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명(사망 17명,중경상 14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시 관광버스 추락사고는 급커브 내리막길에서 부주의한 운전이 빚어낸 대형 참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고분석팀과 경주경찰서，도로교통안전공단의 합동조사단은 17일 사고 현장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한 결과, 도로에 생긴 130여m의 스키드마크(타이어 마모자국)로 미뤄 관광버스가 급제동을 하지 못한 채 중심을 잃고 크게 흔들린 것으로 추정했다. 합동조사단은 또 버스 운전기사 권대근씨(56)로부터 "기어 변속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운전 중 핸들조작 등에 일부 실수가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합동조사단은 이번 사고가 운전사의 운전실수 등 과실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사고현장의 스키드마크 등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합동조사단은 그러나 차량 결함의 원인 때문에 사고가 커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버스 자체의 결함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국과수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또 버스에 탄 노인 대부분이 안전벨트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것도 참극을 빚은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경주지역 4개 병원에 분산돼 치료받고 있는 중경상자 14명 가운데 위중한 환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상자 대부분이 살고 있는 경주시 황성동 유림마을은 하룻밤 사이 초상집으로 변하면서 마을 전체가 비통과 슬픔에 잠겼다. 노인들의 사랑방이었던 경로당 유리문도 철제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주민들은 이틀 전만 해도 생생히 들었던 어르신들의 들뜬 목소리가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사'가 되고 말았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마을 주민 허모씨는 "옆집，앞집 골목마다 상가가 가득하다"며 "한 마을에서 벌어진 참사로 상여를 멜 사람조차 없다"고 울먹였다. 경북도와 경주시 사고수습대책본부는 사고 유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이날 경주실내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차량 지원과 제물 준비 등 제반 경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사고버스 회사와 전국전세버스 공제조합 관계자들도 경주시와 사고수습 및 보상을 놓고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조합 가입 차량은 대인배상 때 승객의 수에 상관없이 모두 무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경주시는 사상자의 나이와 직업，성별에 따라 보상 범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보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경주=하인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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