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유홍준 /5/ 민둥산이 소원인 문화재청장?
전북대 박물관 앞에서 30여 년 이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해 주던 '히말라야시다'라는 나무가 생명체를 존중할 줄 모르는 무지몽매한 자들의 손끝에 의하여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왕조시대의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 스타일의 권세를 휘둘러보고 싶어 각종 서커스와 마술을 보여 주는 ― 입 벌려지는 대로 말을 뱉는 버릇이 심한 좌파 지식들의 대표격인 ― 문화재청장 유홍준씨의 말 한 마디에 한 생명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두 거물(巨物)과 만났습니다.
한 거물은 이 유홍준씨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그 어미를 도와 준 삼신(三神) 할머니, 또 한 분은 [나무를 심으며] 라는 시를 남기신 이인석(李仁石) 시인의 혼백(魂魄).
1. 삼신할매와의 대화
유장 : 보소, 보소! 삼신할매요!
삼신할매 : 와? 와 또 이래 소리질러 쌓노?
유장 : 할매요! 전북대 박물관 앞의 히말라야시다 나무가 박대통령 시절에 심어진 나무라서 베어버려야 한다면, 역대 대통령 중에서 식목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신 위대한 지도자이신 박 대통령 시절에 심은 나무들은 모조리 베어 없애야 하는 것 아닙니꺼?
삼신할매 : <유장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야, 이 눔아야! <한숨을 쉬면서> 생각해 보거레이! 이 한반도 남반부나마 짙푸른 나무가 우거진 것, 그거 다 누구 덕이고? <또 한숨> 박 대통령 시절에 심은 나무들을 다 잘라 없앤다꼬? 그럼 이 남한 땅엔 벌거벗은 민둥산만 남는 것 아니겄냐?
유장 : 저 유홍준 동무는 북한 땅이 온통 민둥산이라서 남한도 북한처럼 하향평준화를 시도하는 것 아닐까요?
삼신할매 : 평준화고 개나발이고 다 집어 치우거라, 잉? 유홍준 이 눔아를 내가 어느 하룻밤 꿈에 나타나 혼 내 줄끼다, 마! 평등 좋아하고 평준화 좋아하다가 남북한 산이 몽땅 학대받아 쓰러진 아낙네 꼴 되겄다, 야!
2. 이인석 시인의 혼백과의 대화
유장 : 날이 갈수록 대한민국 엉망진창이 돼 가는데, 못 본 체하실 것인가요?
이인석의 혼백 : 정신병자들이 줄어들어야 할 터인데……. <하품을 하면서> 유홍준 그 친구, 하늘이 동전 크기로 보이는 시절을 즐기고 있는 셈이지. 불쌍해! 자기 말 한 마디에 절절 매는 휘하 사람들 꼴을 보는 재미를 즐기느라고 한 마디 던져 본 것인데, 바보처럼 그 말 한 마디에 나무 한 그루를 함부로 베어 버린 박물관장도 팔불출일세. 불쌍해!
유장 : <기지개를 켠 후> 선생님의 시를 한 편 유홍준 동무에게 전할까요?
이인석의 혼백 : 그 동무, 문화재 연구가로 행세를 하면서 글 깨나 쓴다고 설치더라만, 내 시를 음미할 만한 문학적 안목까지 갖추었을꼬, 혹시?
유장 : 친북좌익 분자들이 우글거리는 저 동네엔 워낙 팔방미인들이 많으니까 선생님의 시의 뼈대는 대강 추려낼 것입니다. 향기를 맡을 코는 없겠지만.
이인석의 혼백 : 민둥산이 소원인 자가 어찌 내 시의 뼈대나마 제대로 추려낼 수 있을꼬?
▲ 참고문(이인석의 시)
나무를 심으며
李 仁 石
수목 이름을 구원해 주소서.
무한한 생명 대지(大地)의 넋인 울창한 숲을 불러 일으켜 주소서.
가도 가도 끝없는 푸름
아득히 하늘을 덮은 숲으로 하여
매마르고 거치른 이 마음을 적시어 주소서.
황폐한 이 고장을 어찌타 금수강산이라 하옵니까.
나무를 남벌하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굶주림과 죽음의 땅으로 추망된 것은
아귀(餓鬼) 된 에리식톤만이 아니옵니다.
스스로의 손발마저 잘라 먹은 신화를
우리의 운명에서 거두어 주소서.
강파르고 매몰진 이 겨레의 마음이
헐벗은 산들의 노여움인 줄을 알았습니다.
핏줄마다 살기차게 움트고 있는
허위와 사악(邪惡)과 불의의 씨는
물어뜯고 할퀴어 뼈마낭 앙상해진 대지의 저주임을
알았습니다.
쩍쩍 갈라진 이 강토에는
지금 뜨거운 피가 흥건히 고여 있습니다.
겨레를 부르며 쓰러진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소서.
하늘에 사모친 분노와 기원으로하여
하늘을 찌르는 숲을 이루어 주소서.
절통한 울음을 멈추고
가슴 풀어헤친 채 노래를 불러야 하겠습니다.
불멸의 정신 솟음치는 생명력과 더불어.
만유(萬有)를 포옹하는 사랑을 불러 일으켜야 하겠습니다.
허망과 불안과 공포와 절망에서 벗어나
목숨의 아름다움을 노래해야 하겠습니다.
아침이슬이 구슬같이 내린 꽃숲으로하여
산산 들들의 문채(紋彩)를 황홀케하여 주소서.
잎들의 밀어(密語)와 푸른 향에 취케하여 주소서.
몽몽( )한 운무 속에 솟아 있는 봉우리마다
환희와 서기(瑞氣)에 부풀게하여 주소서.
마음과 마음에 그러한 숲과 푸르름을 주소서.
<1956년 11월호 《사상계》에서 베껴 옴>
//050428나무/유장(酉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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