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중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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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uth is out there(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외화시리즈 ‘X파일’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우리는 지금 ‘음모론의 과잉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 소식 뒤에는 그 사건만큼이나 많은 음모론들이 뒤따른다. 때로는 정말 사건의 실체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런 근거 없이 의혹 부풀리기에 앞장서다가 소리 없이 사라진다. 정치적 사안의 경우 음모설이 제기되면 다시 역음모설이 제기되면서 진흙밭 싸움이 되어버린 것은 오래전 일이다. 이제 우리는 음모설도 모자라 음모설 뒤의 음모가 무엇인지도 생각해야 하는 머리 아픈 시대에 살고 있다.
‘그 배후에는 뭐가 있지?’
이제 누구든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기사만으로는 사건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제각각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와 신념에 따라 사건을 재해석하고 상상으로나마 그 의도를 샅샅이 파헤친다.
교수임용 청탁의혹 음모론, 김선일씨 피랍사건의 은폐설, 만두파동 조작설 등 항간에는 온갖 의혹과 음모가 넘쳐나고 있다. 물론 이런 음모론은 어제와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달 착륙 조작설, 로즈웰 사건과 UFO관련 은폐설, 비밀결사조직에 의한 권력배후설 등과 같이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는 음모설도 있고 다이애너비나 케네디와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 등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는 늘 음모나 의혹이 따라다니고 있다.
왜 이렇게 음모설이 끊이지 않고 점차 늘어만 가는 것일까?
음모론은 단순히 윤리나 도덕의 타락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정보공개의 대중적 요구상승에 뒤따르지 못하는 지배계층의 정보독점, 개인과 사회의 내면적 불안고조,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여론형성과 언론의 선정적 보도경쟁, 정치판의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정치 등 여러 가지 개인 및 사회병리에 의해 부풀어만 가고 있다.
물론 모든 음모론이 허구는 아니고 모든 음모론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가는 바람직한 길잡이도 되고 이에 따라 새로운 근거들이 수집되어지면서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 생산적인 비판의 토대 위에 서 있는 의혹설은 진실을 밝히고 역사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건설적인 음모론과 비건설적인 음모론은 구분되어야 한다.
비건설적인 음모론이란 자기방어적인 음모론과 망상적인 음모론이다. 두 가지 모두 충분한 사실(fact)없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음모를 이용하며 옆에서 사실과 관련된 반론을 제기하더라도 전혀 들을 준비도 없이 자신이 생각해 낸 음모를 확신하는 사람들이다. 자기 방어적 음모론자들은 정치경제적 경쟁자들에 의해 자신은 일방적인 희생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이 검찰소환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들이고 개인간 고소사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망상적인 음모론자들은 이 세상이 일종의 ‘빅브라더’에 의해 조정되는 음모의 세계이며 우리가 보는 것은 항상 진실이 아니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극도의 내면적 불안들을 이렇게 외부세력에 투사시킴으로써 마음속의 평화를 추구하고 스스로 진실을 꿰뚫어 보는 대단한 인물인 것처럼 착각하고 살지만 이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이렇게 남이 모르는 어마어마한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 그들(?)에 의해 공격이나 죽임을 당할거라는 끝없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정도를 달리할 뿐 늘 함께할 것이다.
특히 우리 시대와 같이 공작정치가 계속되는 한, 전쟁을 도발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꾸며내는 부도덕한 정권이 있는 한,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라는 극단적 세계관에 갇혀 있는 한, 그리고 세상이 근원적으로 불확실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명쾌하게 설명되기만을 바라는 한 음모론은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음모론의 옥석을 가리는데 소홀하지 말자.
내가 믿는 음모가 과연 내 주위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주며 전달되는지 반응을 들어보자.
내가 나를 모를 때도 있고 삶 이후의 세계를 알 수 없듯이 한번은 세상도 알 수 없는 모호함 투성이라고 인정하자. 모든 상황을 음모라고 보는 멀더 요원의 옆에는 현실적인 균형감을 잡아주던 스컬리 요원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 안에 스컬리를 만나보자.
이 세상은 과연 누가 움직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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