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법 통과 ◆
"미디어 빅뱅은 선택이 아니라 국내 미디어산업의 생존을 위한 절박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미디어법의 통과 의미를 지상파 방송사가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내 미디어산업을 빅뱅으로 이끌 서곡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글로벌 미디어기업은 종합오락 채널이나 보도전문 채널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국내 방송시장은 안방에서 주어지는 안락한 수익에만 만족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라크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전쟁 등 국제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CNN을 받아 쓰기 급급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국제뉴스를 전할 때 의존하는 CNN은 타임워너가 소유하고 있는 케이블방송이다.

미국 시장에서 뉴스에 대한 영향력은 ABC, CBS, NBC와 같은 지상파 방송사보다 CNN, MSNBC, 폭스뉴스 등 뉴스 전문 케이블 방송사가 더 막강하다.

글로벌 미디어기업의 격전장인 미국에서 뉴스코퍼레이션, 타임워너, 디즈니 등 주요 미디어그룹은 지상파 방송사를 모두 소유하고 있지만 이들 미디어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위해 강화하고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케이블채널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만 확보한다면 해외에서도 영향력 있는 방송사로 자리 잡는 것이 어렵지 않다.

미국의 미디어기업은 이미 지상파방송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추었다. 시청자들도 위성방송이나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에 더 익숙해져 있다.

미국에서 유료 채널공급자(PP)의 시청 점유율은 1998년에는 35% 정도였지만 2007년에는 51.4%를 넘어섰다. 반면 3대 지상파 채널의 시청 점유율은 1998년 37.4%에서 2007년 22.9%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향후 5년 내에 미국 종합오락편성의 유료 케이블 네트워크 채널이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수입과 시청 점유율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미국의 종합오락편성 채널은 타임워너, 디즈니, 뉴스코퍼레이션 등 글로벌 미디어그룹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이들 미디어기업은 케이블방송 콘텐츠 제작을 이분화하면서 관련 산업을 키우고 있다. 핵심 콘텐츠만 자체 제작하고 상당수의 콘텐츠는 외주 제작을 맡기는 출판형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력 있는 외주 제작사와 전문 콘텐츠 개발인력을 양성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실제 미국에서 대형 미디어기업의 케이블TV 진출이 가속화된 1992년 이후 방송업계 종사자는 27만9000명에서 2001년 31만5500명까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종합편성 PP가 도입되면 자본력을 갖춘 PP들이 핵심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외주 콘텐츠를 통해 보완하는 시스템을 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방송제작 시장이 더욱 커지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의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개별 콘텐츠의 수출이 아니라 방송 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는 글로벌 미디어그룹도 탄생할 수 있다.

[최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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