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경마에도 지갑 닫았다
불황기에 오히려 각광받는다고 해서 ‘불황산업’으로 불리는 경마·경륜 등 ‘사행산업’도 장기불황 여파를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맘 둘 곳 없는 서민들이 경마·경륜장 등 사행산업으로 몰렸지만 올 들어선 장기 경기침체 여파로 입장객수와 매출액이 동시 감소하고 있다.
22일 경기도 과천 경마장은 휴일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그러나 마권 구입 창구는 재미삼아 몇 천원에서 1만∼2만원어치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마권 판매대 한 직원은 “경주 시작 전에 어김없이 수백만원을 들고 와 마권을 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선 간혹 눈에 띌 정도”라며 “경마하는 사람도 줄었지만 사는 마권액수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마장 입장객은 2002년 1584만명에서 지난해 1632만여명으로 2.9% 늘어났다. 그러나 올 상반기 입장객은 731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84만여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5조6300억여원으로 2002년(6조9800억여원)보다 19.3% 줄었다. 올 상반기에는 2조3980억여원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7200억원이 줄었다.
경륜장 사정도 마찬가지다. 2002년 462만여명이었던 경륜장 입장객 수는 지난해 480만여명으로 3.7% 늘었으나, 올 1∼7월에는 27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0만명에 비해 5% 감소했다. 매출은 지난해 2조2900억여원으로 2002년 1조8700억여원에 비해 18% 감소했다. 지난해 1∼7월에는 1조17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9182억원을 기록, 2500억원이 감소했다.
주말마다 경륜장을 찾는다는 정모(54·서울송파구잠실동)씨는 “예전엔 경기당 참가자 수가 많아 배당금이 많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그냥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고 이곳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운영본부 관계자는 “100원부터 최고 5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지만 경기가 나빠지면서 관중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또 ‘광풍’도 한풀 꺾였다. 서울 사당역 복권판매점 김모(50)씨는 “8월부터 로또 게임당 가격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린 탓도 있지만 지난달 초부터 복권판매 매출이 40% 정도 떨어진 뒤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로또추첨 시간을 앞둔 토요일 오후만 되면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 것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로또복권 주간 평균 판매액은 지난 7월 610억원대를 유지하다 8월 들어 519억원 선으로 떨어졌다.
김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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