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구로경찰서 제공)

‘먹여 주고 재워주겠다’ 모든 건 이 달콤한 말에서 시작됐다.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김씨는 카드 돌려막기로 큰 빚을 지고 2000년 6월 집을 뛰쳐 나왔다. 10여년간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노숙생활을 하던 그에게 ‘검은 유혹’이 다가온 건 2012년 여름이었다. 무허가 직업소개업자인 이모(63)씨가 숙식을 제공해줄테니 염전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해온 것이다.

그렇게 김씨는 전남 신안군의 외딴 섬에 있는 홍모(48)씨의 염전 일을 하게 됐다. 그러나 그곳은 지옥이었다. 김씨는 2008년부터 이 곳에서 일했다는 채모(48)씨와 함께 돈 한푼 받지 않고 힘든 염전 일을 해야 했다.

하루 5시간도 자지 못했을 뿐더러, 염전 일이 없을 땐 홍씨의 집안 일까지 해야했다. 홍씨는 작업이 더디다는 이유로 두 사람에게 매질을 하기도 했다. 각목과 삽·쇠파이프 등이 폭력에 동원됐다.

김씨가 도망을 꿈꾸지 않은 건 아니다. 김씨는 섬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인 2012년 8월을 시작으로, 채씨와 함께 수 차례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외딴 섬에서 빠져나가긴 쉽지 않았고, 탈출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홍씨는 “한 번 더 도망치다 걸리면 칼침을 놓겠다”며 김씨를 협박하기도 했다.

홍씨와 홍씨 부인의 감시가 워낙 삼엄해 전화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김씨에게 마지막 남은 방법은 편지였다. 김씨는 부엌에서 펜을 훔쳐 매일 밤 몰래 편지를 써나갔다. 섬에 팔려와 도망갈 수 없으니 구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김씨에게 기회가 온 건 지난달 13일이다. 홍씨가 이발을 하고 오라며 김씨와 채씨를 읍내에 보낸 것이다. 김씨는 읍내 우체국을 찾아 항상 품 안에 넣고 다니던 편지를 어머니께 보낼 수 있었다.

연락이 끊긴 아들의 편지를 받은 어머니는 당장 경찰서를 찾아 편지를 전했다. 충격적인 편지 내용을 본 경찰은 즉시 수사팀을 꾸려 편지에 적힌 섬으로 향했다. 경찰은 김씨의 말대로 염전에서 소금을 살 것처럼 위장해 탐문수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24일 ‘소금 감옥’에서 김씨를 구출해 낼 수 있었다. 닷새 뒤인 28일엔 채씨 역시 구출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