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죄상을 밝히지 못하고 그냥 자연사한 게 분통나지만

그래도 살아서 요설 떠는 꼴 보며 혈압 올리던 것 보단 나은가 보다.

일하는 도중에 후배 녀석이 김대중 죽었다고 전했다.

“죽을 수도 있지 뭐, 그 정도면 누릴 것 다 누리고 많이 살았잖아”라고 대답했다.

스스로 왜 이럴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덤덤하게.........

어쩌면 병문안 가지고 요란 떨던 꼴 안 보는 게 쾌재거리이기도 한데도 말이다.

하지만, 쾌재를 불렀다간 특정지역 세력에게 혼자 찍히기 딱 좋다는 의식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특정지역 사람들도 드러내놓고 애도를 표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고향을 속여 온 것으로 의심받는 자들도 겉으론 별로 슬픈 표정을 짓지 않았다.

노무현 들먹이는 식으로 간접적인 애도를 표시하다가 눈치 보며 슬쩍 기어들어가는 정도....

다만, ‘태백산맥’ 끼고 다니며 탐독하던 골수파는 구석에서 혼자 침통하게 고개 숙이고 있는 정도였다.

그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지하철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정지역 사람이 “아이고, 이젠 김대중도 가는 구만” 정도로 언급하였을 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도 입을 딱 다물고 더 이상 찍소리 안 했다.

또 희한한 현상은 그토록 슨상님의 나팔수 같은 한겨래와 경향은 호외조차 배포 안 하더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찬양하던 그들이 겨우 “계산하는 욕심”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저 방송만 세상에 큰일 난 것인 양 죽음 앞에 동정적인 립 서비스 발언 보도에 난리피울 뿐이다.

김대중이 죽으면서 변한 것은 딱 한가지다.

현정은의 대북합의 어쩌고 하던 뉴스가 똥값으로 변했다는 것뿐이다.

주변에서 한잔 하자는 소리가 나왔다가도 옆 술자리에 불편한 인간들 있을까봐 다들 그냥 취소하고 만다.

애들도 하루 종일 주변에서 애도 어쩌니 하는 소리를 못 들었단다.

그가 죽으면서 보여준 생전에 그가 조성해놓은 지역감정 골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는 순간이다.

앞으론 그가 은닉한 차명재산에 따른 소동이 그의 잔영이 될 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