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은 그제 국회 법사위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 “헌재 재판관들은 야간 촛불시위 과정에서 빚어졌던 불법 폭력시위 양상을 체험해 봤느냐”고 물었다. 헌재가 최근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따지는 질문이었다. 헌재는 ‘야간집회 제한시간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을 헌법불합치 사유로 들었다.

집단적인 형태로 의사를 표현하는 집회의 자유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법적 평화를 유지하는 행위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다중(多衆)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집회를 개최할 경우에는 민주주의의 기본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게 된다. 그러나 집회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실현과 의사 표현을 위한 기본권에 해당하므로 이를 규제할 때는 양면성을 고려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헌재도 이 점을 고심했을 것이다.

사법부와 헌재가 법을 적용하고 해석할 때는 이상과 현실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 현실과 유리된 법해석은 법의 규범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에도 폭력으로 공권력을 짓밟거나 타인의 안온한 생활과 행복추구권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재(內在)적 한계가 존재한다. 야간 옥외집회는 쉽게 폭력화할 수 있고 법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작년 5월 이후 석 달 동안 서울 도심을 마비시키다시피 한 광우병 촛불시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헌재가 1994년 동일한 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집회 시위문화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반면에 시위현장 등에서 경찰관을 폭행 협박하거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사람들에 대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비율은 일반 형사사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공무집행 방해 사범 439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이 가운데 23.9%인 105명에게 영장이 발부됐다.

헌재 재판관이나 판사들이 무법과 폭력이 판치는 현장을 한 번이라도 지켜봤다면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 더 엄정해질 것이라고 본다. 재판이 공판중심주의로 바뀌면서 일선 판사들이 법정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많아진 것도 법원의 현장검증 여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다. 폭력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일선 경찰의 질서유지 권한과 다수 선량한 피해자의 인권이야말로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할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