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대 세금탈루혐의 등…‘리스트’ 공개땐 정관계에 ‘태풍’

수백억원대의 세금탈루와 휴켐스 헐값매각,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매매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 10일 대검찰청에 출두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 회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소득세 탈루 등의 혐의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박 회장의 소환이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짐에 따라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매매와 정관계 로비 등 핵심 의혹들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200억 원대 세금 탈루 등 혐의…구속 피하기 힘들 듯

검찰 관계자는 9일 “박연차 회장이 내일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일 노건평씨 소환 때와 마찬가지로 박 회장을 비밀리에 소환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박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세종증권 주식 거래와 수백억 원대의 세금 탈루, 휴켐스 헐값 매입 등 광범위하다. 검찰은 일단 국세청으로부터 고발된 수백억 원대의 소득세 탈루 혐의와 관련해 충분한 증거와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일단 박 회장을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해 구속한 뒤 나머지 혐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7월부터 태광실업 및 자회사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200억 원대의 탈루액을 확인해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박 회장측은 “해외에서 차명으로 배당금을 받아 해외에서 썼다”면서 “국내법상 탈세 혐의가 되는지는 법적으로 다퉈볼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박 회장 혐의,‘비리 백화점’ 수준

검찰은 박 회장이 지난 2005년 세종증권이 농협에 매각되기 전 내부정보를 입수한 뒤 주식을 매매해 200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이 이 돈의 60~70% 가량을 지난 2006년 7월 농협의 자회사 휴켐스를 인수하는데 썼으며, 일부는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건네진 20억 원의 로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건넨 20억 원은 최종적으로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한 번은 휴켐스 인수로비 자금으로, 또 한 번은 남해화학 인수 로비 자금으로 건네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휴켐스를 협상 가격보다 322억 원이나 적은 가격에 인수하면서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에도 휘말렸다.

검찰은 이밖에 박 회장이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을 통해 경남 김해 아파트 부지를 박 회장의 위장 소유로 의심되는 K사 등 두 곳에 팔아 모두 300억 원의 차익을 올렸다는 첩보에 대해서도 시공사 관계자 등을 불러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태광실업 등 국내 자회사를 운영하면서 조성된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단서도 포착하고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의 적용도 검토중이다.

◈ ‘박연차 리스트’ 공개되면 정관계에 태풍

박연차 회장은 탈루한 소득세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등에서 나도는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가 공개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참여정부는 물론 현 여권에도 두루 발이 넓은 박 회장이 입을 열 경우, 불법 정치자금 수수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투자한 정치인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심은 박 회장이 과연 쉽게 입을 열 것인가에 모아진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의 탈루액이 최소 200억 원대에 이르는 만큼 세금탈루 혐의가 확인될 경우 최소 5년의 형은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은 사실을 이용해 박 회장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10억 원 이상의 조세포탈 혐의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소득세 탈루 등 혐의로 박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나머지 혐의를 집중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차 회장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포함,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선임해 소환조사에 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에는 임채진 검찰총장과 사법시험 동기(19회)이자 대검 수사기획관과 중수부장 등을 거친 박상길 전 부산고검장(법무법인 김앤장 소속)이 포함돼 있다.

한편 검찰은 구속된 노건평씨가 자신이 실소유주인 정원토건의 회삿돈 10억여 원을 빼돌려 박연차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리얼아이디’ 주식을 샀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9일 정원토건을 압수수색했으며,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50억 원의 뇌물을 준 세종캐피탈 홍기옥 대표도 구속기소했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