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을...
 

세상 위에 계신 나의 하느님
인간의 양심이 하느님 닮게 하소서!....
사람의 생명이
하늘로부터 고귀하게 왔음을 저는 믿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어떠한 논리로도 해코지할 수 없는
신성한 것임을 또한 믿으오며
세상의 그 어떤 가치보다도 더 높은 곳에
찬연하게 빛나는 존엄한 것임을 의심 없이 믿사옵나이다.
그리하여
청운의 꿈을 접고 누운 한 가여운 생명이
세도가들이 꾸민 끝없는 왜곡과 전횡을 물리치고
기어이 세상 위에 바르게 서 있게 하는 날을 기다리며 
짧지 않은 세월
미어지는 가슴에 눈물과 통한을 쓸어안고 가던 길 이오나
지금 이 시간 저는 더 이상 갈 길이 막혀 
삿 되고 부질없이 벌인 장난 같은 법정다툼을
고뇌 속에 이제 포기하고만 시간입니다.
권력이 다 무엇이나이까?
돈이 다 무엇이나이까?!....
저는 단지
사랑했던 자식이 너무도 가엾이 허물어져
모진 목숨 살려내려 몸부림치며 오직 한 길을 따라 왔고
세상에 대고 약속한 공인에게
약속을 지켜달라 항변했을 뿐이오나
 
절박한 하소가 무참히 짓밟히는 일을 당하였사옵기
피눈물을 머금고 
왜곡된 다툼에 이미 초연해져 있는 순간이기도합니다.
무덤인 듯 지옥인 듯 캄캄한 세상...
지금 제 곁에 힘있는 이 아무도 없어 혼자이지만
당신이 지키고 계셨기에 제가 아직 살아 있사옵나이다.
당신이 제게 주신 소중한 생명이
차별 받지 아니하고
천대 받지 아니하고
해코지 당하지 아니하고
온전히 아름다운 채 지켜 지게 하기 위하여
하늘의 깃발을 제가 힘겨웁게 들고 나섰사오니
긴 어둠 속에서
벌거벗은 채 홀로 헤치고 있는 저로 하여금
오래도록 지치지않을 용기와 힘을 주시옵소서.
야합과 변절이 횡행하므로
편협한 극단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 대는 
거짓과 위선과 오만으로 무성한 이 혼돈의 세상.
바라옵건대
왜곡된 허상 속에 진실은 묻혀 사라질지라도
고귀한 생명의 가치만은 온전히 지켜지길 원하오며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
저와 제 자식의 운명을 고이 맡겨 드렸나이다.
그리하여 말 못하고 스러진 한 생명이
야비한 권력의 비열한 웃음 그 위에
준엄하게 서 있음을 확인 받고자 하옵나니
하늘의 은총을 내리사
부디 제 가정이 자식의 목숨을 지키고
가족 또한 긴 고통의 터널에서
속히 헤어날수 있기를 기도하옵나이다.
무릇 인간의 생명을
삿 된 가치로 평가해야 하는 현실과
공평치 않은 저울 위에 감히 놓아두는 일이
이순간
한없이 한없이 안타까울 뿐 이옵고
주어진 권력으로 결탁한 위선자들이
소중한 인권을 지치도록 농락하고 있는 꼴을 보며
더 이상은 그들 수중에 생명을 감히 놓아두는 일이
치욕스러워 참을 수가 없었음을 제가 시인합니다.
허술한 세상의 인명참사!
인천 인현동 학생대참사!...
치명상을 입고 7년이 되도록 의식조차 없는 아이
고통의 세월을 속수무책으로 보내야 했던 못난 부모의 심정.
어이없이 진행된 지방법원 1심 재판과
짜고 치듯 한 고등법원 그 2심 재판을 지켜보며
그들의 오만한 권세와 권능이
무소불위로 저질러지고 있음도 뼈저리게 느꼈사옵고
공인과 맺은 합의를 아무 소용없는 종이로 만들기 위해
동원되는 법조계와 변호사들의 억지를 보았으며
부지불식간 항고권 박탈을 당하고야 마는
피를 토할 지경도 제가 경험했사옵나니
왜곡되어진 틀 속에 제 가족이 가두어져
속절없이 유린당한 세월이었습니다!....
한 아이의 생사여탈과
한 가족의 운명을
나락 끝에 매어달고 시험한 무서운 사람들...
참으로 두려운 그 사람들은 대체 누구이며
왜 그런 일들이 저에게 일어 나야만 했단 말입니까?!
그가 하느님이시면 제가 달게 받겠사오나
그들이
하늘 아래 저와 똑같은 사람의 형상이면 
분명 가증스런 위선이요 월권일 것이며
정치와 종교가 사사로이 야합함으로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거룩한 이름마저 훔쳐
삿되이 행사함으로 그 이름을 욕보이려한
사악한 음모가 아니길 부디 바라고 있을 뿐이옵니다.
이 사회의 기본과 원칙과 양심이
하늘을 닮아 있기를 부디 바랬사오나
오늘 이렇듯 막장에 떨어져 뒹구는 지경을 겪었사오니
공정해야할 세상의 법이
힘없는 시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음도 알았사옵나이다.
죄 많은 제가
어찌 자식의 생명을 빌미로 재물을 쫓는
파렴치한 생각을 가질 수가 있는 것이며
힘없는 제가
어찌 세도가들을 당할 수나 있다고
언감생심 무모한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것이옵니까?!
긴 세월 저는 오로지
하느님이 지켜보시기에 의지하였고
믿음대로 식솔들과 같이 온전히 살아 남기 위하여
지켜져야 할 공인의 약속을 추궁했사오며
불신과 고통을 낳는 법과 행정이
마땅히 시정되기만을 바라며
지나온 날들을 피눈물 속에 견디어야 했사오니
한낱 세속의 권세로 신성한 생명을 업수이여기는 자
그 죄악대로 하늘의 징벌이 미치게 됨을
의심 없이 그대로 믿사옵나이다.
쓰러져 낙망하는 민초 위를 또다시 밟고 앉아
합법적 고문을 동원하기도 하는 잔인한 사람들
막강한 권세와 횡포에 질려 살아온 흘러간 시간들이
너무도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나
당해야 하는 시련이라면 기필코 견디겠나이다.
 
제가 지금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고있는 이 길
그것은 바로
흐트러진 생명의 윤리를 다시 세우기 위한 선언이요
막무가내 훼손되는 인권을 절벽에서 지켜내려는 발버둥이요
줏대 없이 갈팡질팡하는 지성을 일깨우려는 외침이요
어지러운 사회의 가치관을 다시 세우려는 통곡이요
사경을 헤매는 인간의 양심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제 작은 정성이고 희망일 것이오며
하늘을 거스르지 않는 정의를 찾아
작지만 이 땅위에 바로 세우기 위한
고통스런 몸부림임을 엎드려 고백하오니
제 일로 하여금 부디 그 응답을 내려주시옵소서!....
이 일을 통하여
세속적 잣대가 너무도 편협해져 있음을 통감하옵고
이제 공정한 하늘의 저울로
인간의 존엄한 생명이 공평히 달아지기를 원 하옵나니
부디 그 뜻에 따라
사람의 목숨이 귀히 되기를 간구 하옵나이다.
끝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길이
제 앞에 펼쳐져 지옥처럼 계속되고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불빛은
매서운 바람에 흐느끼듯 서 있사오나
결코 꺼지지 않을 빛임을 제가 알고 있기에
그저 바라보며 여기까지 좇아 왔을 따름이옵고
이제 하느님의 전능함으로
땅의 권세를 엄히 꾸짖을 수 있음도 제가 믿사옵나니
지엄한 뜻을 땅에서도 똑같이 세우시는
크나큰 은총을 내려 주시옵기를
하느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 드리옵나이다!....

2006년 9월 17일
무너진 가슴으로....
정석영 父 정윤용 씀.
 

저는
울고 싶었습니다.
통곡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사방 벽 속에 갇혀
생과 사 다 잊고 참담히 누워버린
날개 잃은 자식의 운명이 한스러워
까무러 치고 헛소릴 하면서도
지금까지
기어이 버티며 살아 내는 그 어미가
하루하루 너무도 아슬아슬하여
모든 것
한 순간에 허물어져 버릴것만 같아
차마 그 앞에선
제가 눈물을 보일 수도 없었습니다.
강한 척
태연한 척
아무 일도 아닌것 처럼
아낼 속이며 절 속이며....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저도 울어 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응어리진 설움
이제는 피를 토하듯 통곡도 해 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달구고 쳐도
무심히 강해지는 쇳덩이가 아닌
저 역시 나약한
한낱 인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