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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또다시 심각한 식량위기 직면
김정일 정권의 식량 배급제 전환이 원인

김필재 기자 2006-05-06 오전 11:19:40

김정일 정권이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 구호단체의 식량 원조를 거부하고 식량 배급제로 전환함에 따라 90년대 중반에 이어 또 다시 북한에서 심각한 기아 사태가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북한의 국제구호기관에 대한 식량지원 중단 요구로 지원 량이 급감한데다 한동안 부분 허용됐던 식량매매 정책이 불허로 바뀌면서 올해 춘궁기의 식량부족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wfp의 식량 원조 중단을 요구했고 12월 이후부터는 사실상 북한에 대한 국제구호단체의 식량 원조가 중단된 상태다. 북한은 특히 지난해 말부터 1995년 이후 식량난 악화로 허용했던 장마당 등에서의 사적 곡물거래를 금지하는 한편 배급제 시행을 다시 확대해왔다.

이와 관련 iht는 기아 상황에서 완전 회복되지 못한 북한에서 배급체제가 부활해 어린이, 임산. 수유부, 노약자 등 취약계층도 식량구입을 못해 기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이 춘궁기를 맞아 식량난 공포에 떠는 것도 근거가 있다고 전했다.

iht는 또 지난 10년간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 온 wfp를 비롯한 국제 구호기관의 대북 식량지원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거나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 한국과 중국 등 대북 구호 국가들이 공백을 제대로 메워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과 중국의 대북 구호지원이 wfp 등 국제 구호기관들처럼 북한에 대해 강력한 분배현장 감시를 요구하지 않는 관계로 지원 물량이 군부 등 엘리트 계층이 아닌 어린이, 노약자, 임산. 수유부 등에 가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미국의 저명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트 워치’(hrw)는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세계식량계획 wfp의 지원을 거부하고 배급제를 재개하면서 식량 수급에 이상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해 450만 톤의 곡물을 수확했지만 15% 정도의 손실을 감안하면 북한의 1년 소비량 600만 톤의 절반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hrw는 따라서 북한이 사적인 곡물 거래 금지와 배급제를 골자로 한 현재의 식량정책을 고집할 경우 대규모 아사 위기가 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hrw는 북한의 배급제가 부활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많은 북한인들이 식량 배급을 못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지난 4월의 경우 불과 10일분만 식량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으며, 5월에는 식량 배급이 없었다고 식량 배급 담당관들이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hrw는 북한에 대해 식량지원을 받되 투명한 감시를 허용하고, 사적인 곡물 거래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김필재 기자 ([email protected]) 20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