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농성장을 빠져나와 잠적했던 촛불 수배자 5명을, 강원도 동해시 묵호동의 한 호텔에서 검거했단다.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한용진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백성균 미친소닷넷 대표, 김동규 진보연대 정책국장,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등이 그들인데, 이제 남은 촛불시위 주도 혐의 관련 수배자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김광일 다함께 운영위원, 오종렬 진보연대 공동대표, 주제준 진보연대 사무처장 등이고.

다른 이들은 몰라도, 오종렬과 이석행만큼은 반드시 붙잡아 응분의 댓가를 치루게 해야 하는데, 이 둘은 어찌나 숨는데 귀재들인지 그리고, "종렬이와 석행이 없~다~"를 외쳐대며 숨겨주기를 마다않는 확실한 추종자들 때문에, 이들을 잡기에는 적지않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붙잡힌 이들의 "법정에 가서 당당히 촛불시위의 정당성을 밝히겠다" "경찰 수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등의 헛소리는 차치하더라도, 이들이 붙잡힐 당시 화투판을 벌이고 있었다는 보도를 접한다.

물론 "관광객처럼 보이기 위해, 호텔 프런트에 화투를 요청해 방 한쪽에 놓아두었을 뿐, 사용한 적이 없다" "이번 '화투 사건'은, 촛불 수배자 연행을 계기로, 경찰의 불법 부당한 촛불탄압에 대한 비판여론이 다시 한 번 크게 일어날 것을 우려하여, 국민의 시선을 화투로 유인하기 위한 경찰의 의도된 조작이다"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라는 집단의 항의 성명이 있었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화투 건은 그저 발가락 하나 정도의 비난을 더하는 것일 뿐이지, 정작 비판받아야 할 사항과는 격(隔)을 가지는 부분이다.

또한 이에 대해 경찰은, "그들이 화투를 치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며 정면으로 반발했는데, 이건 어찌 설명할텐가?

그리고 개인적 생각으로는, 오히려 '화투 사건'을 저들이 더 크게 떠들며, 경찰의 '함정 수사'임을 강조해, 비난을 나누어 가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마디로 화투를 희석용제로 사용하려는..

보도에 의하면, 이들 중 한명이 내려와 화투를 달라다 없다고 하니 밖으로 나갔다며?
뻔하지 뭐. 

화투사러 나갔지.
만약 밖에서 붙잡히지 않았으면, 화투사들고 와서 신나게 쳤을테고.
"아싸~ 따닥" "아 쉬파, 또 쌌네" "못먹어도 고!"를 외쳐대며 말이다.

이젠 화투열사로 불리게 된 이들의 체포 소식은, 답답한 뉴스만 쏟아지는 와중에서 그나마 시원한 것이었다.

그나저나 셋만 모였다하면(요즘엔 둘이서 마주보고 치는 맞고도 있더만), 그리고 명절때면 당연한듯 등장해, 모든 가정주부들의 공적으로 찍힌 화투라는 것.

화투(花鬪)라..

한문 그대로 풀이하자면 꽃싸움이란 뜻인데, 이런 어찌보면 낭만적이기까지 한 꽃싸움과는 거리가 멀게도, 종종 패싸움으로 끝을 보게 되는 화투에 대해 몇자 적어보려한다.

너무 글이 짧게 끝나는게 섭섭해 이런 화투에 대해 적는 이유지만, 우리가 늘 함께하는 화투에 대해 알아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의..

18세기 후반 일본에서 도박이 금지되자, 대용품으로 서양의 카드를 1년 12개월로 나누어 변형시켜 하나후다[花札(화찰)]를 만들고, 놀이를 겸하여 도박을 행하던 것이, 일제강점기 전후에 한국에 유입된 것으로 짐작되는 화투.

1월부터 12월까지의 화투가 의미하는 것(화투로 점칠때)과 각 그림의 유래 등에 대해서.

1월(송학) : 소식, 복

일본에는 정월 초하루부터 1주일동안, 소나무를 집앞에 꽂아두는 풍습이 있다. 카도마쯔(門松)라고 불리는 세시풍속으로, 福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물론 요즘도 각 집마다 각 회사마다 변함없이 이뤄지고 있는 전통이고. 이런 이유로 소나무가 1월을 장식하게 되었다. 이런 솔과 함께 등장하는 게 학이다. 우리도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치듯, 학은 일본에서도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결국 1월의 화투는 '福과 건강'을 비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2월(매조) : 애인

2월은 일본에서 매화 축제가 벌어지는 때이다. 꽃도 꽃이려니와 특히 열매, 즉 매실로 만든 절임인 우메보시(梅干)는, 일본인들의 입맛을 돋구는 대표적 일본 음식이다. 일본인을 어머니로 둔 어느 한국인의 수기에 보면, 한국에 살던 그 일본인 어머니가 "죽기 전에 '우메보시'가 먹고 싶다"는 대목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매화는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꽃이기에, 화투의 2월을 매화가 장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리라. 또 매화나무에 앉아있는 새는 꾀꼬리類의 휘파람새이며, 일본의 초봄을 상징하는 새라고 한다. 

3월(벚꽃) : 소풍, 여행

3월은 벚꽃 즉 사쿠라다. 대나무 바구니에 벚꽃을 담아놓은 것 처럼 보이지만, '만마쿠'(慢幕)라고 부르는 막이라고 한다. 각종 식장(式場)에 둘러치는 전통휘장으로 쓰여진다.

4월(흑싸리) : 근심 

검은 싸리나무처럼 보여 보통 '흑싸리'라고 부르지만, 원래는 등나무(藤-후지) 줄기와 잎을 그린 것이다. 등나무는 일본의 초여름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가문의 문장(紋章)으로도 자주 쓰이는 나무다. 일본에서 후지(藤)로 시작하는 이름들, 예를 들어 후지모토(藤本),후지타(藤田) 등의 이름이 많은 것도, 등나무가 일본인들에게 얼마나 친숙한 나무인가를 설명해주는 사례라 하겠다. 또 4월에 그려진 새는 비둘기다. 일본에서 비둘기는 '나무에 앉더라도 자신의 부모보다 더 낮은 가지에 앉는 예절바른 새'로 평가된다. 가문의 문장에 쓰는 엄숙함이 담겨진 등나무인만큼, 거기에 앉는 새도 '예절의 상징'인 비둘기를 쓰지않았을까라는..

5월(난초) : 국수

흔히들 난초라고 부르지만, 실제는 '창포'라고 한다. 5월의 풍취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하는데, 이 점은 우리하고 비슷하고. 우리도 5월5일 단오날 창포물에 머리감는 풍속이 있으니..

6월(목단) : 기쁨

일본에서는 '보탄'이라고 해서 꽃중의 꽃, 고귀한 이미지의 꽃으로 인식된다. 여기서도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발견되는데, 한국에서는 모란은 향기가 없다고 해서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는 게 관례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사실을 모르는지, 아니면 모란의 향기를 확인했는지 나비를 그려넣고 있다. 

7월(홍싸리) : 행운, 횡재

7월의 만개한 싸리나무를 묘사한 그림이라고 한다. 앞에서 설명했듯 4월의 '등나무'를 '흑싸리'라고 오해(?)하는 것도, 4월의 꽃이 이 7월의 꽃 생김새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닌가의 생각이다. 싸리나무를 지나고 있는 동물은 멧돼지인데, 왜 멧돼지가 7월에 등장하는지는 의문이다.

8월 (공산) : 달밤

속칭 '8월의 빈 산(八空山)'이라고 한다. 화투 48장중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뒤 그림이 바뀐 것이 이 8월이라고 한다. 원래 일본화투의 8월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7가지 초목'- 억새, 칡, 도라지 등이 그려져 있었는데, 우리의 지금 화투에는 이런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밝은 달밤과 세마리의 기러기가 떼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있을 뿐..

9월(국화) : 술

국준(菊俊)이라고도 한다. 9월에 국화가 등장한 것은, 일본의 중앙절(9월9일)관습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이때가 되면 '술에 국화꽃을 넣어 마시면서 무병장수를 빌었다'고 한다. 그림을 보면 목숨 '수(壽)'자가 적혀있는데, 무병장수를 빌었던 9월 중앙절 관습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일본 왕실의 문양도 '국화'인데, 옛부터 '왕이건 상것이건 그저 오래살고 싶은 욕망'에는 차이가 없었나 보다.  

10월(단풍) : 걱정, 불안

단풍의 계절.. 단풍과 함께 '사슴'이 등장하는 것은, 사냥철의 의미라고 한다. 단풍에 사슴이 곁들여진 아름다운 자연을 연상하는 것이 우리네 정서인데 반해, 단풍철에 사슴사냥을 연상하는 것이 옛 일본인들의 정서였던가 보다.

11월(오동) : 돈

왜 우리는 흔히 이 화투패를 '똥'이라 부를까? '오동'의 '동'발음을 강하게 해서 속칭 '똥'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뭐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원래 일본 화투에서는 이 '똥'이 '12월'이었다고 한다. '오동'을 일본말로 '키리'라고 하는데, '끝'을 의미하는 '키리(切)'와 발음이 똑같아, 마지막 달인 12월에 배치했다고 하고. 그것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에 와서 11월로 순서가 바뀌게 된다. 그리고 '똥광(光)'에 있는 동물은 무엇인지 아시는지? 뭐라구요? 닭이라구요? "닭대가리? 아니죠. 봉황! 맞습니다~" 왕권을 상징하는 전설속의 동물인 봉황이다. 

12월(비) : 손님

12월에 나오는 갓 쓴 사람은 대체 누굴까? 일본의 유명한 옛 서예가라고 한다. 노무현이 아니, 개구리가 버드나무에 오르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것을 보고, '득도'했다는 한 서예가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고. 그리고 다른 광(光)들과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오시는지? 그건 다른 달의 광(光)은 '光'字가 아래쪽에 적혀있는데, 이 비광(雨光)은 '光'字가 위쪽에 적혀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비광(雨光) 아래쪽을 보면 개구리가 있는데, 비록 노란색이지만 '청개구리'라고 가정해보면, 모든 것을 거꾸로 하는 청개구리 이야기에 따라, 아래로 가야할 '光'字를 거꾸로 위에 적어넣었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 물론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화투열사에 대해 글을 적다보니, 어쩌다 화투에 대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썼는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체포된 촛불집회 주동자들은 딴소리는 넣어두고, 자신들의 죄값을 달게 받길 바란다.

화투열사..

도망다니는 와중에도 화투를 칠 정도로 미쳐 빠져들었다면, 교도소 콩밥 배식도 아래 그림과 같이 만들어 달라고 애원해보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