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9시뉴스를 보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하게 되었다. 내 생각으로는 이번 한나라당 경선 안 문제가 적어도 이번 달은 넘길 것으로 보았는데 예상 외로 빨리 이 전 시장의 극적인 양보로 일단락되었다. 물론 이러한 이시장의 양보안에 박 진영도 흔쾌히 승낙하였다. 이번 극적인 양측 간의 타협으로 인해 이 전 시장 측에서는 실리 보다는 명분을 얻었고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실리를 획득하였다고 보는 것이 지금의 한나라당 내의 분위기이다. 그러니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물론 박 전 대표 진영에서는 자신들의 요구안이 채택되었다는데 결코 고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번 양보 안의 채택으로 가장 큰 정치적 혜택을 입은 수혜자는 바로 강재섭 대표가 아닌 이명박 전 시장이라는 것이다.
우선 여론조사 세부규칙과 관련한 협의에 있어서 주도권문제이다.
이번 경선 안 극적인 합의의 결정적인 역할은 한 주인공은 이명박 시장이다. 그리고 아직 구체적인 여론조사와 관련된 의뢰할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방법 등에 대해서는 합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양보를 계기로 이 시장 측은 여론조사 관련된 세부사항에 있어서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번 극적인 타결이 이루어 지지 않았다면 박 전 대표의 동정론이 아마도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이 양보함으로써 이러한 동정론의 싹을 잘라버렸다. 그리고 세부사항 협상에서 다시 갈등이 발생할 경우 국민들에게 더 이상 박 전 대표에게 호감을 보이기는 힘들 것이다. 먼저 한 번 그것도 큰 양보를 한 이 시장 쪽으로 여론은 웃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에 하나 일어날 지도 모르는 갈등의 책임은 박 전 대표의 것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음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 수뇌부들과의 관계이다.
우선 이번 극적인 타결로 인해 강재섭 대표는 자신의 의원직까지 걸고 결행한 중재안은 채택되지 않았지만 결국 당권사수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 생명 연장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쪽은 중재안 제안 때 바로 수용하여 힘을 실어주기도 했고 이번 첨예한 갈등구도에서 극적인 양보를 한 당사자인 이명박 시장이다. 물론 강재섭 대표가 외관상으로는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이나 내부적으로 그리고 심정적으로는 이명박 진영으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한번 배신을 한 사람은 다시 배신한다는 속설도 있지만 지금까지 강 대표의 정치적인 행적을 살펴보면 이번 결단이 엄청난 고심 끝에 이루어진 결과라는 것과 故 김윤환 의원에 버금가는 처세술의 대가이자 킹메이커 역할의 적임자라는 것을 감안할 때 그리고 그가 중재안 제안을 할 때의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누구에게 갈 것인가 하는 그의 결심은 이미 서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경선불복과 경선 불참의 가능성이다.
이번 양보안을 박 진영에서 수용함으로써 더 이상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만약 경선과정에서 다시 분란이 일어난다면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책임이 모두 박 대표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것은 누구보다도 박 전 대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박 대표가 자신이 주장한 안대로 치루어진 경선결과에 불복한다면 그녀의 정치생명은 물론 그녀를 따르는 지지 세력들의 정치생명 역시 끝날 것이다. 따라서 박 대표는 더 이상 무리수를 빼들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자신이 쳐 놓은 덫에 자신이 서서히 걸려드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대의원 및 일반당원 확보율이다.
언론에서는 말하는 이번 경선의 최대 쟁점으로 보이는 일반당원과 대의원의 10만 명에 이르는 그들의 표심의 향방이다. 당심과 관련해서 현재까지는 전 당 대표였던 박 전 대표 진영이 우세한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이번 강 대표의 입장이나 중재안이 나온 배경을 살펴보면 더 이상 이러한 예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물론 박 진영의 지지자들의 적극적이고 왕성한 활동력과 결속력은 이 전 시장의 그것보다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잠재적인 표심 즉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당내 중도파들의 거취는 아무래도 현 당대표인 강 대표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리고 지금까지 변함없는 여론의 추이를 살펴볼 때 이 시장 진영을 몰릴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번에 양보안 제시한 배경을 살펴보면 발표 당시 이 시장의 태도와 그의 과거 사업스타일을 볼 때 더 이상 당심도 박 전 대표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기존의 20만에서 23만 여명으로 선거인단이 확대 되었다는 점 역시 이 시장 쪽으로 웃어주는 측면이다.
이번 극적인 경선 안 타결에 대한 양 진영의 반응을 살펴보면 일단은 겉으로는 두 진영 모두 환영의 일색이다. 그러나 내부를 살펴보면 칼을 빼든 이 시장 쪽에서는 올 것이 왔다라는 반응이고 박 진영에서는 예상외의 상대방의 행동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들 입장에서는 중재안의 1,2안 즉 8월 말이라는 시기와 20만에서 23만 여명으로 인원을 조정한 점은 자기들이 양보한 점이라는 것을 부각시키려 하지만 이것은 별로 여론의 호응을 얻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예상외로 먼저 선수를 친 쪽은 이 시장 쪽이며 논쟁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3안 즉 67%로 여론조사를 고정한다는 것이었으며 이를 양보한 쪽 역시 이 전시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경선 룰이 완전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세부규칙 협상의 주도권 문제와 강 대표의 입장 그리고 당심의 향방을 살펴보았을 때 박 대표보다는 이 시장 쪽으로 점점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박 전대표 진영에서 얻은 득이라 할 수 있는 67%여론 지지율 고정을 폐지시킨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양날의 검이 되어 자신을 칠 수도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민심 역시 그들이 오기를 원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결국 종합해보면 이번 양보안은 명분과 실리 모두 이 전 시장 진영에서 챙겼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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