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국회 정당 청와대 등록 : 독고탁(dokkotak) 조회 : 3,686 점수 : 1,109 날짜 : 2005년 02월 03일 (10시 14분)
한나라 호박에 줄긋기 시작하다
여연(汝硏)의 마이너리티 레포트에 부쳐
▲ 윤건영 여의도연구소장 ⓒ 데일리서프 박항구 기자
한나라당이 드뎌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汝硏, 소장 윤건영)가 심각한 고민 끝에 잿빛 레포트를 작성하여 당에 제출하였다.
이름 하여 ‘2007 대선승리를 위한 당 혁신방안’이다. 한나라당은 오늘부터 1박 2일 간 충북 제천에서 연찬회를 가지며 이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일 예정이다.
당 지도부입장에서야 혁신방안을 펼쳐놓고 추인받는 기회로 삼고 싶겠지만 각개각진 소모임 별로 자료를 준비하고 벼르고 있는 마당이라 치열한 설전이 불가피하지 않겠나 싶다. 이번에야 말로 당 노선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결론까지 도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들이 많다고 소식은 전하고 있다.
언젠가 광주에서 연찬회 기간 중 츄리닝 바람으로 참배하여 가십란에 오르더니 이번엔 ‘충청권 다가가기’ 일환으로 예정된 지역주민과의 행사마저도 취소하였다고 하니 한나라당 의원들의 각오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랬다. 혀가 빠지게 한번 설전을 벌여 보라.
아무튼 늦었지만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연(汝硏)이 분석한 바 이대로 가면 2007대선에서 한나라당이 250만표 차이로 패배하게 된다는 것인데 그 원인을 비교적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분석한 것을 보면 여연이 이번 조사결과에 대하여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말해준다.
한나라당은 평소의 그들답지 않게 왜 이러한 내부자료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일까.
어지간하면 비공개자료로 협의하고 끝냈을 수도 있겠건만 이렇게 펼쳐놓는 데에는 단순히 당내에서 토론하고 대안을 마련해서 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며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총체적인 자각과 도움이 없이는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반증이다.
오랜 세월 깨진 기왓장 고칠 줄 모르고 대들보 썩히던 사람들이 팔걷고 나서는 모습도 생소하지만 아니 하던 짓 갑자기 하면 어떻게 된다는 말이 떠올라 저으기 걱정도 된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바르게 될 것인가 하는 고달픈 고민을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니 다행이지만, 누군지 몰라도 여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닐 터인데 한번 지켜 볼 일이다.
지 버릇 남 못 준다고 반성은 쉽지만 개선은 어려운 법이다
하물며 그들이 개혁을 할 수 있을까. M-16 완전분해하듯 펼쳐놓은 부품들을 볼라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립을 해야 제대로 된 총이 될 지 기대난망이다. 그걸 기름치고, 닦고, 조여서 새 총을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부품을 거의 다 바꾸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여러 가지 대안이라고 제시한 방안들을 보며, 그리고 생소한 용어들을 보며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다.
‘1천 사이버 전위.’ 흠, 그럴 듯하다. 마치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에 나오는 전사 이름 비슷한 것이 잠시 긴장하게 만든다. 한동안 ‘사이버 전사’라는 말이 나돌았었는데 어느새 ‘전위’로 바뀐 것을 보니 신경을 좀 쓴 것 같다. 아킬레스 건, 국방색을 조금 탈색하기 위함이리라.
▲ 갤럽 2005/1, 이미지 다각형의 면적은 작을수록 좋은 이미지란 의미.
민노당(23.968), 열린우리당(27.156), 한나라당(34.847)
ⓒ 데일리서프
내 조용히 귀띔해 주마. 사이버 전사는 양성되는 것이 아니다. 수족관에서 키우듯이 떡밥 줘가며 양식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하면 기껏해야 붕어요, 잘 되면 잉어다. 깊은 물속으로 달려 들어가 수초사이를 헤집고 야생의 룰을 터득한 메기나 쏘가리가 어떻게 생존경쟁을 벌이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그게 한나라당의 태생적 한계이다.
한나라당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이버 전장에서 전멸해버린 현실을 직시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나 그것을 여연(汝硏)에서 돈 들여 만든 자료라는 점이 한계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개혁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문제인식으로부터 비롯되어 아래에서 위로 치고 올라가는 요구사항이 되었어야 일말의 가망성이 있다.
잔잔한 물결이 파도 되고 파도가 모여 큰 물결이 되어 당의 혁신을 요구하며 밀어닥칠 때 진정한 당의 개혁이 이루어지는 법이거늘, 적응하지 못하고 변화하지 못하고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는 부류들은 그 물결에 휩쓸려 사라지더라도 그나마 기둥뿌리 부여잡고 처절하게 자기 변화를 깨닫는 사람들만이 남아야 혁신이 가능한 법이거늘.
그것이 없기에 아주 오래가는 진통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고 보시라. 장담을 하리라.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 데일리서프 박항구 기자
원인 진단은 매우 훌륭하였으되, 그 시현방법을 놓고 당내에서의 갈등을 풀어나가지 못해 전전긍긍할 것이 불 보듯이 뻔하고, 그러한 변화를 정작 골수 지지자인 ‘반개혁수구세력’들이 거부하고 나서는 반발에 직면하게 되리라. 좌절하면 회귀요 뚫고 나가면 분열이다.
이번의 여연(汝硏)보고서를 보며 느끼는 것 하나는, 이러한 분석이 ‘2007대선 승리를 위한’ 이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았더라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앞으로 몇 십 년간 그저 처절한 자기반성만을 해도 모자랄 시간이라는 사실을 그들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것을 보니 등잔 밑은 여전히 어둡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이왕 MT를 갔으니 재미있게 놀다오고 건설적인 많은 토론을 하시길 바란다. 어떻게 하면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하지 마시길 바란다. 오를 수 없는 나무요, 언 발에 오줌누기다. 국가와 민족과 역사 앞에 어떻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미래가 보인다.
되는 집에는 가지나무에 수박에 열린다고 했다. 호박에 열심히 줄 긋는다고 수박되지 않음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끝으로 우리 선인들께서 주신 충고 말씀하나 보탠다.
‘개 꼬리 삼십 년 묻어도 황모(黃毛)되지 않는다.’
독고탁
146367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