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이나 질질 끄는데서 미국의 초조와 답답함이 상당한가 보다.

엊그제 술자리 대화 중에 대이란 제재에 대한 말다툼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딴에는 머리 쓴다는 자들마다 하는 말이 천편일률적이다.

“이란에 우리가 수주해놓은 막대한 건설공사를 고려하여 미국의 입장을 어느 정도까지만 들어주되, 우리의 실리도 챙겨야 한다”는 식이다.

즉, 남들끼리 싸우게 놔두고(이이제이:以夷制夷) 우리는 실리만 챙겨야(어부지리:漁父之利) 한다는 소리다.

참으로 답답한 우리의 국민성이요, 참으로 형편없이 얕은 전략이다.

필자가 반발하며 이란제재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이이제이(以夷制夷)는 자신이 강자일 때 조정자로서 써먹을 수 있는 전술이다.

즉, A와 B가 싸울 때 약한 쪽에다 은근히 지원하여 서로 비등하게 싸우도록 하여 전력을 소진시켜야 조정자로서 이이제이가 먹힌다는 것이지, 자신이 약자이면, A와 B 중 승자가 패자의 군대와 물자까지 인수하여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둘째, 어부지리(漁父之利)는 확률상 극히 드문 희귀현상이다.

황새 주둥이를 조개가 물어서 싸우는 것을 보고 어부가 둘 다 잡았다고 하는데, 지극히 발생가능성이 낮다.

대부분의 황새는 조개를 먹는데 성공한다. 그러므로 황새의 주둥이가 조개에게 물리는 게 신기하였던 것이다.

즉, 제3자가 어부지리를 얻도록 허용할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셋째, 이이제이(以夷制夷), 어부지리(漁父之利)는 비유교권에서 보면 ‘이간질’, ‘얌체짓’으로 눈에 쉽게 띄는데 괜히 고사성어로 쓰니까 대단한 전법인 것 같이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일 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속담과 오십보백보인 것이다.

한마디로 당사자가 책임은 회피하려고 당사자 아닌 척하면서 이익은 챙기려고 당사자인 척하는 아주 비겁하고 얍삽한 발상에서 나온 잔꾀이므로, 남들 눈에도 쉽게 띄는 데도 이를 대단한 전략인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이란에서 수주한 각종 공사는 규모가 크다고 해도 한미동맹의 가치에 비하면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건설공사 금액이라는 것이 대부분 수 년 간에 걸쳐 지급받을 연불총액을 뜻하므로, 연간지급 금액은 우리의 경제규모에 비하여 그리 큰 규모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섯째, 이란 제재에 참여하는 다른 나라는 우리보다 바보라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가령 중-러 같은 적대세력에게 질시 받아가며 아프간 내전, 이란 제재 등에 피 흘리며 참가한 나라들이 사태평정 후에 참가하지 않은 나라에 발언권 주고 이권 챙기기에 끼워줄 바보들이 아닌 것이다.

분쟁만 생기면 당사자 자격을 포기하다보면 스스로 주연 자리, 사냥꾼 자격을 내놓은 것과 같다.

중-러가 이미 이란 편에 붙은 이 판국에 중립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 그들에게 사전 항복하여 사냥감으로 전락되어 감을 의미한다.

이래도 이란 제재에 불참할 텐가?

덤으로 프랑스 르몽드紙가 “남북한 대립의 본질은 미ㆍ중간 다툼”이라고 언급했다고 대서특필하고 있는데, 미중간의 다툼이 있기 전부터 김일성-김정일과 남한 내 반역세력 때문에 늘상 빚어온 현상을 이제야 발견하고는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착각하여 떠벌이는, 한마디로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 지껄여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 정도로 우리의 근성은 위험의 스스로 당사자가 되기 싫어서 남이 하는 소리도 꼭 스스로 김빠지는 성향에 맞는 소리만 나오면 대단한 근거라도 있는 것으로 숭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공짜ㆍ노예근성을 합리화하는데 적합한 고상한 논거가 이이제이(以夷制夷)와 어부지리(漁父之利)였던 셈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