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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면직→복직→퇴직→복직 “기가 막힌다”
국정원, 복직직원들 재차 퇴직명령…법원 "복직시켜라" 판결
2004-10-29 17:51:36

직권면직 처분을 받았던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재판에서 승소해 복직됐다가 다시 퇴직과 복직을 반복하고 있어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의 위상은 물론 대한민국 정부의 위상에까지 흠집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조해현 부장판사)는 28일 국가사랑모임(국사모) 회원 4명이 "국정원이 계급정년을 무분별하게 적용해 정년퇴직시켰다"며 국가와 국정원을 상대로 낸 계급정년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국가공무원 신분임´을 인정하는 한편, 오는 2009년까지가 계급정년임을 확인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은 직권면직 기간 다른 경쟁대상 공무원처럼 능력에 따른 승진기회를 얻지 못했고 이같은 직권면직이 모두 사용자인 국가의 잘못으로 인한 것인점을 감안하면 위법한 직권면직에 의해 재직할 수 없었던 기간은 계급정년 기간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퇴직명령을 받은 4명의 직원은 다시 국정원에 복직된다.

이들의 계속되는 퇴직과 복직 시련의 시초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대중 정권은 ´IMF로 인한 구조조정´이라는 명분하에 호남권 출신 직원들을 발탁하기 위해 영남출신 직원들을 대거 직권면직 시켰고, 국정원으로부터 쫓겨난 28명 중 21명이 국가사랑모임(국사모)을 결성해 99년 4월 행자부에 소청심사청구를 시작으로 정부, 국정원, 언론사 등을 상대로 한 끝도 없는 ´진실규명 소송´이 시작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13일, 무려 4년 5개월 12일만에 직권면직취소 소송에서(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한기택 부장판사) 승소해 전원 복직판결을 받았다. 복직판결을 받은 전직 국정원 직원들은 환호했고 당장 복직돼 다시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국정원은 2003년 9월 9일자 인사명령에서, 재판에서 승소한 21명중 9명에게만 복직을 허락하고 나머지 12명은 2000-2003년에 걸쳐 소급퇴직 명령을 내리면서 국정원과 전직 직원들의 갈등은 점점 더 확산됐다.

소급퇴직 명령을 받은 12명은 ´소급퇴직 명령 취소´ 소송과, 4년여에 걸친 재판기간 동안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현재 두 건 모두 서울고등법원에 계류중이며, 이 외에도 모두 6건에 달하는 관련 소송들을 하고 있다.

한편, 복직명령을 받아 다시 국정원에서 일할 수 있게 된 이들 9명의 직원은 2003년 9월 6일자로 복직했지만 국정원은 지금껏 이들을 무보직 상태로 둔 채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월급만 지급하고 있다.

이들 9명 중 1명은 복직후 사망했고, 2명은 보직을 주지 않는데 불만을 품고 자진사퇴했으며, 나머지 6명중 4명이 국정원의 퇴직처리에 대항해 이번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

이와 관련해 송영인 국사모 회장은 "정부가 사법부를 무시하고 국민을 조롱하는 행태를 거듭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절대 정부의 칼 앞에 무릎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송 회장은 "이 사건처럼 직권면직 됐다 다시 복직되고 또 퇴직시켰는데 다시 복직되는 것은 공무원 사회에서는 일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공직은 국민이 부여한 임무인데 국정원이 일반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사모 주요 사건일지

1999년 3월 구조조정 명분으로 21명 직권면직
1999년 4월 행자부 내 소청심사위원회에 직권면직 취소 청구
1999년 8월 소청심사 기각
1999년 9월 서울행정법원에 직권면직취소 청구 소송 제기
2003년 8월 직권면직 소송 승소
2003년 9월 국정원의 항소 포기로 직권면직 취소 확정
2003년 9월 12명 소급퇴직 및 9명 복직 명령
2004년 6월 5명 퇴직명령 및 1명 퇴직대기 명령
2004년 10월 6명중 소송을 제기한 4명 모두 복직 판결
[엄병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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