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효성그룹이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200억원대 비자금 중 일부 자금이 조석래 회장(74) 일가에 흘러들어가 사적인 용도로 쓰인 정황을 확보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 회장은 전경련 회장이자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지간이기 때문이다.

24일 <한겨레신문>와 <세계일보>는 일제히 '단독보도'라며 조 회장의 비자금 전용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오수)는 ㈜효성 건설부문이 조성한 비자금의 일부가 조석래(74) 그룹 회장 쪽으로 흘러간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검찰은 효성그룹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모두 2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조 회장 쪽으로 돈이 건너가는 과정에 개입한 관련자를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효성 건설부문이 2005년에 조성한 비자금 20억원의 사용 명세가 담긴 장부를 확보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5억원이 조 회장 일가의 집수리 등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10억원이 효성그룹 계열의 학교법인으로 흘러간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2일 이 학교법인의 안아무개 상임이사를 소환해 이 돈이 조 회장 쪽으로 건너갔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효성그룹이 1998년부터 건설부문의 인건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계좌추적 등을 통해 6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확인하고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그룹 전체의 비자금 규모는 모두 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효성그룹 쪽은 검찰 조사에서 “일부 자금이 회계처리 없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회사 업무용으로 사용됐다”며 조 회장과는 무관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세계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해 확보한 ㈜효성 건설부문의 ‘2005년 비자금 장부’에서 확인한 20억원 중 15억원 상당의 자금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된 정황을 파악했다.

검찰은 일부 자금이 효성 계열의 D학원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이 학원 이사 A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일부 자금이 조석래 회장 일가의 주택수리 비용으로 지출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비자금이 조 회장과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용처를 추적 중이다.

검찰 수사결과 송씨 등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노무비를 과다 계상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전체 비자금 규모가 약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효성 측은 지금까지 “회계상 대외비인 건 맞지만 대부분 업무용으로 썼다”고 주장해 왔으며, 조 회장도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2월 “비자금은 없다”고 밝힌 적 있다.

검찰은 2006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효성의 자금 흐름에 의혹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 14일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효성건설 사장 출신인 송씨와 ㈜효성 건설부문 안모 상무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으나 검찰은 조만간 다시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