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진 具相鎭
정통가족제도수호범국민연합 대표
변호사, 법학박사
국회에는 3개의 가족법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호주와 가(家)제도 폐지, 부성(父姓) 원칙의 파괴, 친양자제 신설 등으로서 서로 비슷하다.
정부안은 입법예고나 공청회도 거치지 않았고 의원안 2개는 국민이 제출 사실조차 잘 알지 못한다.
국회 법사위는 공청회를 하기로 결정하였으나 여당은 그 결정조차 무시한 채 입법을 강행할 태세를 보이고 있고, 국민의 관심은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에 쏠려 있어, 우리의 정통가족문화는 온전한 논의도 없이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가족문화는 한민족의 본질에 관한 사항이다. 호주개념을 매개로 한 가(家)제도와 동성불혼, 부성(父姓)원칙, 제사 등 우리 나라 가족법의 근간을 이룬 원칙들은 수 천 년전부터 이 땅에 뿌리내려온 확고한 전통이다.
헌법재판소는 수도 서울이 헌법사항이어서 그 변경에 헌법개정절차를 요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가족문화는 서울 정도(定都)보다 더 중대한 근본인데 이렇게 파괴하여서는 안 된다.
나아가 가족문화는 자유민주사회의 근간에 관한 문제이다. 이는 지난 날 각국의 공산주의 혁명에서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및 국가의 기원’이라는 책을 성전(聖典)처럼 받들고 최우선 사업으로 공산주의 가족제도로의 개편을 단행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폐지론자들은 호주제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그런 결정을 한 바 없고, 이치로 볼 때 호주제는 위헌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민족의 기초질서이다.
우리 가족문화는 건국 전에 완성된 전헌법적(前憲法的) 존재이고, 헌법은 그 근본체계를 보장하고 권력적으로 개입하지 않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제36조 제1항 : 국가는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한다), 그리고 전문에서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 국민이… 인도(人道), 동포애로서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할 것을 다짐하여… 헌법을 제정, 개정하였다”라고 선언함으로써 가족문화와 이를 토대로 한 민족의식, 인도(人道)가 헌법의 전제질서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가(家)와 가족의 개념을 폐지하여 선후대의 연결을 끊고 가족공동체를 해체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가족생활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또 친양자제 도입으로 친생관계를 조작하여 조상을 바꾸는 것은 인도(人道)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변경은 우리 헌법이 전제로 한 가족문화와 국가사회의 기초를 무너뜨리고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어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이탈리아는 이혼제도를 받아들이기 위하여 2차례나 국민투표를 하였다. 우리 정치인들은 어떻게 국민의 부부, 부모자녀, 선후대, 일가친인척 관계에 관한 수 천 년의 규범을 자신들의 정파적 이해에 매달려 국민투표 수준의 여론수렴도 없이 마음대로 뜯어고치려 하는가?
폐지론자들은 호주제가 호주를 중심으로 가를 구성하고 호적부를 만드는 제도라고 매도하면서, 일제 잔재청산차원에서 폐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호주제 폐지의 본질은 그런 것이 아니라 법률상 가족공동체와 가계계승을 소멸시키는 것, 즉 선후대의 연결과 일가친척 개념을 없애는 것이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주, 호주승계, 가족 등의 용어가 폐지되거나 근본적으로 변경되고, 호적부도 없어진다.
후손에게 그 가(家)의 성을 붙이는 원칙도 없어지며 족보와 종중도 유지될 수 없게 된다. 성과 집안이 소멸되어 선후대 계승과 일가친척간의 유대를 핵심으로 하는 우리의 정통 가족 문화가 총체적으로 파괴되고, 차세대 생육과 인성 교육의 기반이자 일상 생활의 토대인 가정이 붕괴되어 국가사회의 기초에 엄청난 변경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가계계승제도와 가문은 일제 잔재가 아니라 우리의 핵심 정통가족문화이며, 일제는 오히려 우리의 가문전통을 없애려고 창씨개명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폐지론자들은 한편으로는 호주제는 형해만 남아 있어 유지할 이유가 없고 폐지해도 실생활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온갖 가정 문제가 모두 호주제에 기인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국가보안법에 관하여 한편으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도 형법으로 충분한 처벌이 된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보안법의 규제는 해제해야 한다고 하는 것과 같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그 외 폐지론자들이 드는 각종 논거는 대부분 허위이거나 부실하다는 점이 헌법재판소의 호주제관련 심리에서 낱낱이 드러나 있다. 그리고 개정안에는 호적폐지의 대안을 비롯한 필수적인 절차조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일부 정권 관여자들이 이와 같이 부실한 내용의 법안을 일방적 여론조작과 불법 절차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국민은 결연한 투쟁으로 이를 저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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