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염색하고 파마도 했어요. 이제 파마 하고 학교 가도 된대요.” 서울 지역 초등학교들이 겨울방학에서 개학한 30일 오전, 서울시내 초등학교에서는 머리를 염색하거나 파마를 한 채 등교하는 초교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2월1일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 개학이 이어지는데, 이미 인권조례를 의식해 시내 헤어숍에서 머리를 블리치(표백탈색)한 여학생이 줄을 이었고, 장발로 기른 남학생들도 속속 나타났다. 학생들은 두발 자율화 등을 담은 학생 인권조례를 한껏 누리려는 분위기였지만, 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가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서울 성동구 행당초교에서 만난 6학년 백규리(13)양은 “앗싸! 이제 두발 자율화다”면서 “머리 모양 때문에 선생님이나 선배들 눈치 안 봐도 되기 때문에 좋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5학년 강상훈(12)군도 “단체로 머리 똑같이 안 자르고 개성대로 할 수 있어 좋다”고 반겼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 숭미초교 6학년 장모(13)양은 진한 갈색으로 염색을 한 채 등교했다. 장양은 “중학교에 올라가도 지금 염색을 유지할 수 있다니 좋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학교 현장의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행당초교 박모(여·50) 교사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 어려움이 많이 예상된다”면서 “두발과 복장을 자유롭게 하면 밖에서 학생 신분에 벗어나는 일을 할 위험이 크다”고 걱정했다.
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자마자 지난 27일 서울 초중고교에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시행에 따른 학생생활지도 안내 자료’를 보내 학칙 개정을 추진토록 지시했다.
여기에는 학생이 머리 염색이나 파마를 했을 때 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교육적 지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학교 현장의 생활지도 어려움을 감안한 조치이긴 하지만 판단 기준 자체가 모호해 학생과 교사들의 갈등과 충돌을 조장할 우려는 여전하다.
강동지역 한 초교 교장은 학생인권조례 추진을 두고 “정부와 교육청에서 합의가 이뤄진다든지 해서 원칙을 정해 통보해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학교 현장에선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칙 개정 등 교육청의 지시에 일단 따르더라도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신중론이 많다. 영등포의 한 중학교 교사는 “곽노현 교육감이 6개월 ‘시한부 교육감’이 될 가능성이 많은 데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상위법과 충돌한다며 대법원에 제소한 상태여서 교칙 개정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석범·박정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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