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약진, 한나라당 하락세
17대 총선 대전·충청 민심
필자가 미 프로야구를 보며 놀란 적이 있다. 박찬호와 김병현 덕에 미 프로야구를 몇 번 보았다. 재작년이던가. 김병현이 소속됐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랜디 존스와 원투 펀치를 이루고 있었던 선수 커트 실링을 보고 엄청 놀랐다. 커트 실링의 과학적 야구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데, 미 프로야구에서는 4∼5일 간격으로 선발투스들이 나가는데 커트 실링이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서 말이다. 우리네 프로야구 수준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커트 실링은 맞상대할 파트너팀의 각종 데이터가 입력되어 있는 노트북컴퓨터가 있는데, 선발에 앞서 각종 시물레이션을 한다는 것이다. 1번 타자와 9번 타자까지 상대타선의 장·단점에 맞춰 커트 실링의 다양한 구질로 9회까지 시뮬레이션을 실시, 승리의 공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얼마나 과학적인가? 이제 우리의 선거판도 커트 실링의 과학적 시뮬레이션을 배울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건 그렇고 17대 총선을 앞두고 대전·충청지역의 민심을 살펴보자. 코리아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중심으로 충청도의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민심이 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각당 지지도 추이>
○ 한나라당 : 14.7% → 13.5% → 12.5%
○ 민주당 : 12.0% → 15.5% → 13.9%
○ 열린우리당 : 16.9% → 17.1% → 29.3%
○ 자민련 : 4.3% → 5.2% → 7.5%
※ 2003년 12월 18∼19일(유효표본 1,058) → 2003년 12월 30일(유효표본 1,555) → 2004년 1월 15일(유효표본 1.048)
몇가지의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 열린우리당의 급상승
○ 한나라당의 하락추세
○ 자민련의 상승추세
16대 총선에서 대전·충청지역의 결과부터 보기로 하자. 대전은 6개 지역구였는데, 자민련 3, 민주당 2, 한나라당 1개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충남은 11개 지역구였는데, 자민련이 6, 민주당이 4, 한국신당이 1개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충북은 7개 지역구였는데, 한나라당 3, 자민련 2, 민주당 2개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총 24개)
재작년 대선에서 노무현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충청지역의 핵폭탄이었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DJP연합과 같은 효과를 냈다. 노무현이 이회창을 57여만표차로 눌렀는데, 충청지역에서 이회창보다 노무현이 25여만표를 더 얻었으니 어느 정도 효과였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충청지역의 총선 핵심이슈가 '행정수도 이전' 문제라는 것은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경제회생과 더불어 행정수도 이전이 17대 총선의 최대이슈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젊은 층일수록 높게(20대 42.3%), 나이가 많을수록 낮게(50대 13.9%)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지정당과 무관하지 않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열린우리당은 지도부 구성과 함께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대전·충청지역에서 1강 3중 구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참고로 최근 TJB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1월 15일 대전·충남 1,0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열린우리당이 23.4%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전에서는 열린우리당이 28%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충북에서는 이시종 전 충주시장이 한나라당을 탈당,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고 한나라당의 신경식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또 유인태 정무수석의 제천·단양 출마설과 변재일 정통부차관의 청원 투입설도.
대전·충청지역은 열린우리당의 급상승으로 과거의 3각구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열린우리당은 '충청도를 행정수도로, 열린우리당과 함께 지역발전'이라는 단순명쾌한 캐치프레이즈로 전략을 짤 것이다.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를 각 후보가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냐다. 단순 정당지지도와 후보의 경쟁력은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공조 내지 합당, 자민련의 지역주의 조장 등을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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