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북한은 내분 및 대외도발 가능성이 상존한다. 김정은 시대로의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란 기대는 접는 게 좋다.”

유라시아그룹은 올해 글로벌 10대 리스크로 북한의 불안정한 권력세습을 꼽으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이 체제 안팎으로 폭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중 양국은 한반도 급변 사태에 대비한 합동계획을 세워야 2012년 파국을 피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그룹은 리스크 보고서에서 북한의 첫 특징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투명한 정권이라는 점을 들었다. 누구도 북한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갑작스레 붕괴할 경우 상황은 극단적으로 파괴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국면에서 그나마 확실한 것은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했고, 대외 도발을 전통적인 외교정책 수단으로 써온 나라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 사후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군최고사령관으로 추대하는 등 초고속 지도자 승격 코스를 밟고 있지만 그의 권력이 북한 전체를 컨트롤한다고 볼 만한 징후는 아직 없다. 이런 이유로 유라시아그룹은 보고서에서 “북한은 역사상 최초로 핵통제권을 가질 지도자가 없는 핵국가가 될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유라시아그룹은 김 부위원장의 미래에 대해 “권좌에 있을 수는 있겠지만 북한을 실제적으로 통치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하고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김 부위원장 주변의 핵심테크노크라트들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이유로 김 부위원장이 리더십 부재 현상을 극복하고 체제 결속 및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체제 내분 문제와 관련, 보고서는 “정부 고위인사들 중에서 기존에 누렸던 기득권을 상실할 위기에 놓인 집단이 김정은 권력 기반 공고화를 저지하려고 할 것이고 그같은 내부 갈등 징후가 이미 있다”면서 “그러나 그런 내분이 조기에 가시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라시아그룹이 예측하는 북한 관련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정권의 조기 붕괴다. 이 경우 한·미 양국은 군대를 파견해 북한의 핵무기 및 대량파괴무기를 안전하게 확보하려 할 것이고, 중국도 북한 난민의 중국유입 및 치안유지 명목으로 인민군을 파견, 결과적으로 한·미 양국 대 중국이 압록강지역에서 대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에서 한반도 안보문제로 갈등하게 되는 형국이 조성되기 때문에 미·중이 이 같은 잠재적 갈등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선 북한급변사태 대비책을 합동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숙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