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통일수도는 다시 정할 건가
입력 : 2004.06.21 18:18 33'
▲ 원제무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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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수도 이전 논란
요즘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는 국가정책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심정은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도이전 정책이 비틀거리고 있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국토공간에 대한 비전이 불분명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국토정책에 관한 한 위기라고나 할까. 정치인, 전문가를 비롯한 지도층의 리더십 부재도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첫째, 수도이전은 국토의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계획과 상충된다. 즉, 국토의 미래에 대한 기본골격과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제4차 국토종합개발계획(2000~2020)과 정면으로 충돌된다. 국토공간에 대해 마스터플랜을 세운 국토종합개발계획에 충청권으로의 수도이전이라는 내용은 눈을 비비고 보아도 없다. 정책의 일관성이 크게 무너지는 대목이다.
둘째, 충청권은 수도권과 가깝기 때문에 수도이전은 수도권의 확산과 비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이 겪고 있는 ‘집적의 불이익’을 충청권에 그대로 옮겨놓는 결과를 낳을 것이 뻔하다. 수도권의 외연적 확산은 전 국토의 불균형적인 개발이라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다. 충청권에 급조된 수도로 인해 국토는 파행적인 발전을 겪을 것이 뻔하다.
셋째, 수도이전은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특구개발계획(인천 부산 광양)을 포함한 동북아 허브 구축정책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 국토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대규모 경제자유구역은 수도권, 영남권, 호남권이라는 탄탄한 경제적 배후 지역을 두고 출발한 국책사업인 것이다. 수도이전으로 인해 수도권 등의 경제·금융 등의 기능이 신행정수도로 빠져나간다면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 중인 동북아 허브정책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넷째, 정부가 발표한 수도이전 비용보다 몇 배나 더 큰 사회적 거래비용이 발생된다. 이전에 따른 심적 고통에서부터 이주, 교통, 자녀교육 등에 관한 총체적인 비용은 어마어마한 수준이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들의 서글픔이고 비극이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다섯째, 통일 시에는 통일수도가 필요한데 충청권은 통일수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대통령도 지난 2월 앞으로 남북국가 연합단계를 관리할 ‘통일수도’가 필요하며 그 입지는 판문점이나 개성부근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통일 시에 또 한 번 수도를 옮긴다면, 두 번에 걸친 재정적 부담은 국민들의 어깨에 고스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섯째, 기회비용 측면에서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수도이전비용을 다른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했을 때에 오는 긍정적 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수도이전 비용을 기존도시의 특성을 살려 산·학·연 클러스터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든가,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엔진이 될 만한 첨단기술과 산업에 투자한다든가 하는 대체효과를 의미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2007년에 대통령이 바뀌면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가뜩이나 부족한 국가예산의 상당부분이 녹아날 것과 국민들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수도이전에 대한 틀과 논리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마치 호랑이 잔등에 올라탄 듯 질주하는 정부의 모습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지금 우리는 국민에게 국토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희망을 두고, 갈림길에 선 국토의 운명을 바로잡기 위해 수도이전을 전면 백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원제무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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