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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에 묻힌 한명숙…민주당 '당혹'

[한나라 '애도모드'…민주 '전전긍긍']

CBS 정치부 정영철 기자

천안함이 어뢰나 기뢰에 의한 피폭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한명숙 무죄 카드'로 승부수를 던지려던 민주당의 지방선거 전략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한명숙 전 총리만 바라본다'는 안팎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무죄판결을 기다려왔지만, 정작 무죄판결 효과는 금세 시들해지고 천안함 희생자 애도와 원인규명에 밀려 국민 관심권에서 차츰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 틈을 타 '범국민 애도기간'을 선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한명숙 효과를 퇴색시킬 '천안함 정국'을 형성하는 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오세훈 vs 한명숙, 다시 역전

천안함 실종자가 결국 주검으로 돌아온데 다가 군 당국이 어뢰나 기뢰에 의한 피폭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한명숙의 무죄판결의 후폭풍은 크게 잦아들었다.

이런 결과는 당장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뷰'가 지난 15-16일 이틀간 서울시민 1,053명을 대상으로 한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가상대결에서 한 전 총리는 35.6%로 오 시장(49.4%)보다 13.8%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신뢰도는 95%이며 표본오차 ±3%였다.

이는 같은 기관에서 지난 9일 한 전 총리가 무죄판결을 받은 직후 조사한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당시에는 한 전 총리(39.2%) 오 시장(37.6%)을 오차범위 안에서 앞선 것으로 나왔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천안함 정국'이 '한명숙 효과'를 뛰어넘고 있다고 분석이 많다.

오 시장 캠프측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천안함 사고의 영향이 한명숙 무죄판결보다 더 큰 것이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 한나라 '애도모드'…민주 '전전긍긍'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한 원인규명 작업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지방선거를 앞둔 여론의 향배를 좌우할 공산이 커지면서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한 전 총리의 무죄판결을 내세우며 서울 등 수도권을 물론 전국적인 바람몰이를 통해 승리를 견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쉽지 않게 됐다.

오히려 '천안함 정국'이 조성되면서 보수세력 결집 등 한나라당에 유리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북한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북풍(北風)'에 따른 역풍을 경계하면서도 이런 분위기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장례 일정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장례가 끝나는 기간까지 범국민 애도기간으로 선포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사고원인 규명보다는 애도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잇따른 군 관련 사고에 대해 정부와 여당에 화살을 돌렸다.

우상호 대변인은 "천안함 희생자들에 대해 온 국민과 함께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하고 있다"면서 "애도기간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천안함 침몰사건에 이어 링스헬기가 연이어 두 대나 추락하고, 전방 경계근무 중이던 초병이 총기사고가 나는 등 군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권은 총체적으로 군 기강을 바로잡아 사고를 줄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병헌 의원도 "천안함 사건에 북한이 개입한 증거나 나오면 국가안보태세에 구멍이 뚫린 심각한 문제"라며 "대통령과 내각이 책임지고 총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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