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은 땅굴에 대하여 두차례나 비밀교시 하였다.
(1968년1월 당 군사위원회에서 교시)
“적의 공격을 좌절시키기 위해서는 방어전과 함께 적 후 종심에 제2전선을 형성하고 배후를 강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보여단 주력부대가 삽 시에 종심으로 침투할 수 있는 땅굴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경보여단은 배후를 강타하여 적의 군사력을 분산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파주나 동두천에 있는 미군기지를 하나 포위하고 미군부대를 인질로 잡아두는 작전을 시도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이번에 보니까 미국놈들은 죽는 것을 제일 무서워하는 겁이 많은 놈들입니다. 미군 부대를 인질로 잡아두는 작전이 성공되기만 하면 전쟁은 의외로 빨리 종결될 수도 있습니다.”(땅굴을 통해 미군부대를 포위하여 인질로 삼아야 한다는 뜻)
(1968년1월 당 군사위원회에서 교시)
“내가 왜 땅굴을 파라고 했겠습니까?··· 땅굴은 경보여단 주력부대가 순식간에 적 후 종심에 침투할 수 있는 유일한 침투로 입니다. 비행기나 배를 타고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그런 방법으로 대 병력이 침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돈이 들더라도 시간이 있을 때 전략적 요충지대 곳곳에 땅굴을 미리 파두어야 합니다. 지금은 물론 힘도 들고 어렵겠지만 일단 전쟁이 일어났다 하면 그 때에는 이 땅굴이 몇 십 배의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땅굴 약사
지금까지 발견된 땅굴은 모두 4개이며 2개는 우리 힘으로 발견했고, 2개는 북으로부터 넘어온 인민군 귀순자들이 알려준 것이다. 제1땅굴은 전두환이 1사단장을 할 때 발굴했고, 제2땅굴을 정명환 장군이 6사단장을 할 때 발굴했다. 3땅굴은 북에서 넘어온 김부성씨가, 제4땅굴을 북에서 넘어온 신중철 대위가 가지고 넘어온 선물이었다. 군은 그들이 손가락으로 지정한 정확한 위치에 파이프를 박았지만 몇 개월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땅굴은 찾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북에서 넘어온 두 사람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 “당신들 위장 간첩 아냐?”이런 찰나에 어찌 된 일인지 북에서 나서서 땅굴 위치를 한국군에 알려주었다. 제3땅굴에서는 폭발을 일으켜 주었다. 땅굴 언저리에 박혔던 파이프가 하늘로 날아갔다. 제4땅굴에서는 땅굴 옆을 스치고 지나간 파이프를 통해 발전기 음을 내보내 주었다. 모두가 한국군이 찾아내도록 유도해 준 것으로 보인다. 이 기막힌 사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분명히 정확한 위치를 알고 수많은 탐지용 굴착을 했지만 굴착 구멍은 땅굴의 변두리를 이리 저리 피해가면서도 정확히 땅굴로 직통하지 못했다. 이는 땅굴이 분명히 존재하더라도 정확히 찍어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땅굴 찾기는 인내의 게임인 것이다. 둘째, 제3 및 제4 땅굴은 김무성과 신중철을 내려 보내 이들로 하여금 “남침 당굴은 휴전선 4km 이남에는 있을 수 없다”는 거짓 원칙을 한국군에 심어주기 위한 작전의 수단인 것으로 보인다. 제3,4의 땅굴이 발견되자 이를 제보한 두 사람은 갑자기 애국자요 땅굴 전문가로 부각됐다. 아무리 민간탐사자들(남침땅굴을 찾는 사람들의 모임)이 김포, 동두천, 의정부, 파주 등 땅굴 징후에 대한 증거를 들이대도 이 두 사람이 아니라고 고개만 흔들면 높은 사람들은 땅굴이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
평양의 “철봉각”은 평양 북쪽에 있는 김정일의 땅굴 지휘본부로 알려져 있다. 거기로부터 해남 항구까지 80km가 김정일의 탈주로라 한다. 80km의 땅굴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김부성과 신중철은“땅굴은 4km를 넘게 팔 수 없다”는 이론을 한국군에 못박아 준 것이다. 철봉각에 대한 정보는 북에서 탈출한 3성 장군의 제보이며, 일본의 우력 주간지 “현대 코리아”에 실렸고, 한국논단에 각기 실려 있다. 그 후 신중철은 전방의 모든 작전계획을 머리에 담아 가지고 중국을 통해 어디론가 사라졌고, 의심스러운 김부성씨는 그 후로도 기무사에 근무했다.
민간 탐사자들이 군 당국에 땅굴 의혹 현상들을 신고하면 군 당국은 장기간 뜸을 들이다가 나온다고 한다. 어제까지도 나던 땅굴 파는 소리가 그들이 나와 공개적으로 규명하자고 하면 멈춰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민간 땅굴 탐사자들은 군 땅굴 당국자들을 향해 간첩이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그들을 상대로 고소도 여러 차례 했다. 참고로 국방부 땅굴 핵심 담당자들은 수십 년간 이동되지 않은 문관들이다. 반면 군당국자들은 민간 탐사자들을 정신병자로 매도했다. 간첩 대 정신병자, 이들 문관들과 민간땅굴 탐사자들은 서로를 비난하며 그야말로 견원지간이었다. 민간탐사자들이 땅굴 의심시역으로 규정한 곳은 20곳 정도이며 주로 파주-연천-동두천-김포-철원 지역에 집중돼 있다. 김일성 비밀교시에 나타나 있는 파주-동두천 지역에서 발생했던 땅굴 분쟁 사건만 소개한다.
의정부-동두천 지역 땅굴의심 지역
참고로 동두천-의정부 지역 땅굴 소동사건을 소개한다. 정명환 장군은 당시 제6사단장으로 1975년 3월에 제2땅굴을 찾아낸 집념의 사나이였다. 정지용씨는 보안사 준위 출신으로 땅굴을 찾느라 가산을 탕진하고 일생을 바치다 2003년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이다. 정명환 예비역 장군과 정지용씨는 “서울 아르덴느의 공포”라는 책을 공동으로 저술했다. 그 중 일부를 여기에 요약한다.
1. 의정부 식당주인 식구들이 겪은 공포의 땅굴 일기장
95'. 1월, 의정부시 가능 3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진국씨가 제2땅굴을 발견했던 정명환 퇴역소장에게 연락하여 다음과 같은 요지의 일기장을 공개했다.
1) 1994년 여름, 방바닥에서 나는 소리에 잠을 깼다. 날이 갈수록 커졌다.
2) 1994. 7.14, 국방부에 신고했지만 무응답
3) 1994.8.21 국방부에 두 번째 신고했지만 무응답, 공포만 지속됐다
4) 9.10, 국방부에 세 번째 신고했지만 무응답, 기계음 점점 더 심해지다.
5) 10월 중순, 마지막으로 신고했지만 무응답, 매우 이상한 현상은 신고할 때마다 며칠간은 작업 소리가 멈춰지는 것이었다.
6) 12. 4, 밤새내 지하에서 두들겨 대는 소리에 잠을 못 자고 뜬눈으로 새웠다. 딸아이가 방에서 뛰쳐나왔다. "방바닥 밑에서 쉬쿵-쉬쿵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 요" 기무사 최계장에게 연락했더니 달려왔다. 최계장은 구둘 밑에서 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7) 밤새내 계속되던 소리가 12월6일 새벽 06:20분에 멈췄다. 정지용이 국방부에 이 실을 항의하자, 12.6일 오전 9:45분, 국방부 탐사반 대령과 윤상훈 사무관이 나왔다. 그런데 조사는커녕 오히려 "당신 보상금 탐나서 신고했나?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무슨 땅굴이 있어?" 호통만 치고 돌아갔다.
8) 말싸움 현장
국방부: "무슨 소리가 난다고 그래?"
기무사 최계장: "나도 소리를 들었다"
국방부: 잘 못 들은 것이다. 땅굴은 아니다"
9) 12. 9, 쿵쿵 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 3:20분. 쿵 크드드, 쿵 쿠드드, 갱차 지나가는 소리가 분명했다. 가끔 탕, 탕, 탕 하는 쇠 마찰음도 들린다. 너무나 가까이서 들린다. 오전 10시, 동사무소 직원이 찾아와 유언비어를 조심하라며 겁을 주고 갔다.
10) 12. 19, 오후 2시, 굴착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시쿵, 시쿵. 때로는 1시간을 쉬었고 때로는 2시간을 쉬다가 다시 작업을 했다. 무섭기는 하고 하소연할 데는 없고 참으로 답답했다.
11) 12. 29 새벽 3시, 굴착 소리에 잠을 갰다. 소리의 템포가 매우 빨라졌다. 아내는 집 팔아서 이민 가자고 졸랐다.
12) 95. 1. 7 새벽 6:45분, 5분간 시쿵 소쿵 하더니 조용해졌다.
13) 1.9, 초등학교 5학년 조카가 놀러왔다가 놀라며 물었다. " 방바닥 밑에서 나는 소리가 뭐야?"
14) 1. 13, 처형이 놀러와 안방에서 잠을 잤다. "방고래 밑에서 웬 소리가 그렇게 나느냐? 밤새 무슨 작업을 하는지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15) 1. 14 아침 6:40분, 조심스럽게 작업을 하는가 싶더니 방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16) 1. 17 새벽 2시, 일기를 쓰고 있는데 방바닥이 진동해 엉덩이가 경련을 일으키듯 떨렸다.
17) 1. 18, 부산에서 형이 올라오더니 놀라면 부산으로 이사 가자고 권했다. 우물에 물이 빠졌다가 다시 차올랐다.
2. 지하 갱차 소리와 함께 "날래날래 타라우"
1) 95'. 1. 27 오후 7:20, 방바닥에 청진기를 대고 있던 민간탐사자들의 귀에 소리가 들렸다. 궤도차 소리가 점점 가까이 나더니 무엇을 싣는 소리가 들렸다.
"밥먹으러 가자우" "날래 날래 타라우" 궤도차 소리가 멀어져 갔다.
2) 땅굴 징후가 명확해지면서 주민들 중에 민간 탐사자들을 감시하는 어두운 눈동자들이 보였다.
3) 식당 주인 이국진씨는 음식점을 세내주고 청주로 이사가 버렸다.
확신되는 파주지역 제5땅굴
민간 땅굴탐사자들은 임진강 강변(연천군 구미리)에서 그야말로 땅굴이 틀림없다는 이른바 제5땅굴을 발굴해냈다. 벽이 갈라지고 땅속에서 기계소리가 요란하게 나고 우물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등의 이상한 징후를 관찰한 지역주민들과 그리고 이에 가세한 민간탐사자들이 수없이 많은 진정을 냈지만 국방부 땅굴 담담자들은 수많은 신문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부정으로만 일관했다. 그러다가 2000년 3월 2일 SBS가 연천 구미리 제5땅굴의 실체를 뉴스로 크게 보도했다.
이에 3월 4일 국방부가 조사도 해보지 않고 서둘러 “그것은 자연동굴”이라고 발표했다. 3월 5일 SBS가 다시 뉴스추적을 통해 잠수부가 촬영한 땅굴의 모습을 작정하고 생생하게 보도했다. 이를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땅굴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이에 다급하게 김대중이 나서서 "그것은 자연동굴"이라고 못 박았다. 아무런 근거나 조사 없이 대통령이 막아준 것이다. 그리고 김대중은 곧바로 베를린으로 날아가 3월8일의 베를린 선언을 했다.
금강산 관광객이 있든 없든 무조건 50만 명이 간 것으로 돈을 쳐주고 화장실 한번 갈 때마다 4달러씩 주자했을 만큼 파격적인 퍼주기를 했지만 김정일은 1999년 말, 4차례에 걸쳐 김대중을 협박했다. 가장 먼저 한민전이 나서서 김대중을 역도라 부르며 그의 부정을 낱낱이 폭로했다. 북한 부주석 김병식이 나섰다. 28년 전에 20만 달러를 주었고, 도쿄 플라자호텔에서 뜨거운 민족애로 포옹했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이어서 구국전선이 나섰다. 김대중이 스위스에 10억달러를 예치했다는 내용을 전단을 통해 전방에 뿌렸다. 드디어 김정일이 나서서 일본 문예춘추를 통해 “김대중이 아버지 수령으로부터 많은 배려와 지원을 받았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모두가 협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3월7일, 베를린으로 날아가 베를린 선언을 통해 김정일에 '급히 좀 만나자’ 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까지 민간단체를 통해 북한을 도와주었지만 도와준 양이 변변치 못했다. 좀 넉넉하게 도와주려면 아무래도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 같다. 그러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정상회담을 열자는 요지의 선언이었다. 김정일은 그로부터 5억 달러를 받고 그를 평양으로 불러들여 차안에서 단둘이 55분간 접선했다.
김대중의 “자연동굴” 발언에 힘을 얻은 국방부 땅굴 문관들이 SBS를 상대로 명예훼손이라며 고소를 했다. 다른 사안도 아니고 국가존망과 국민의 생명이 달려있는 남침땅굴에 대해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불안해하면 군은 이를 ‘4개의 땅굴을 발굴했을 때 사용했던 절개작업’을 통해 땅굴인지 아닌지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러나 군 당국은 소송을 통해 애국적 노력을 탄압했다. 필자도 이에 대한 글을 썼다가 고소를 당했다.
SBS가 보도하기까지에는 동굴과 시추와 폭파에 대한 국내 최고수준의 전문가들의 조사가 있었다. 100%의 전문가들이 분명한 인공 땅굴이라고 증언했고, 이름을 걸고 서명도 했다.
김대중이 “자연동굴” 발언을 하자 3월8일 80여 개의 보수 시민단체가 연합하여 "보수국민연합땅굴진상규명추진위"(박찬성 대표)를 만들었다. 8인치 시추공 5개를 뚫어 66회의 잠수와 13회의 촬영을 통해 상식 인이 봐도 완연한 땅굴임을 의심치 않게 하는 비디오를 작성했다. 2억원이 소요됐다 한다. 그 비디오에는 한국의 지질학계 전문가 대표들과 화약기술, 발파기술, 굴착 전문 분야 대표들의 전문적인 판단내용도 담겨져 있다. 지질학 박사 우경식 강원대 교수, 지질학회 이사 권기옥 부사장(삼안지질), 이정배 이사(주 신우엔지니어링사), 발파공법의 대가인 강전산(화약기술총연합회 회장), 굴착 전문가인 이상근 사장(다신쏘일테크), 제3땅굴 시추자 유태근 사장(동아수중 펌프) 등 한다하는 전문가들이 조목조목 자연동굴이 아니라는 것과 북괴 식 발파공 법에 의한 땅굴임을 밝혀주었다.
SBS는 위의 비디오를 법정에 제출했고, 위의 전문가들도 법정에 나와 땅굴임이 확실하다는 식견을 진술했다. 위의 비디오를 관람한 한국지질학회에서도 땅굴이라는 여론이 팽배했다. 재판장이 국방부에 요구했다. "SBS측은 땅굴이라는 증거를 제출했고, 전문가들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국방부도 땅굴이 아니라는 증거를 제출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가 진술을 확보하기 바랍니다".국방부가 이에 응하지 못했다.
국방부 주장을 뒷받침해 줄 전문가는 한 사람도 없었다. 국방부가 코너로 몰려 패소하게 생겼다. 당시 군이 SBS를 고발한 사건은 민사사건으로 사건번호 2000가합6552호이 며 재판장은 김민석 판사였다. 재판장은 SBS의 승소를 판결해야만 할 형편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나서서 땅굴이 아니라고 한 것을 법정에서 공식적으로 땅굴로 판결하면 그 여파가 감당할 수 없었다 한다. 이렇게 해서 내려진 판결이 "강제조정"이라 한다. 이 재판은 사실상 SBS의 승리였지만 대통령과 맞서는 엄청난 파장을 고려하여 "강제조정"이라는 판결로 재판을 종결했다는 것이 필자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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