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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돈, 아버지는 몰랐나… ‘父子 연결고리’ 수사력 집중

드러나는 ‘노무현 게이트’

건호씨, 150만달러 국내외 투자… 100만달러는 경비로 사용

김충남기자 [email protected]

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해 2월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6)씨에게 건넨 5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36)씨 소유인 것을 확인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 ‘뇌물 수수’혐의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사과문을 통해 “성격상 투자이고 저의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연씨는 500만달러의 중개인 내지 단순 자금관리인이고, 실질적 지배 및 소유자는 건호씨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이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또 이번 자금 거래에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연차 500만달러는 건호 돈’ 확인 = 검찰은 건호씨에 대해 지난 12일 첫 소환을 시작으로 16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건호씨는 검찰 조사에서 500만달러는 연씨가 건네 받아 투자한 것이고, 자신은 투자에 거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실소유주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해 태광실업 세무조사 자료와 박 회장의 홍콩 법인 APC 계좌 자료 등을 토대로 건호씨가 500만달러의 투자 운용을 주도한 것 아니냐며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호씨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버진아일랜드 소재 ‘엘리쉬&파트너스’의 돈을 외삼촌 권기문씨가 설립한 국내 회사에 투자했느냐는 질문에 “외삼촌 회사인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연씨가 검찰 조사에서 ‘자백’한 내용을 갖고 건호씨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호씨는 신중하게 답변하고 있지만 사실관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내용도 적지 않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건호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500만달러의 흐름과 사용처 등을 대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호씨는 ‘엘리쉬&파트너스’로 넘어온 250만달러 중 100만달러를 경비 등으로 사용했고, 150만달러는 대부분 국내외 투자 등에 사용했다. 연씨가 지난해 1월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타나도인베스트먼트’계좌에 현재 남아 있는 220만달러도 건호씨 돈인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 500만달러에 대한 소유 및 지배권이 건호씨에게 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 노 전 대통령, 정말 몰랐나 = 검찰은 “아들이 한 일을 아버지가 몰랐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의 돈이 건호씨에게 간 것을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퇴임 뒤 알았다”며 재임 중 인지 사실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노 전 대통령 퇴임 뒤 이뤄진 500만달러 투자 행위와 별도로 재임 중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의 실체를 알고 있었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500만달러 전달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에게 이 돈의 성격을 사전 및 사후 보고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 전 비서관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 전 비서관이 지난 2007년 8월 서울에서 회동해 대통령 재단 설립 등 퇴임 후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박 회장의 ‘홍콩 비자금 500만달러’가 이 돈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김충남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