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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궁 원조는 DJ, 봉하마을 노방궁은 속편

봉하마을 사저를 ´노방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원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국정감사에서는 ´노무현 타운´의 전신격인 ´DJ호화타운´이 정치권의 화두가 됐다.

당시 동교동 사저의 설계도를 근거로 ´실내정권까지 갖춰지어지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은 9월 12일 아침회의에서 "지금 짓고 있는 사저는 방 8개, 욕실 7개, 거실 3개 등으로 짜여진 199평 자리 저택"이라며 "3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신축비용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총장은 "80대 노부부가 퇴임 후 단출히 살 집을 왜 이렇게 호화판으로 지어야 하느냐"며 공직자 재산등록 당시 김 대통령이 10억여원을 신고하고도 30억원에 가까운 건축비를 들여 사저를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다음날 남경필 대변인은 "155평짜리 경호빌딩과 1948평짜리 김대중 재단빌딩으로 둘러싸인 가히 ´DJ호화타운´이 형성될 모양"이라며 "초호화판 사저 신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14일 열린 국회운영위에서는 대통령 경호실이 DJ 사저의 경호경비 시설 신축 부지 매입을 위해 경호실 별관지하 시설 개·보수 예산 5억 7500만원을 전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회사태가 빚어지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한나라당은 이어 15일 ´DJ 4부자 초호화판 아방궁실태´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김 대통령 4부자의 주택가격을 모두 합치면 101억원이나 된다"며 김 대통령의 사저는 45억원에 달하고, 장남 홍일씨의 서교동 저택은 23억원, 차남 홍업씨의 서초동 아파트와 홍은동 아파트(전세)는 20억원, 3남 홍걸씨의 미국저택은 13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도대체 100억원대 부동산 자금의 출처가 어디냐. 결국 공적자금 등 각종 이권개입 대가, 아태재단의 비자금, 대선잔여금 중 하나가 아니냐"고 따졌다.

정치권 뿐 아니라 진보적 색체의 <한겨레신문>도 14일자 사설에서 "방이 여덟, 욕실이 일곱, 거실이 셋이라는 구조는 주거문제로 고생하는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장할 수 있다"며 "설사 한나라당의 주장이 정치공세라고 해도, 설득력 있게 들리는 부분이 있다"고 적었다.

신문은 또 DJ가 97년 국민회의 총재 시절 김영삼 대통령의 상도동 집 신축이 알려지자 ´전직 대통령 둘을 감옥에 보내놓고 퇴임 후를 신경 쓸게 아니라 본분인 국정수습과 민생에 충실하라´고 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동교동 사저는 상도동에 비해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며 "최대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썼다.

이 때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DJ 호화사저´ 문제 및 친인척의 비리의혹을 들춰냄으로써 ´국민의 정부의 실패´를 부각시키고 국감을 통해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문제를 재 점화, 대선전의 핵심전략인 반(反) DJ정서 확산을 노렸었다.

김대중 정권을 계승한 노 전 대통령의 경우 물려받지 않았어도 될 ´호화사저´ 논란까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국감 기간 불거진 이봉화 차관 문제에 대한 정면돌파와 국면전환용으로 지난해 9월 이미 논란이 됐던 봉하마을 사저를 건드리고 나섰지만 어찌됐든 노 전 대통령의 사저(대지 4290㎡ 1297평)가 역대 대통령의 사저 가운데 가장 넓은 것은 사실.

게다가 한나라당 주장대로라면 "사저 주변 시설 조성에 500억원 가까운 혈세가 쓰였고 웰빙숲을 가꾸는데 30억원의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는 현실과 "종합부동산세를 만든 장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세금폭탄을 안겨 놓고 시가 20억원 짜리 봉하마을 사저에 대해 종부세를 3만원 내고 있다"는 것은 시비꺼리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다 행정안전위원회 이범래 의원은 "봉하마을 꾸미기에 1000억원 정도 예산이 들어갔는데 이슈가 안 돼서 국감 마무리 때 부각시킬 것"이라고 밝혔고, 같은 상임위 이은재 의원은 "웰빙숲 앞에 골프연습장까지 만들어놨고 지하에 아방궁을 만들어 놨다고 한다"면서 계속해서 이슈화할 태세여서 논란은 시적될 것으로 보인다.

´ 감정이슈 파급효과는 매가톤급´, 노 전 대통령 측 반응에 확대 재생산

전직 대통령 사저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감정적 이슈일수록 파급효과가 큰데다 더구나 현재 ´노방궁´ 논란 처럼 전 정권의 부도덕성을 건드리는 것은 현 정권 입장에서 다른 불리안 현안을 덮기 위해서라도 만들어내야 하는 이슈"라고 진단했다.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15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몇 천억 원이 어떻게 쓰였다는 식의 공격보다도 사저 문제의 경우 국민들의 실생활과 직접 비교되는 현안을 건드리는 것으로 감정적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더구나 노방궁 논란의 경우 노 전 대통령 측이 반응을 하다보니 이슈가 재생산되고 있고 현 정권 입장에서는 불리한 이슈들이 많은 가운데 나쁠 것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도 기자와 통화에서 "정치권의 입장에서 보면 직전까지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인물, 즉 전직대통령을 건드림으로해서 나름대로 정치적 득실을 얻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권력의 핵심부에 있던 민감한 인물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고 쟁점화 하다보면 거기에 파생된 정치적 효과를 단기간에 극대화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정치적으로는 그런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차기 주자든 정치인이든 최고의 권력이었던 사람을 공격해 쟁점화함으로써 수혜를 얻으려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이어 호화사저 논란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대통령들이 임기가 끝나면 완벽히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이 아니라 현직 권력에 대한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없다"며 "미래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잠재되어 있고 과거의 부를 잊지 못하고 화려한 사저 내지는 일반인들 정서와 동떨어진 사저를 짓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도 기자와 통화에서 "규모도 크고, 국민정서에 맞지 않게 지원을 많이 받고, 그에 따른 국민정서가 강하니까 논란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며 "아직 우리나라 정치권의 경우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적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보니 그런 것이 국회 차원에서 연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예전 같으면 육사를 나와야 대통령이 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국회의원이나 시장, 도지사를 하다 대통령이 되는 경로가 형성되어가고 있다"며 "국정감사나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사저를 가지고 비판을 했던 분들은 나중을 생각하면서 비판하라"고 충고했다.

보다 명확한 사실을 근거로 대통령 사저에 대한 시비를 논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정희 한국정치학회장(한국외대 교수)은 "최근 봉하마을을 직접 다녀왔지만 그렇게 화려하지 않더라"며 "예를 들면 팩트를 정확하게 한 뒤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신중을 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