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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의 ‘긴 말’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의 공동기자회견은 한·중 기자 2명씩 모두 4명만 질문했는데도 무려 1시간여 동안 지루하게 진행됐다. 본래 예정시간은 15분이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질문 하나에 20여분씩 시간을 워낙 많이 쓴 탓이었다.

노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발전 구상은 뭔가’라는 중국 기자의 첫 질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질문이지만 최대한 압축해 말해보겠다”고 말문을 뗐다. 그러면서 △교역 증가 속도 △무역 불균형 △유럽연합 같은 경제협력체로 발전 △인적·문화적 교류 △동북아 평화체제 등 5~6가지 소재를 ‘다기다양’하게 늘어놓아 ‘장황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두 정상은 관례에 따라 질문 내용을 미리 전달받았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핵심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설명함으로써 중국 국민들에게 한국의 새 지도자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줄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 반면에 후진타오 주석은 한국 기자의 다른 질문에 “나 역시 간결하게 말하겠다”고 노 대통령의 어법을 흉내낸 뒤, 자기 입장을 실제로 간결하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다음날인 8일 노 대통령의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 쩡칭훙 국가부주석 면담 일정도 애초 예정인 30분씩에서 실제로는 45분씩으로 늘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지도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간결하며 조리있게 설명하는 훈련이 된 반면에, 노 대통령은 말이 길다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의 ‘긴 말’은 자기 입장을 되도록 자세히 설명하려는 욕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말이란 치밀하게 압축·정제해야 전달 효과가 높아진다. 노 대통령은 이 점에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

박창식 정치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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