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인 곳은 사법부인 듯합니다.
국회도 문제이긴 하지만, 국회가 문제인 건 그 역사가 하도 길어 이젠 별 문제처럼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이니, 논외로 치는 게 맞다 하겠고 말입니다.
 
사법부의 소장판사들이 연일 데모를 하고 있군요.
신영철 대법관 물러나라고.
도저히 용납도 안되고, 이해도 안되는 행태입니다.
신영철 대법관을 몰아내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나, 노동자처럼 떼거지로 몰려나와 데모를 하지 않나.
 
사법부의 판사들마저 노동자가 되면,
정말이지 그 사회는 노동자적 사회일 것입니다.
모든 국민이 모두 다 노동자인 체를 하는 사회라는 것이지요.
기업의 CEO도 심지어는 대통령까지도 노동자인 체를 합니다.
노동자들이란 원래 권리가 별 게 없는 집단이고, 권리가 별 게 없으므로 책임이나 의무도 별 게 없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지요.
노동자적 사회는 누구나 노동자인 체를 하는데, 이 점에서 사정이 좀 다릅니다.
실제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권리나 권력은 엄청나고, 노동자인 체를 하기 때문에 책임은 별로 없고, 안지려 한다는 것이지요.
 
사법부의 판사가 노동자가 되면,
그 사회는 노동자적 사회가 된 거고
망하기 일보직전이 된 것이겠지요.
부르주아들이 노동자인 체를 하는 것은 자기혐오요 자기부정이요, 자기파괴의 미래를 반영하는 일입니다.
김영하의 소설 중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제목의 소설이 있습니다.  1997년인가 나온 소설인데, 우리 사회가 이렇게 자기파괴적이 된 게 십여년의 세월이 훨씬 넘어서는 일인 것입니다.
 
사법부의 판사들이 이런 파행성을 연출하는 이유나 목표는 한가지로 명확한 듯합니다.
신영철 대법관을 내쫓자 하는 것은 사실, 이 목표를 위한 수단적 의미 밖에는 지니지 못하는 것일 터입니다.
지난해의 광우촛불난동을 정당화하자는 것,
지난해의 광우촛불난동을 4.19나 6.29의 반열에 올려놓자 하는 것,
이것입니다.
 
지난해의 광우촛불난동은 거짓에 기반한 집단광기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무지몽매함과 미성숙성을 여지없이 드러낸 우리 사회의 치부였을 뿐이었습니다. 이 광우촛불난동사태를 4.19나 6.29의 반열에 올려놓으려 하는 것은 4.19나 6.29에 대한 모독이요 역사의 희화화입니다.
 
4.19와 6.29는 작용과 반작용이 형평성을 지녔던 반면, 광우촛불난동은 작용과 반작용에 현저한 불균형이 작동한 일입니다. 미미한 작용에 대한 과도한 반작용, 과잉반응, 과민반응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과잉,과민반응의 기저에 가로놓여 있던 게 방송이라는 거대 여론권력을 이용한 심대한 거짓선동이었고, 사람들은 망상 속에서 망상의 현실과 싸웠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법부의 판사들이 집단화하여 지난해의 광우촛불난동을 정당화하려 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정상을 벗어난 행태입니다.
사법부의 판사들이 왜 나서서, 총대를 메고 광우촛불난동을 정당화하려 한단 말입니까.
이건 기본적으로 역사의 문제이고, 역사의 문제이므로 역사가들이 할 일입니다.
사법부의 판사들은 본분에 충살할 일이고, 오지랖이 넓게 주제넘은 짓은 삼가할 일입니다.
오지랖이 넓은 건 판사에게는 악덕입니다.
 
법관의 독립과 양심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법관의 본분은 때려치고 노동자처럼 떼거지로 몰여들어 역사가가 되려고 하는 이게, 법관의 독립이고 양심이란 말인가요. 몹시 해괴하고 야비한 모습을 요즈음 사법부의 판사들로부터 보게 됩니다.
 
예전에 어디에선가 읽은 글이 생각나는군요.
사시 2차 합격자에게 면접관이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냐 하고 물으니까 미국이라고 대답한 합격생이 상당수였다고 하던데요.
요즈음의 사법부의 파행을 설명해주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자들이 사법부의 요소요소에 침투해들어가 오늘날 사법부를 장악했다면, 사법부의 판사들이 무슨 노동자처럼 떼거지로 모여 역사가가 되고자 하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니까요.
 
우리 사회에 빨갱이는 없지만, 빨갱이적 인간은 수없이 많다는 걸 알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특히 사법부에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