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여대 교수협의회 등 대법원 판결 및 관련 언론 보도 비판
지난 6월 내려진, 경인여대 설립자에 대한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경인여대 설립자 백 모씨 등이 학교 복귀 움직임을 보여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경인여대 교수협의회, 법인사무국, 직원노조, 총학생회 및 경인여대정상화를 위한 범인천시민대책위 등은 “대법원 판결이 그들의 비민주적 대학 운영 등을 모두 정당화해 주는 면죄부는 아니다”라며 “부도덕한 대학설립자의 복귀 시도를 반대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 단체의 반발은 지난 6월의 대법원 판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법원은 지난 6월 2일 경인여대 구재단 설립자와 전 학장 등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업무상 횡령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판결문은 “사립학교에 있어서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등과 같이 원래 교비회계에 속하는 자금으로 지출할 수 있는 항목에 관한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하여 교비회계 자금을 지출한 경우 이러한 차입금 상환행위에 관하여 교비회계 자금을 임의로 횡령하고자 하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행위자가 이러한 차입을 하거나 지출을 하는 과정에서 사립학교법의 관련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아니하였다면 이에 대하여 사립학교법에 따른 형사적 제재 등이 부과될 수 있”다라고 했다. 즉, ‘횡령’은 아니고 ‘사립학교법 위반’은 인정한다는 것.
이에 대해 경인여대 교수협의회는 “개교를 위한 교사건축 등 시설비는 개교 이전에 발생하였으므로 시간적으로 교비회계에서 지출하는 것이 원래부터 불가능하다”고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학교 설립에 든 시설비를 개교 후 학생들의 등록금을 가져다가 충당한 것은 그것 자체로 불법이라는 것. 대법원의 판결이 사립학교법을 잘못 해석해 사학 법인 측에 유리한 결론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임재홍 영남대 교수는 “재단이 설립 인가시 자금 조달 계획서를 쓸 때 교비를 통해 설비비를 충당하겠다고 쓰고 허가받지 않은 이상, 학교 설립 시 사용된 시설비 차입금 상환을 학생 등록금 등이 주 수입원인 교비회계에서 충당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2심인 고등법원 판결에도 나타나 있다. 백모 설립자는 경인여대 인가시 출연한 부동산 중 일부를 처분하여 학교시설을 완비하겠다고 신청해 설립인가를 받았다.
또한 대법원은 백모 설립자 등이 교비를 자기 통장과 법인회계 통장에 분산해 넣었다가 다시 교비 통장에 기부금 형태로 넣었다가 재인출한 행위 등에 대해 결과론적으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로 쓰인 차입금 상환에 쓰였으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이선표 경인여대 교수(세무회계)는 “기업의 사장이 회사 통장과 개인 통장을 구분하지 않고 이 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시 저 주머니에 넣었다가 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냐”며 비판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일부 신문들이 ‘대법원의 판결로 설립자의 혐의가 벗겨졌고 2000년의 임시이사 파견 자체가 잘못됐다’는 내용의 기사와 사설을 실은 데 대해 경인여대 교수협의회 등은 ‘사실 관계를 잘못 파악해 보도했다’며 문제를 제기 중이다.
한 신문은 “교비횡령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된 후 학교에서 쫓겨난 경인여대 설립자가 6년여만에 혐의를 벗게 됐다”라며 기사에서 보도하고 사설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로 2000년 7월 교육부가 관선이사를 파견한 조치는 잘못이라는 결론이 났다”고 썼다. 다른 신문도 “지난 2일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 누명을 벗”었다라고 보도했다.
교수협의회 측은 이에 대해 “설립자의 횡령 혐의에 있어서만 대법원이 내린 해석상의 차이로 무죄 취지로 고등법원으로 환송돼 재심하게 됐지만 사립학교법 위반 등 다른 유죄 판결은 유효하다”며 “이들의 혐의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위법 사항은 더 분명히 확정된 것인데 이들 신문이 파기 환송된 부분만 보도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설립자 등 태양학원 임원에 대한 취임승인 취소는 2000년 6월 실시된 교육부의 감사결과에서 밝혀진 허위 이사회 개최에 의한 이사회 부당운영, 위법부당한 임원선임, 학장 임용 부당, 허위임용 보고, 대학설립비 교비회계 전가 등 서른 가지의 불법적인 대학운영으로 인한 것이며 교비횡령 형사사건과는 무관”하다라며 관선이사 파견 자체를 잘못된 조치로 보는 시각에 대해 비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오주영 경인여대 교수는 “언론이 그간의 구 재단 설립자 및 학장의 비민주적 학교 운영 행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법원 판결을 기사화해 빚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태양학원에 임시이사를 선임한 사유는 △설립자 일가족의 독선적인 교직원 인사와 회계비리 의혹 △학생, 교직원의 수업거부 및 점거 농성으로 인한 학사행정 마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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