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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위에 먼저 오른 한나라, 이대로 승리할까
[월간조선 특집] 2007 대선 관전포인트 살펴보니…
홍영림기자 [email protected]
김행 여론분석 전문가
황장석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입력 : 2007.03.09 16:12 / 수정 : 2007.03.09 16:34

☞월간조선 3월호 바로가기 17대 대선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링 위에 먼저 오른 한나라당 주자들은 “내가 싸울 테니 네가 내려가라”며 샅바싸움이 한창이고, 열린당은 “지금의 전함으로는 싸움에서 완패한다”며 새로운 배로 탈출하고 있다.

모두들 ‘정치개혁’·‘민생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목표는 오는 12월19일 대선 승리에 있다. 일부 대선 예비주자들 사이에서는 각종 대선 승리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40%대의 정당지지도와 이명박-박근혜-손학규 후보의 지지도 총합이 80%에 이른다. 한나라당 안에서는‘세 후보를 끌어안아 경선만 치르면 무조건 승리’라는 낙관론이 솔솔 피어오른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대세론’이라는 사향에 취해 모든 것을 잃었던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과연 정신을 차릴까? 열린당은 지난 대선처럼 ‘노무현의 눈물’, ‘병풍’, ‘후보 단일화’라는 이벤트로 또다시 극적 드라마를 연출해 낼 수 있을까.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는 말 그대로 여론조사일 뿐이다. 대선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전문가들까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대선 대목’을 놓치지 않으려는 점술가들만 과감한 예언을 쏟아 낸다.

월간조선은 2007년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한나라당 후보는 과연 누가 될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독자출마할 것인지, 이명박·박근혜의 ‘X파일’의 실체는 무엇인지, 여권은 한나라당 후보를 무너뜨릴 X파일을 가지고 있는지,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당 의장은 여권의 대선후보가 될지, 여권의 제3후보는 누가 될지, 여권의 정계개편은 어떻게 진행될지,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범여권의 후보가 될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구상은 무엇인지, 여권의 단일후보 시나리오는 어떻게 전개될지, ‘북풍’은 과연 불 것인지…. 여론조사 전문가, 정치부 기자, 정치 컨설팅 전문가를 총동원한 ‘2007년 대선의 모든 것’을 담았다. <편집자주>

조선닷컴에서는 10개의 관전 포인트 중, 한나라당 후보는 과연 누가 될지, 여권은 한나라당 후보를 무너뜨릴 ‘X파일’을 가지고 있는지, 정동영·김근태 전직 열린당 의장은 여권의 대선후보가 될지에 관한 3가지 부분만을 다룹니다. 나머지 7가지 관전 포인트는 현재 시판중인 월간조선 3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월간조선 페이지 바로가기

<1> 한나라당 후보 누가 될까

이명박, 당심 장악 시작·굳히기 들어가
박근혜, ‘3대 역전 프로젝트’ 터뜨릴 준비
홍영림 조선일보 정치부 여론조사 전문기자

앞서 가는 이명박 전 시장

지난 1월 초 SBS는 신년특집으로 한나라당의 현행 당헌과 똑같은 방식으로 경선을 치를 경우 대선 후보 지지도를 측정했다. 대의원과 당원 각각 500명, 그리고 일반국민 공모선거인단 419명과 일반국민 1000명의 여론조사를 실시해 당헌대로 대의원 2, 당원 3, 공모선거인단 3, 일반 여론조사 2의 가중치를 부여한 것이다.

그 결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57.1%로, 37.5%인 박근혜 전 대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4.3%로 3위, 원희룡·고진화 의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분야별로 보면, 대의원 상대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 48.7%, 박 전 대표 44.9%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이었다.

이른바 ‘당심’에서는 박 전 대표가 해볼 만했다. 하지만 일반당원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이 20%포인트 가량 앞섰고, 공모선거인단과 일반국민 여론조사 등 이른바 민심에서는 25%포인트 가량으로 더 벌어졌다. 한나라당 대의원을 제외하고는 이 전 시장의 강세가 확연하게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현행 당헌·당규에 따라 한나라당 경선이 치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선 시기와 경선 방식에 따라 결과는 매우 판이할 수 있기 때문에, 각 후보 진영에선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경선 룰에 대한 입장이 크게 다르다. 현행대로라면 대선 6개월 전 후보 경선을 치르게 되어 있다.

경선 시기와 관련해 유력 후보인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지난해와 달리 말이 서로 뒤바뀌었다. 지난해 중순까지 경선에 자신감을 갖고 있던 박 전 대표 측은 ‘절대로 당헌·당규를 고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최근 사견임을 전제로 “여당은 최대한 자기들 후보에 대한 검증기간을 짧게 하려고 할 거고, 후보를 뽑아 놓고도 다른 후보를 내서 판을 뒤집으려고 할 수도 있다. 우리 혼자 독불장군처럼 먼저 할 필요가 있느냐”며 ‘경선 시기 연기’를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월22일 불교방송에 출연해 “원칙은 6월 전에 (경선을) 하도록 돼 있고, 후보들이 다 동의하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며 ‘경선 연기’ 주장을 일축했다.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에게 지지율에서 밀리던 지난해 6월엔 “선출 시기가 너무 이르다. 당헌·당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연기를 주장했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이 전 시장은 경선이 빠를수록 유리하지만, 박 전 대표는 경선을 늦춰서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다.

경선 시기는 박 전 대표가, 경선 방식은 이 전 시장이 지지 높아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경선 시기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 주고 있다. 지난 1월 동아일보가 한나라당 국회의원 9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대다수인 80.7%가 ‘경선을 여권 대선 후보가 가시화될 9월 이후로 늦춰야 한다’고 답했다. ‘당헌·당규에 규정된 대로 6월에 해야 한다’는 의견은 19.3%에 그쳤다.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두 후보 진영은 대립하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현행대로라면 4만 명 이내에 불과한 당원과 일반국민의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고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내 입지가 이 전 시장보다 탄탄한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당심이 절반이나 반영되는 경선 룰을 바꿀 이유가 없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경선 방식에 대해선 다수가 이 전 시장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한나라당 국회의원 여론조사에서 ‘선거인단 수를 늘려서 국민의 여론을 더 많이 반영하도록 경선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69.2%로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 30.8%의 두 배 이상에 달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경선 시기는 박 전 대표, 경선 방식은 이 전 시장의 입장을 다수가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경선 룰과 관련해서는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지난 2월1일 경선 준비기구인 ‘2007 국민승리위원회’ 위원 15명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으며, 3월 초까지 경선 시기와 방법, 후보 검증방법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의 ‘경선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한나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것이 좋은가’로 측정하는 한나라당 후보 선호도 추세에서도 최근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를 두 배나 앞서고 있다. 그러나 양자의 격차가 좁혀지는 요인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전당대회 두 달 전에 치러지는 4월 재·보궐 선거다. 각종 선거를 승리로 이끈 화려한 전력이 있는 박 전 대표의 ‘미다스의 손’이 다시 한 번 발휘될지 주목된다. 박 전 대표 캠프에서는 조직 강화, 콘텐츠 강화와 아울러 이 전 시장에 대한 도덕적 자질 검증 작업 등 ‘3大 역전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금으로선 경선 경쟁력은 이 전 시장이 더 높지만, 본선 경쟁력은 영남과 보수층에서 견고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오히려 높을 수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측은 “향후 정국 변화에도 불구, 가장 안정적인 후보가 박 전 대표이다”는 논리로 한나라당 지지층을 설득 중이다. 하지만 “이 전 시장에 비교해 박 전 대표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전에는 현재의 하프 스코어를 뒤집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2> 여권은 이명박·박근혜 X파일을 갖고 있나

버전업된 ‘김대업 재판’ 반드시 나온다!
현 여권은 이 분야의 프로
김행 여론분석 전문가

‘기술자’와 ‘저격수’ 풍부한 여권

2002년 대선에서 병풍을 제기한‘기술자’김대업씨. 여권은 과연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X파일을 갖고 있을까?

존재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파일이 있다고 치자. 써먹지 못하면 그만이다. 써먹더라도 ‘네거티브 공세’라는 역풍을 맞으면 오히려 당할 수 있다. 요는 ‘X파일’로 통칭되는 스캔들의 실체여부와 상관없이 ‘아니 땐 굴뚝이라도 연기를 내고야 말겠다’는 정치적 신념이 중요하다.

방향만 정해지면 X파일을 재료로 버전업된 ‘김대업 재판’을 기획·연출하고, 실행할 ‘기술자’와 ‘저격수’만 구하면 된다. 분명한 것은 현 여권은 이 분야에선 프로라는 것이다.

일단 타깃은 분명하다. 이명박·박근혜 모두 검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선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 인터넷상에 50가지의 X파일이 떠돈다. ‘100여 가지가 된다’는 얘기도 있다. 악소문이 하루가 지나면 한 가지가 더 느는 식이다.

이 전 시장은 여론조사 지지율이 50%에 가깝다. 모든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 여당은 물론 한나라당으로부터도 자신을 지켜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여당이 공격하기 전에, 같은 당의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기습공격을 당했다.

팬클럽 간에도 후보검증은 날 선 공방으로 이어졌다. ‘박사모’는 지난해 12월19일 국회 브리핑 룸을 방문, ‘이명박 X파일 9가지’란 유인물을 배포했고, 이에 ‘명박사랑’은 “베일에 싸인 박 전 대표의 사생활을 추적·폭로하겠다”고 맞섰다.

여권은 이런 한나라당의 내분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 미리 이명박을 죽일 필요는 없다. 일단 ‘띄웠다가 죽이기’ 전략을 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당에선 ‘이명박과 맞상대해야 승산이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다음은 박근혜 전 대표. 그녀의 X파일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 있을까. 우선 ‘박정희 독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명박에게 ‘도덕적 검증’이 넘어야 할 산이라면, 박근혜는 ‘역사성 검증’이 넘어야 할 산이다.

박 전 대표에게 가장 뼈아픈 질문은 ‘인혁당 사건 및 민족일보 사건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과오들이 다시금 과거사진상위 조사 등을 통해 밝혀지는 이 때, 당신이 과연 시대정신에 맞는 인물인가’ 하는 것이다. ‘박정희 후광’이 오늘의 그녀를 탄생시켰듯, 독재정권의 비리 역시 고스란히 상속받았다.

현재 타이타닉호 침몰하듯 무너지는 여당에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면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과 이-박이 약점이 많은 후보라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나도 한때 지지율 60%까지 갔다가 5%까지 떨어져 후보교체론에 시달렸지만 극적으로 당선됐다”, “선거 막판 2개월이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UCC’로 결정적 타격 가할 수도

여권은 도대체 뭘 믿는 것일까? ‘2007년 대선은 여당이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양자구도로 치러질 게 분명하다’는 자신감이다. 정치권 일각에

서 ‘기획탈당설’, ‘위장이혼설’이 나오는 것은 종국에 여권후보가 단일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권후보가 단일화되고, 여야의 ‘1대1’ 대결구도가 이뤄지면, 여권은 2007년판 버전업된 ‘제2의 김대업 사건’을 터뜨리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게 분명하다.

작은 불씨만 있어도 충분하다. 2002년 때 충분히 습득한 ‘기술’이 있다. 당내 ‘저격수’들도 있다. 김대업 같은 인물만 찾으면 된다. 그게 뭐 어려운가? 더구나 노정권이 확실히 장악한 방송매체들과 친노적인 인터넷 매체들이 있다. 집권 5년 동안 자신들의 선전도구로 동원할 수 있는 매체들을 충분히 키워 놨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신기술’. 이번 선거는 인터넷을 좀더 강력하게 지배할 수 있는 ‘UCC(손수제작물)’가 등장했다. 24시간 어느 곳에서든지 유력주자에게 파파라치를 붙여, 결정적인 동영상으로 치명타를 입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명박을 어떻게 죽일 수 있을까? 가정해 보자. 만약 선거막판에 여자와 껴안고 있는 동영상, 숨겨 둔 자식, 감춰 둔 호화 부동산 같은 것이 인터넷상에 뜬다면 그 파괴력은 대단할 것이다. 문제는 그 동영상이 꼭 사실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영상전문가를 고용해 ‘가짜 합성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100만 명, 200만 명, 1000만 명에게 동영상을 퍼나르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는 분명 범죄행위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나면 범죄행위로 당락이 뒤바뀌었다 해도 선거결과를 바꿀 수는 없다. 잡힌 자 몇 명만 감옥 가면 그만이다. 마치 대만의 천수이볜이 자작 총격사건을 꾸민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박근혜는 어떨까. 현재 모 방송국에선 인혁당 사건으로 20부작을 기획했다고 한다. 선거 직전에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그녀의 사생활을 음해하는 동영상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친여 방송과 인터넷 매체들이 소리 높여 합창할 것이다.

여권은 언제든지 이·박을 죽이려 들 테고,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 할까? 여권은 X파일이 진실이든, 허구든 간에 X파일을 사실처럼 만들어 낼 것이다.

<3>정동영·김근태 여권 대선후보 될까

정동영 측근 "한나라당 분열할 때까지 10%대 지지율 확보하면 승산 있다"
황장석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2선 퇴진 압박받는 정동영·김근태

2006년 12월28일 오전 긴급 회동을 가진 열린당 김근태 전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은 지난 1월 고건 전 총리의 대권포기 선언 직후 고향인 전주를 방문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호남의 개혁·진보 유권자들은 초인을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 전 의장 측근의 얘기다.

“고건 전 총리의 낙마에서 보듯 외부인사 영입이라는 게 대안이 될 수 없다. 어차피 대선주자는 정치권 인사일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정 전 의장은 여전히 여권의 강력한 대선후보이다”

김근태 전 의장도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당 해체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정동영·금근태 전직 의장들은 과연 여권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열린당과 함께 추락해 버린 두 정치인은 지지율이 저조하다. 정 전 의장 측은 올해 초 고건씨가 낙마하자 갈 곳을 잃은 호남표가 자신에게 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오히려 이명박에 고건 지지표가 더 많이 갔다.

김근태 의장은 열린당 분당 국면에서 당에 남아 독배를 들이켰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수차례, 의장직을 사퇴하고 전열을 가다듬을 생각을 했고 2월14일 전당대회 이전에 그만둘 결심도 했지만, 문희상·배기선 의원 등 중진들의 만류로 일단 난파선에 남았다.

“대권에 도전하려면 노무현 대통령의 색깔을 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여권 일각의 시각에서 보면 그는 치명상을 입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바랐던 ‘전당대회를 통한 통합신당 추진’을 총지휘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최근 여권에서 논의되는 대선필승 시나리오엔 조연배우로서 ‘정동영·김근태’가 등장한다. 열린당 출신이든 민주당 출신이든 여권의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이들이 내놓은 시나리오는 두 사람의 ‘2선 퇴진’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이나 당에 남은 의원들을 가리지 않고 상당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외부인사들을 끌어들이려면 “정동영·김근태 두 사람은 2선으로 물러나야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열린당을 탈당한 이계안 의원은 ‘부도회사 CEO 책임론’을 제기한다. 이의원은 “정당과 기업을 1대1로 비교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시사점이 있다. 부도난 회사의 CEO가 새 회사를 다시 맡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지지율 10%이면 상황은 달라질 것”

정동영·김근태의 2선 퇴진 시나리오는 새 인물 영입으로 이어진다. ‘유력한 외부 인사들을 영입해 세를 규합하고 국민적 지지를 불러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에선 ‘한나라당의 분열’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많다.

외부수혈을 해봤자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가 갈라서고, 그에 따라 한나라당이 두 개 이상으로 쪼개지는 ‘은총’을 입지 않으면 ‘부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권후보 손학규 카드’가 나오는 것은 그런 연유와 무관하지 않다.

2선 퇴진론을 외치는 김부겸·송영길·임종석·정장선 등 여당 출신 재선의원들이 민주당 출신 김효석·이낙연) 의원 등과 추진하는 ‘중도통합 구상’의 중심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자리 잡고 있다.

“손학규가 됐든 정운찬이 됐든 외부에서 주자를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권 인사들은 “정동영·김근태 두 전·현직 의장에게 무대 중심에서 물러나라”며 숨통을 조이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은 주위의 기득권 포기 압력에 “나는 당의장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니다. 지금 백의종군하고 있지 않으냐”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는다. 김근태 전 의장은 최근 2선 퇴진론 얘기를 꺼낸 인사들에게 사석에서 “우리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가 있을 때 당신들은 무얼 하고 있었느냐”며 발끈했다.

정동영 측은 정면돌파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노사모’와 비슷한 온라인 중심의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이 지난 1월 출범했고, 전국 광역시·도 권역별로 전문가 중심의 자문그룹인 ‘평화와 경제포럼’을 꾸리고 있다. 고건 전 총리의 지지그룹을 흡수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의 한 측근은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이 점쳐지는 오는 6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까지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이다. 지지율이 10%대로 올라선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김근태 의원도 물밑에서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김근태라는 정치인이 어떤 화두를 들고 국민 앞에 돌아올지 내공을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고민한 세대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민주화 세력이 담당한 지난 10년의 시간이 부끄럽지 않도록 인식하게 하는 문제를 고민할 것이다”고 했다.

대선을 앞둔 여권의 지각변동 과정에서 정동영·김근태 두 지도자가 ‘킹이 아닌 킹메이커가 되라’는 압박을 딛고 대선주자로 거듭날지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있는 6월경에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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