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제5조건,《기도》

기도는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나오는"  것이라야 합니다.

절이나 교회당에 가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체 멍청하고 맥빠진 표정으로

입술을 가지고 뭐라고 중얼거린다고 해서 기도가 아니고 또,

절이나 교회엘 다니면 신앙이 있는 것이고,

아무데도 안 다니면  그건 신앙이 없는 것이라는 말도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교회나 절은 아직 똥·오줌을 못가리는 아기들을 위해서 만든 유아원 같은 것이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철이 좀 든 사람은 절이나 교회를 잘 다니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작심하고 칼로 무 자르듯 그만두는데

그때부터가 진짜 신앙의 길로 접어든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기도는 사실,그 대상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누구를 부르면서 하는 기도,

예를 들면 예수나 부처를 부르면서 하는 기도나 그외에 어떤 특정한 대상이 있는 기도,

그리고, 그렇게 밖을 향한 기도는

그 뜨거운 불덩이가 자신의 내면을 향해 저며들지 못하고,

자신의 가장 깊은 간절함을 불러 일으키지도 못하고,

자신의 정신과 영혼이 실리지도 않아서 무게가 없는,

괜한 시간 낭비이고 넉두리일 뿐이지 기도라고 할만한 게 못 됩니다.

따라서 지금의 예수와 부처는 오히려

기도와 신앙을 가로막는 "우상"이라고 하겠습니다.

예수와 부처가 우상이라는 말은,그들이 우상 같은짓을 해서가 아니라

그를 따르는 신도라는 사람들,

특히 목사와 중들이 예수와 부처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꿈이 있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기도는 또 어떤 뚜렸한 목표가 있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그 꿈과 목표가 자기 한 몸,혹은 자기 가족만의 행복에 있지 않고

우리 인류가 나아가는 그 꿈, 그 목표와 일치하여

아,우리 인류가 꼭 그렇게 되었으면- ! 하고 염원하면서 노력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간절히 비는 마음을 기도라고 합니다.

기도는 수신인이 없어도 됩니다.

아니,수신인이 없어도 되는 게 아니라,수신인이 없어야 합니다.

기도의 주파수는 진실함과 간절함이기 때문에

그런 기도는 받으실 분이 알아서, 다 잡아서 들어 주십니다.

예수나 부처처럼 수신인이 있는 기도는

하늘 높이,은하수를 건너서 멀리,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뚫고 신의 영역에까지 뻗어 나가지 못하고

본인의 입을 떠나자 마자 소멸되기 때문에

습관적이고 형식적인 그런 기도를 하는 시간이면

차라리 책을 한 권 읽는 편이 더 낫습니다.

내가 내 이웃을 위해,

그리고 내 조국과 인류를 위해 뭔가를 힘껏 좀 해보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 작고 너무 못나고 너무 초라한 겁니다.

그럴 때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하염 없이 흘러내리면서

그럴 때 그 누군가의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구게 되는 겁니다.

부끄럽지만 당신께 몸바쳐 일하고 싶다고.

악역이라도 좋으니 당신의 도구로 써 주십사고.

그렇게 눈물과 함께 저절로 터져나오는 것이 기도입니다.

기도 없이,

깨달음,없습니다.

   강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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