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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만 되면 한국사회 떠나고 싶다`-폭탄을 안고 사는 사회3 2004.01.30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지난해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의욕적으로 내건 슬로건이다. 아마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정`을 도모하겠다는 뜻이었을 게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국민은 과연 `대통령`대접 을 받고 있을까? 감히 말하건대 대답은 결단코 `아니다`일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요구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기업을 할 수 있게 만이라도 해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기업 투자 없이 소비가 살아날 리 없고, 실업과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도 요원할 따름이다. 한마디로 최악의 경제 상황이다. "국민이 봉이냐"는 가시 돋친 말이 저절로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참여정부 1년의 혼란을 올해까지 이어 가서는 안 된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입니다"라는 생각으로, 대승적 차원에서 대통령과 정치권, 재계가 손을 맞잡아야 할 때다.

▲국민 노릇 못해먹겠다(신음하는 국민)
지난해 홈쇼핑에 나온 이민상품이 대박을 터뜨렸다. 능력만 되면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나 이민을 꿈꾼다. 아이들 교육이 문제고, 시끄러운 정치판이 싫고, 빈부(貧富)격차가 극단으로 치닫는 현실도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여정부 들어서는 국정 기강마저 흔들리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한풀 꺾인 경제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여파로 외환위기 처음으로 지난해 일자리는 3만개가 줄고, 실업자는 6만9000명이나 늘었다. 특히 청년층(15~29세)실업이 심각해, 지난 1년 동안 20만 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 `38선. 45정. 56도. 2태백`이라는 눈물겨운 신조어가 생겨난 판이다.

신용불량자는 매달 증가해 400만 명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20% 가량이 금융거래를 사실상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자기 집 갖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최근 발표된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가계소득이 300만 원인 도시근로자가 서울에 25평 짜리 집을 마련하는데 18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98년 조사에서 25평 짜리를 구입하는 데 11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7년 가량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

◆통합적 리더십 갖고 `이제는 경제`(전문가 조언)
국민으로부터 국정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정·재·관계를 아우르는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외교부 파동`과 관련,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대통령 의견이라도 장기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것일 때에는 공무원들도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대통령은 이를 설득하고 감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밑에서는 `NO`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위에서는 이를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곽상경 고려대 명예교수도 "대통령이 외교부 국·과장급의 소신을 조율과정 한 번 없이 단칼에 내리친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민족주의, 국수주의, 반세계화, 자주 등의 구호가 드높았던 중남미를 떠올리게 된다"면서 "나라가 멍들면 결국 서민만 힘들어진다" 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건설적 지지를 촉구하는 의견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대통령이 계층, 지역, 세대, 산업 간 갈등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국민들의 팔로업 십 (follow-up ship)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도자 는 국민 탓만 하고, 국민은 지도자 탓만을 하는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유 상무는 "경제에 눈을 돌려야 한다"면서 "금융 불안과 제조업 공동화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 이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2004.1.19 해럴드경제)

`폭탄을 안고 사는 사회`라는 제목으로 3회째 그늘진 사회의 단면을 소개하면서 한편 죄송스럽고 미안한 감을 금할 수 없다. 금방 터질 것만 같은 사회의 불안한 제반문제가 이제 그 깊이를 가늠하기도 힘들게 깊게 주름져 있다. 정권만 바뀌면 제일 먼저 했던 것이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척결이었으나 정권이 수없이 바뀌어도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 깊고 지능적이고 범죄적인 방향으로 암처럼 번져만 같다.

새 정권이 들어 선지 일년이나 흘렀으나 과거청산에 더 많은 시간만 낭비하는 양상이고 국리민복을 위한 전진적 정책은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으며, 국내외 정치적으로 해결해야할 다급한 문제들, 즉 북핵 위기와 대미관계, 이라크 파병, FTA 국회비준, 청년실업, 무너진 교육, 외국으로 탈출하는 제조업, 외국인 투자유치의 부진, 숨막히는 교통지옥, 날로 증가하는 환경오염, 핵폐기물 처리장 선정문제, 국민이 재산을 부당하게 강탈당하는 하루에 하나씩 쏟아지는 토지개발 정책과 부동산 투기문제 등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쌓여만 가고 있다.

가난의 틀만 벗으면 모든 것이 잘될 것만 같던 우리의 소망은 만불 시대에 살면서 실업은 더 늘고 빈부의 격차는 심화되어 폭탄을 안고 사는 사회라는 익명이 붙게 되었다. 왜 이렇게 불안과 갈등 속에 살아야 하는가?
60년대부터 역대정권이 이루어 낸 브레이크 없는 과속문화는 경제적 가치만을 최우선으로 우상화시켰고 결국에는 미풍양속과 전통적 가치와 맞바꾸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 내야 했다. 우리는 지금 가난해서 겪는 고통보다는 더 큰 정신적 고통을 감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물질적 가치를 수용할 삶의 진정한 정신적 가치를 회복시켜 줄 때인 것이다. 우리가 할 수만 있다면 청학동에 가서 진정한 삶의 여유와 철학을 배워왔으면 좋겠다.

가을에 나무가 낙엽을 떨어뜨리는 것은 낡은 것으로 겨울을 건너지 못하기 때문이며, 낡은 것을 버리지 않으면 새것이 돋아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떨어져 나가야 할 것들과 버려져야 할 것들에 슬퍼하거나 미련을 갖지 말자. 그 가치를 억지로 폄하시키지도 말자 그것들은 역사의 흐름을 바로잡아 주는 한몫을 하고 떠나는 희생양으로 평가 해보자.

대통령도 못해먹고 국민노릇도 못해먹으면 이 나라는 어찌되는가? 독도도 빼앗기고 고구려 역사도 팔아먹어야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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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성 시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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