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참을 준비하며... 낫을 벼르며...
작성자 법선비 작성일 2004-06-10 오전 12: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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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들판에는 보리밭이 보이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보리는 다 여물어 추수를 마치고, 새로운 작물이 그 위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총회의 주제에 배경으로 있는 '보리', 우리의 '보리밭'은
여전히 여물지 않은 녹색과 갈색이 군데군데 섞여 있는 모습입니다.
아직 우리의 보리밭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라는 우리의 보리밭은 아직 여물지 않았습니다.
벌써부터 추수를 끝마친 양 잔치를 위하여 막걸리를 준비하며 돼지머릿고기를 누르는 수고는,
내일 당장 추수할 것처럼 낫을 벼리는 수고는 어쩌면 헛된 수고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하늘님의 태양빛으로, 빗물로,
그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보리밭이 여물기만을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풍년의 기쁨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잔치를 위한 막걸리와 돼지머릿고기가 아니라
내일 아침밥상과 새참상을 위한 반찬과 막걸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추수를 위한 낫을 벼리는 것이 아니라
보리 옆에서 기생하며 양분을 빨아먹고 있는 잡초를 베기 위한 낫을 벼려야 합니다.
눈부시게 벼려진 낫을 들고 준비한 밥과 반찬으로 배를 채운 후 들판으로 나가야 합니다.
뜨거운 태양볕을 때론 원망하면서
논밭에 피를 뽑고 물을 대고,
쏟아지는 장마비를 대비하여 수로를 미리 다져가며,
풍년을 맞이하여 수확을 할 준비, 수확 이후 풍년의 어깨춤을 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의 보리밭이 황금들녘으로 바뀌어 추수를 하는 그 날,
그 날을 위해, 바로 그 날을 위해
우리는
'같은 곳을 봅니다. 그리고 같은 꿈을 꿉니다. together & tomorrow!'
우리가 추수할 날이 언제일는지요?
날카롭게 벼려진 낫을 들고 추수할 날이 언제일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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