보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여 협상이 결렬되었다. 초대 주미대사, 국무총리를 역임한 화려한 경력의 장면이 초라한 무명정객 박기출에게 양보하라는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심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였던 것이다. 결국 후보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상태에서 조봉암은 대통령선거운동에 나서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게 선거유세를 다니던 민주당 대통령후보 신익희가 호남선열차를 타고가던 도중 과로로 돌연사함으로써 조봉암은 본의 아니게 야당단일후보가 되어 선거에 임하게 되었던 것이다.

선거결과 이승만은 504만6천4백37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조봉암은 2백16만3천8백8표를 얻어 차점이 되었으나 두 사람간의 표차는 무려 2백80만여표로서 이승만은 거의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조봉암을 누르고 압승했다. 그런데 이 때 이미 서거한 신익희를 추모하는 무효표가 1백85만여표나 나온 점을 감안하면 조봉암의 득표 또한 신익희의 서거로 인한 반사이익이 있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전국적인 개표결과 또한 이승만의 압도적 우세로 나타났으나 조봉암은 전주 정읍 목포 김천 경주 달성 영천 경산 칠곡 진주 충무 진해 진양 창녕 양산 고성 등지에서는 이승만을 2배이상 누르는 승리를 했는데 이들은 과거 좌익세가 강한 지역이었다. 특히 해방직후 남한 내에서 좌익세가 가장 강했던 대구에서는 조봉암은 시내 3개 개표구에서 10만여표를 얻어 3만8천여표를 얻은 이승만에게 3배 가까운 승리로 압승했다. 이 밖에도 조봉암은 공주 대전 완주 광주 고령 마산 등지에서 이승만과 엇비슷한 표차로 선전했으나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열세였고 특히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강원도에서는 참패했다.

이 때 대통령후보 신익희의 서거로 반쪽선거를 치룰 수밖에 없었던 민주당은 부통령후보 장면이 자유당후보 李基鵬(이기붕)을 20여만표차로 누르고 당선되었으나 진보당과의 공조를 철저히 외면했고 민주당 최고위원 김준연은 오히려 자유당 대통령후보 이승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과거사위는 이런 당시 사실을 외면하고 이승만 정권이 강력한 정적인 조봉암에게 강력한 라이벌의식과 좌파적 성향의 인물이 집권할 경우의 막연한 불안감이 작용하여 그를 일찌감치 간첩으로 몰아 제거하였다는 내용으로 억지를 부리고 있다. 과연 조봉암은 그럴 만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나.

조봉암은 1898년 경기도 강화에서 태어나 일본 중앙대학 정경학부를 수학했고 일본유학중이던 1920년대에 사회주의 계열의 서클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1925년 조선공산당 창당에 참여하는 등 공산당 활동을 했고 그 영향으로 일제하의 감옥에서 7년을 복역했다. 해방후 조선공산당이 헤게모니 싸움으로 심한 내분을 겪고 있을 때 그는 박헌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편지를 쓰고 좌파에서 이탈한 후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하다가 1948년 제헌국회선거에서 인천에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제헌국회시절 그의 의정활동을 눈여겨본 이승만 대통령에 의하여 그는 전격적으로 초대 농림부장관에 임명되었으나 장관재임시절 공금횡령혐의로 상공장관 임영신과 함께 감찰위원회(감사원의 전신, 당시 위원장 위당 정인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는 바람에 해임당했다. 그러나 당시는 신생국가여서 법률적 정비가 어수룩했던 관계로 예산회계법상 공금을 유용하여 장관 관사를 수리하고 농림신문에 보조금을 지급한 그의 행위가 뚜렷이 저촉되는 규정이 없어 그는 법정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는 다시 2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두 차례나 국회부의장을 역임하였고 1952년의 제2대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하여 79만5백9표로 차점을 하였으나 당선자인 5백23만8천7백96표를 얻은 이승만에게는 엄청난 표차로 참패했던 것이다. 638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