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검이 이명박 "무혐의"로 결론났다.
당연히 예견되었던 일이므로, 사필귀정이었다고 할 수 있는 일이다.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에서 이미 무혐의 결정이 있었는데, 특검을 통해서 이를 뒤집겠다고 하는 것은 유아적 발상이다. 법률적 사실은 이미 확정된 것이므로, 같은 법률적 사실을 다루는 특검에서 이 결론이 뒤집힐 수는 없는 일이다.
검찰도 그렇고 특검도 이명박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내린 이상 이명박은 BBK와 무관한 것이다. 여기에 이의가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에 이의가 달린다면, 그건 유언비어다.
통민당은 여기에 이의를 단다. "특검이 권력의 시녀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특검이 권력의 시녀 노릇을 했으니, 특검의 결론을 믿을 수 없고, 이명박은 여전히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통민당이 권력 운운하는 것은 좀 그렇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2월 25일이고 현재의 날짜는 2월 22일이다. 통민당은 아직 여당이며, 권력을 손아귀에 잡고 있는 것은 아직 통민당이다. 통민당이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게 권력의 중심이 아직 자신들에게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렇지 않았다면 특검법이 통과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통민당이 이제와서 권력 운운하는 것은 유치하고 야비한 모습이다. 바람직한 패자의 자세도 아니다. 패자는 자신의 패배를 깨끗이 인정할 때 돋보이는 것이고, 승자를 능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을 기약할 수가 있을 것이다.
통민당이 검찰의 결론은 물론 자신들이 요구했던 특검의 결론마저 겸허히 수용하지 않고 비토를 하는 건, 앞으로 자신들이 유언비어 정치를 하겠다는 걸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일이다. 통민당은 정권을 잡았을 때는 네거티브 정치를 하고 정권을 잃었을 때는 유언비어 정치를 한다. 네거티브와 유언비어는 동전의 양면이다. 이게 좌파의 정치하는 스타일이며, 본질이기도 하다.
좌파가 정권을 잡자마자 무엇보다도 먼저 과거사 뒤집기에 올인했던 것은 이들의 본성상 논리필연적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이들은 정권에서 소외되어 있었을 때, 유언비어 정치를 해 왔던 건데, 정권을 잡고 나니까 자신들이 유포시켜 국민적 지지를 얻었던 그 유언비어에 대한 입증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좌파들은 과거 국가기관에 의하여 확정된 사실들을 모두 뒤집으려 했다. 그 바람에 사실들에 입각한 사회의 법적, 경제적 안정성을 모두 뒤집어놓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어놓았다.
좌파들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유언비어가 법률적, 실체적 사실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유언비어가 법률적, 실체적 사실을 대체한다면, 모두가 집단광기에 사로잡힐 수 밖에는 없는 것이고, 사회는 망할 수 밖에 없다.
아웅산 테러사건, KAL858기 김현희 사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다 스러져간 이승복 어린이 사건....이 모든 게 좌파들의 역사 뒤집기에 저항했다. 좌파들이 근거한 기반이 근본적으로 유언비어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좌파들의 근본 속성이 있는데, 도무지 자신들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좌파들도 인간인 한 오류가능성은, 폭넓게 열려있는 열린 가능성이다. 왜냐하면 인간 자체가 오류가능성에 무자비할 정도로 열려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좌파들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와같은 태도는 학문적으로는 도그마와 독단으로 나타나고, 문화적으로는 아집과 패거리 문화로 나타나며 정치적으로는 선, 악 이분법 구도로 나타난다. 자신과 자신에 동조하는 모든 건 선하고 자신과 자신에 반대하는 모든 건 악이라고 하는 것이다.
오류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좌파의 정치학은 필연적으로 유언비어 정치가 될 수 밖에는 없다. 어떤 실체적 진실을 갖다대어도 그것이 자신의 입장과 반하는 한, 그 실체적 진실을 인정할 수 없고, 실체적 진실을 인정하지 못하므로 유언비어의 늪으로 빠져들어갈 수 밖에는 없다.
유언비어가 실체적 진실을 능가할 수도 있다. 실체적 진실이 받아들이기에 너무 참혹할 경우 그렇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를 우리는 김대중, 노무현이 정권을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경험했다.
유언비어가 실체적 진실을 능가해 정권을 잡는데 성공하면, 유언비어는 네가티브로 변화한다. 네가티브의 극단화는 숙청이다.
통민당이 이명박 특검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이제 네가티브에서 유언비어 정치로의 변화이다. 우리나라 좌파들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다. 유언비어 정치에서 네가티브 정치로, 네가티브 정치에서 다시 유언비어 정치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유언비어가 법률적, 실체적 사실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법률적, 실체적 사실을 능가하는 어떤 진짜 사실, 신적 사실이 있는 게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사실은 이 세상이 있어온 이래 있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 사실이 있다고 믿는 그 순간 서글프게도 인간은, 자신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하지 못하게 되고, 유언비어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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