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北송금과 정상회담 무관한 듯"
청와대 "일정조정 사전협의"…박재규 前통일 참고인 소환
북측이 2000년 6월초부터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당기는 방안을 포함, 일정조정을 먼저 남측에 요청하고 사전협의까지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억달러 대북송금이 지연되면서 북측이 정상회담을 하루 연기했다는 그간의 의혹과 대치되는데다 특검팀이 3일 “정상회담 연기는 오비이락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관여했던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4일 “북측은 6월초 경호와 안전상 이유를 들어 정상회담을 하루 앞당기거나 늦추는 방안을 타진해와 정부가 북측과 협의를 거쳐 회담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당초 일정변경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북측 제안을 받아들여 회담을 하루 늦추기로 결정했다”며 “김정일 위원장의 공합영접을 계획했던 북측이 정상회담 일정이 사전공개된데 대해 불만을 갖고 일정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외신기자들이 대거 입국하는 점 등을 감안, 일정을 앞당기기 보다 하루 연기키로 결정했고, 당시 청와대는 김대중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2000년 6월8일에도 현지에서 숙의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검팀은 이날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과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참고인으로 소환, 정상회담 연기경위 등을 집중 조사중이다.
박씨는 정상회담 연기가 발표된 직후 “북측이 손님을 초청하는 입장에서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일정을 하루만 연기해 달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앞서 지난달 22∼23일 소환조사한 임동원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북송금과 정상회담은 무관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2000년 당시 페리보고서가 나온 이후 정상회담이 개최됐고,이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방북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 약속 등 전체적인 흐름을 볼 때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돈이 오갈 수는 있겠지만 그 돈이 정상회담과 큰 관련있을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수행비서였던 하모씨를 5일 소환, 조사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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