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목욕할 수 있나

지난 1970년 초봄에 호남지방은 상당한 가뭄을 겪은 일이 있었다. 2월 어느 날, 도정시찰을 위해 전라남도 광주에 도착한 박대통령은 그날따라 숙소에서 목욕도 하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어느 비서가, 『어제는 목욕까지도 안 하신 것을 보니 매우 고단하셨던 것 같습니다.』 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자 박대통령은 『아니야, 그렇지는 않은데 심부름하는 아이의 얘기가 가뭄 때문에 시내

수도사정이 좋지 않다지 않아, 시민들이 식수조차 풍족히 쓰지 못하는데 어떻게 목욕을 할 수

있겠나?』 라고 말했다.

때마침 박대통령을 도청으로 안내하기 위해 숙소에 들렀던 도청 직원들은 한동안 얼굴을 붉히다가 「바로 도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은 저런 마음을 갖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각오를 새로이 했다는 것이다.

출처-우리 대통령(1972년6월15일, 발행인 길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