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학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번 서영석 대표 부인의 청탁건을 보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 자신부터도 그동안 대학을 둘러싸고 있는 이전 저런 청탁들에 대해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져 있었구나하는 반성을 해 보았습니다.
학과에서 교수를 뽑게 되면 우선, 주요 일간지 등에 공고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소식을 주고 받지 않았던 선배, 후배, 지도교수 등의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옵니다. 대개는 학과 내에서 내정되어있는, 그러니까 내부적으로 학과에서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해옵니다. 있다고 하면 서류 접수도 안할 마음일겁니다. 그 외에도 굳이 청탁이라고 하면 우습지만 추천들도 많이 하고, 본인이 직접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해오기도 합니다.
학과 교수들 중 적극적인 사람들은 자기가 여기저기 적합한 사람을 열심히 알아보기도 하고, 또 적극 밀기도 하고, 저 같이 소극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지원자들 중 좋은 사람이 들어오면 되지 뭐. 하는 정도의 생각에 그치기도 합니다.
대학 본부측 관계자들에게도 수없이 많은 전화가 걸려오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 워낙 고학력 사회인데다가 몇번을 거치면 사로 다 아는 사이지 않겠습니까? 요즘은 대부분 추천받아 오는 사람들의 조건도 과거와는 다르게 좋은 편이어서 이 정도 조건이면 추천없이 와도 되겠네 싶은 지원자들도 많습니다. 말하자면, 다 갖춘 조건에 추천의 말까지 옆에서 거드는 식이라고 할까요?
시간강사를 구할 때도 이런 저런 추천이 있는데, 때로는 고맙게 느껴질 때도 있었답니다. 어렵게 안구해도 되겠구나. 내가 직접 구해도 이 정도 조건의 사람은 잘 못 구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또, 대학 내의 높은 선을 타고 내려오는 이력서들을 몇번 거절해본 적도 있었는데( 그 중에는 과거 꽤 높은 동네에서 온 것도 있었습니다), 워낙 조건이 좋은 고학력 실업자들이 많은 사회라 거절 받는 쪽에서도 아쉬워는 하지만 그려러니 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쨌든 신경을 써주어 고맙다는 립서비스와 함께 서로간의 볼 일을 끝내죠.
이런 형편이다 보니 추천, 청탁 이런 행위들에 대해 아주 부당하다거나 도덕적으로 크게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을 그동안 많이 못가졌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생각이 오고 갔었습니다. 당연시되고 있는 것에서 부터 생각을 새로해야 겠구나 하는 각오와 서대표 부부가 잘못했고, 책임은 져야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파묻어버릴 정도의 파렴치한 행위인가 등의 생각들을요. 서대표 부부도 우리 사회를 살아온 사람이라 저처럼 이 문제에 대해 도덕적 판단이 결여되어 있었구나 하는 동정심같은 것도 생깁니다.
그런데, 대학 내의 청탁은 그 대학 분위기가 깨끗하면 외부에서 오는 청탁이 그야말로 추천 정도에서 끝나게 됩니다. 대학에서 큰 압력으로 받아들이지 않지요. 하지만, 학교가 깨끗하지 않을 때는 청탁이 청탁으로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학재단의 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조선일보까지 깨끗한 척 호들갑을 떨고 있는 이 마당이니 내친 김에 대학을 깨끗하게 하는데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문제의 성대 교수도 학과 내 교수 뽑는데, 자기 힘 쓰지 마십시오. 들어 온 지원자들 중 객관적인 점수에 준해서 뽑으십시오. 성대 교수 채용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서대표와 부인되시는 분은 힘 내십시오. 잘못은 했지만 당신들의 인생이 여기서 끝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 이 한국의 분위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니까. 적어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을 정도로는 서로를 용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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