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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가지 말고 국적만 인정해 달라! [2005-10-20 ]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을 비법월경자로 규정하고 체포 즉시 북한으로 강제송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중국인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북한 여성도 있습니다. 많은 탈북 여성들이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인신매매를 당해 중국인과 강제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전을 위해 가정을 꾸리는 사례도 있습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중국 조선족 남성과 가정을 꾸린 탈북여성 정유정(가명, 28세, 함북 ○○) 씨의 이야기를 전해왔습니다.

▲중국 공안에 끌려가는 탈북여성

정유정 씨는 2000년 2월 국경을 넘었습니다. 당시 ‘중국이 나쁘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일을 나가도 그만한 대가를 쳐주지도 않고 식량을 주지 못해 북한에서 살 수”없었던 정씨는 고민 끝에 탈북을 결심하게 됩니다. 20대 초반, 한창 꿈 많은 나이에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낯선 땅, 합법적인 신분을 갖지 못한 정씨는 중국 공안의 단속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가정을 꾸려도 자식을 낳아도 체포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정유정) “처음에는 건너와서 남편 얻어 가지고 자식 낳고 생활하면 그래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 말입니다. 맨 날 뭐 붙잡는다 그러지, 내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몇 번씩 붙잡혀가고, 붙잡혀 갔다고 건너 온 사람도 많아요.”

정유정 씨는 주위 사람들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 최영준(가명, 37세, 조선족)를 만나 2달 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처음에는 무섭기도 했지만 좋은 사람 같았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정씨는 말합니다. 그리고 5년의 시간이 흘렀고 5살 된 남자 아이도 생겼습니다.

아이 유치원비에 생활비를 대기에는 남편의 월급만으론 빠듯하다고 합니다. 정유정 씨는 남편을 돕고 싶어하지만 밖으로 나가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남편 또한 아내가 걱정돼 돈벌이가 되는 일이 생겨도 먼 곳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특히 최영준 씨는 지난해 4월 아내가 공안에 체포된 이후부터는 불안감이 더 심해졌습니다. 2004년 4월 생활이 어려워지자 최영준 씨는 연길로 돈벌이를 하러 나갔습니다. 정유정 씨 또한 돈을 벌기 위해 일 자리를 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씨는 얼마 나가지도 못하고 중국 공안에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함께 일하던 탈북 남성들이 외출을 했다가 공안에 붙잡혔고 심문 과정에서 다른 탈북자들의 존재가 드러난 것입니다.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체포된 정씨는 “나 없으면 아이는 어떻게 하냐”는 생각에 눈물을 쏟았습니다.

정) “잡혀가면 아이 놓친다. 나도 고생하겠지만은 아이는 나그네(남편) 혼자서 어떻게 데리고, 뭐 집에 시아버지 시어머니 다 없거든 다 상처나고. 그러니까 혼자서 어떻게 의탁할 데도 없고 혼자서 밥해서 아이를 먹이고 쌍발(일을)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다행히 정유정씨는 남편이 손을 써서 벌금을 물고 1주일 만에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한국행 생각을 하지 않았던 정씨는 가다가 어떤 일이 생겨도 “한국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언제 끌려갈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더는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북한으로 끌려갈 경우를 늘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의 양육을 위해서도 한국으로 가 돈을 벌어 가족들을 데려 오거나,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아이에게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한국행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정) “내가 한국 가겠다 딱 결정했거든요. 작년에 잡혀가지고.. 원래는 갈 생각 안 했어요. 아이 있지 남편 있지 하니까 갈 생각 안했어요. 그런데 아니 되겠다. 잡힌 다음 달부터 내가 생각한 게...”

아내의 이 말에 최영준 씨는 “무엇보다 아이가 걱정”이라며 자신이 일을 나가면 아이를 누가 돌보겠느냐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내가 국적이 없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을 합니다. 정유정 씨에 따르면 남편은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다가 가겠으면 가라”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운동본부 관계자가 최영준 씨에게 장래 아이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느냐고 질문을 하자 최씨는 “교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최영준) “교원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많은 아이들을 더 배워주고 (아이들) 곤란한 점 더 생각해서 아이들을 더 많인 학습 더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아내가 언제 체포될지 몰라 일터에 나가서도 늘 불안감을 갖고 있고 아이의 호적을 올리지 못해 학교에 보내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최영준 씨는 아내와의 결혼 생활을 후회해 본적은 없다고 합니다.

최) “후회는 못해봤어요. 왜그러냐면 살면서 서로 아끼고 우리 어머니도 돌아가실 때도 돌봐주고 아끼고 하니까 아이도 많이 고와하고 그러니까 저는 그런 것 후회 못해 봤어요.”

같은 질문에 정유정 씨는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까”하는 생각밖에 없다면서 “서로 노력하면서 살려해도 되지 않으니까 앞으로 중국의 정책이나 아무 정책이나 잘 돼서 호적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정) “서로 노력하면서 하재도 아니 되니까 앞으로 어떻게 중국의 정책이나 아무 정책이나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탈북자라는 이유 때문에 떳떳하게 일을 하지 못하거나 일자리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감수해야 하고, 중국인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지만 호적에도 올리지 못해 정상적으로 학교에 보낼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정유정 씨, 그녀는 오늘도 언제 체포될 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에게 합법적인 지위를 인정해주고 처벌받을 것이 분명한 북한으로의 강제송환을 중지한다면 정유정 씨와 같은 탈북여성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김민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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