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나라

국회가 정상화(?) 되었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서로가 웃으며 손잡는 모습에서 너그럽고 훈훈한 한국정치의 단상을 보았다. 참 슬픈 일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이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란 사람들에게 울화가 치민다.‘좋은 게 좋은거다’라는 만사형통의 진리를 새삼 확인할 뿐이다. 갑자기 이 사회에 두려움이 든다.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를 철저하게 짓밟아 놓고도 뻔뻔한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수 있는 민주당의 만용에 경의를 표한다. 시정잡배도 하지 않는‘테이블 쇼’를 보여주고도 오히려 핏대를 올리는 민노당의 천박함에 위로를 보내다. 가용(可用)한 프로그램을 총동원하여‘미디어법 저지’에 올인한 MBC의 특공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지리멸렬한 당의 모습을 자초하고도 아무런 자정노력이나 책임의식도 없어보이는 한나라당에게 연민을 보낸다. 책임론이 불거지자‘사퇴를 결정해도 내가 한다’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호기가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과정과 협상과정에서 활짝 펼쳐졌기를 바라는 아쉬움도 많다. 그런 호기를 왜 여태껏 감추었다가 써야 할데 쓰지 않고 당내를 향해 퍼붓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시작부터‘법안 전쟁’을 선포해서 민주당에 결사항전의 빌미를 제공하고, 본회의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애로와 고생을 앞장서서 걱정하는 바람에‘무엇이 본심이고 무엇을 위한 법안 전쟁인지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버린’사령탑에게 정말 책임이 없는 것인가?

책임을 묻지도 책임을 지려고도 하지 않는 정치는 희망이 없다. 현실론과 대안부재론의 몽롱한 인식으로‘책임론’을 비켜가는 한나라당의 모습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호언장담을 어떻게 믿어야 할까?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 법이고, 항해 중에 선장보고 배에서 내리라고 하지 않는 법이라고 하니 인책을 말하지는 않겠다. 최소한의 자정노력이라도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몇몇 당 실세들이 교통정리 해버린다고 해서 어떤 문제제기와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웰빙정당이란 비판을 끊어낼 수 없게 된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햐 할 것인지 등 큰 틀과 작은 틀을 가로지르는 명확한 접근법이 없이 또‘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풍으로 흘러가고 있다.

원인분석, 진단, 전망, 해법 등 정국현황이나 정세분석에서 중요한 단어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중장기적 전략의 수립과 시행이 중요하다’라는 표현이다. 그때 그때의 땜질식 처방과 해법으로는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고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국 주도력을 확보할 수 없다. 중장기 전략의 수립과 시행이전에 현 상황 원인제공자들의 자성이 요구된다.

170석이 넘는 거대 여당에서 대안이 없다는 '대안부재론'과 당장의 2월 국회 주도력을 위해서라는 '현실론'이 힘이 얻는 상황이라면, 올 한해 닥쳐올 경제-사회-정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암담하다.

위기를 빙자한 개혁방치, 개혁방치로 인한 현실안주로는 집권기간 동안 여야 줄다리기와 파행이 정치상수가 될 것이란 우려가 든다. 국익을 우선하는 여야의‘똑똑한 정치’를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까?

어려운 민생경제에서도, 난장판의 정치에서도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나라가 되어 버렸다.

 신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