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력난…주문 늘어도 사람 없어 공장 못 돌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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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인력난 갈수록 태산
월 250만원 줘도 주5일 근무 아니면 안와
출소자명퇴자·새터민 일손까지 찾아다녀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
 
중소기업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인천지역의 한 주물공장에서 종업원들이 주물작업을 하고 있다.
 
"월급이 얼마인지 물어보지도 않아요. 일주일에 하루 쉰다는 말만 듣고 바로 전화를 끊습니다."

경기도에 위치한 원단 제조업체 H사 대표는 요즘 일손 부족 때문에 속이 타들어간다. 사람이 없어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풀가동하려면 최소한 20명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인원은 14명에 불과하다. 근처 다른 공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출소자 취업박람회, 다문화가정 취업박람회, 그리고 새터민 취업지원센터까지. 대표는 일손을 구하기 위해 다녀보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도 사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는 "내국인들은 월급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오려고 하지를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기술이 있으면 월급을 300만~400만원까지 줍니다.
웬만큼 능력이 되면 250만원은 받아요. 그런데도 안 옵니다. 구직자들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게 `며칠 쉬느냐`예요. 주 6일 근무라고 하면 월급이 얼마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전화를 끊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쓰려고 해도 외국인 고용쿼터제 때문에 구할 수가 없습니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최근 경기 회복과 수출 물량 증가로 일감이 늘고 있지만 인력을 구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주물ㆍ섬유ㆍ도금ㆍ플라스틱 사출 등 3D업종은 말할 것도 없고, 그에 비해 비교적 근무조건이 양호한 가구나 문구 등 업종 역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내국인 실업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취업 배정 인원을 크게 줄이면서 외국인 근로자를 쓰기도 힘들다.

반월공단에 위치한 도금업체 S사 김대표는 "일감은 많이 늘었는데 업체마다 사람이 없어서 난리"라며 "우리 회사도 인원이 20%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자는 넘쳐나는데 오려는 사람이 없다. 어쩌다 사람을 구해도 며칠 못 버티고 회사를 그만두기 일쑤"라며 "하기사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냄새나는 곳에서 장화 신고 일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중소기업 인력난은 통계 수치로도 나타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초 발표한 `중소제조업 인력채용 현황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소 제조업체 300곳 중 31.3%가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39%가 `올해 상반기 채용계획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고, 이 중 40.2%가 `현재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채용 이유를 밝혔다.

지방 중소기업들 사정은 더 열악하다. 중앙회 광주ㆍ전남지역본부가 지역 중소 제조업체 149개를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2010년 중소제조업 인력채용 전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업체 중 65.1%가 `현재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고, 필요 인력을 제때 채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 중 80.9%가 `인력 채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광주시 광산구 오선동에 위치한 플라스틱포장지 제조업체 C사는 20ㆍ30대를 대상으로 한 구인활동은 아예 포기한 채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사이 명예퇴직자들을 모집해 근근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명퇴자들조차도 서너 명 중 한 명 정도만 남고 나머지는 못 견디고 회사를 떠난다"며 "사람이 없어 제품을 못 만드니 아예 공장을 외국으로 옮길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중국ㆍ베트남 근로자들을 데려다 일손 부족을 메웠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힘들다"며 "그 나라 경기도 좋아져 우리나라로 오는 인원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경북 고령 다산주물공단 내 H사 대표는 "일할 사람이 없어 일손에 맞춰 일감을 받는 실정"이라며 "현장 인력은 외국인과 50대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물산업은 뿌리산업으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산업인데, 현장에는 기술을 전수받을 젊은 사람이 없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안 가 산업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