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우리당·검찰 "특검 요구는 검찰수사 물타기용"
한나라당이 에스케이 비자금 등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무제한적 특별검사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을 비롯해 검찰도 '국면전환용 물타기'라고 반발하고 있어 정국이 굳어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정치권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 단독으로라도 특검법안을 회기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정치권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27일 에스케이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여야가 불법으로 받아쓴 돈이 에스케이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대선자금에 대한 전면적, 무제한적 특검수사와 노 대통령 주변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특검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또 “나라종금 사건, 굿모닝게이트 사건, 이원호 사건, 현대비자금 사건, 최도술 사건 등 대통령 주변에 많은 의혹이 있는데 최도술 사건 외에는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 없다“며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최 대표는 "여야 누구도 불법정치자금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밝힌 뒤 "당사자는 불법비리에 대해 전면적 책임을 져야 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이 정치개혁의 혁명적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치권 대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법안을 제출한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지금 이 국면을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유 수석은 또 "대선자금에 대해 다 털고 가자고 하면서 특검의 대상이나 기간에 대해 전혀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특검법안을 제출하는 것은 국면호도용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를테면 기간을 당내 경선 때부터 한다든지, 아니면 후보확정 때부터 한다든지 등에 대해 정치권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런 합의가 있는 경우라면 노 대통령이 지난 7월에 제안한 '수사권 있는 기관에 의한 공개검증' 취지와도 별반 다를 것 없고 그래서 마달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의 전면적 특검제 도입 주장에 대해 “SK비자금 파문을 벗어나기 위한 잔꾀”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부적절한 주장”이라고 말하면서도 “검찰 수사가 부적절하다면 특검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절충적 태도를 보였다.
한나라당의 특검 제안에 대해 검찰은 강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대검의 한 중간 간부는 “특검 도입 여부는 정치권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검찰은 법과 원칙에 충실할 뿐”이라면서도 “검찰이 잘 해나가고 있는데 느닷없이 특검을 하자는 것은 일종의 정치 공세로 보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특수한 상황에서 하는 게 특검인데 걸핏하면 특검으로 가자고 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게다가 대선자금 문제는 특검제로 답을 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 에스케이 비자금처럼 이미 불거진 것은 (검찰에서) 법적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정치적으로 푸는 게 가장 합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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