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이 연 이틀간 사설과 1면 머릿기사 등을 통해 ‘연정론’과 ‘임기단축’ 발언을 한 노무현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1일에는 그동안 노 대통령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온 이른바 ‘진보’ 인사들의 고언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한겨레신문은 1일 ‘대통령 의무 가볍게 여겨’라는 1면 머릿기사를 통해 “(사회) 각계에서 ‘대통령의 의무를 가볍게 여긴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각계의 원로와 중견 인사들 대부분 대통령의 진정성은 인정하면서도 적절한 방식의 문제제기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보이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기사에 인용된 인사들은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원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박형규 목사, 조비오 신부등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은 선지자가 아니다. 대통령의 지금 태도는 마치 선지자가 어리석은 뭇 백성들에게 역사의 가르침을 주면서 끌고가는 것 같다”며 “이는 민주주의 지도자로서의 덕목이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는 “연정론은 이미 상대방이 안받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지역구도 해소가 연정으로만 가능한 것도 아닌데 계속 이를 언급해야 하나”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안병욱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지위에 대해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그동안 주변의 예상을 뛰어넘는 승부수를 던져 승리해왔지만 대통령이 투정부리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사력을 다해 구해줘야 할 하등의 역사적 필연성을 못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비오 신부도 “대통령 혼자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동의하라 하지말고 먼저 밑바닥 민심에 귀부터 기울여야 한다”며 “실제로 민심이 동의하는지 아래로부터 검증받지 않으면 실현성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임기 단축 발언은 일방적이고 책임있는 자세로 보이지 않는다”며 “현 정치 상황이 결정적으로 파국적인 상황도 아니고 민생문제등을 제쳐놓고 지역갈등 해소에 집착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라고 밝혔다.

유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어떤 파장을 끼칠지 고려하지 않는 벼랑끝 전술로 국민들한테 불안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의 뼈아픈 지적은 사설로도 이어졌다. 1일자 ‘언제까지 ‘벼랑끝 전술’에 매달릴 것인가’라는 사설 첫머리는 “노 대통령의 폭탄 발언 강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로 시작됐다.

사설은 “답답하다, 황당하다는 반응은 대다수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이기도 하다”며 “노 대통령이 연정론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종교적 신념과 열정에 불타는 예언자나 선지자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며 “자신의 판단이 절대 틀릴 수 없다는 ‘무오류성’에 대한 확신에 가득차있다”고 발언수위를 높였다.

이어 “(노 대통령에게) 정치인이나 국민은 다만 설교를 통해 자신의 숭고한 뜻을 이해시키고 교화시킬 ‘수준낮은 학생’일 뿐”이라며 “정치지도자가 현실 세계에 굳건한 땅에 발을 딛지 않고 속세를 벗어난 예언자처럼 행동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정치문화 혁신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과연 다른 모든 개혁과제를 포기한 채 대통령직을 걸 정도로 최우선 순위 과제인가”라며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결코 ‘안되면 말고’식의 도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지난달 31일 ‘여당 의원들의 호소도 듣지않는 대통령’이라는 사설에서도 노 대통령에게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

이날 사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부분 연정의 방법론과 실효성에 공감하지 않는데 노 대통령은 이에 별로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며 “정상적인 당-청관계라면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의 이런 의견을 깊이 존중하는 것이 순리”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노 대통령의 ‘잠정적 우군’으로 조·중·동등과 ‘대리전’까지 벌여온 한겨레의 이번 공세에 청와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