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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2만명 시대 '눈앞에'
지원금, 브로커에 뜯기고 여성들은 성(性)매매 나서기도 59% "난 여전히 북한 사람"

탈북자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이 8일로 문을 연 지 10년을 맞는다. 개원 직전 해인 1998년까지 총 947명이던 국내 입국 탈북자 수는 매년 10% 이상 증가하더니 올해 6월 말 현재 1만6513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연간 입국자가 3000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내년이면 '탈북자 2만명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의 58.4%가 자신을 여전히 '북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반면 '남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6.3%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북지원단체인 '새롭고 하나 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탈북자 255명 설문조사 결과다. 상당수 탈북자가 남한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여전히 겉돌고 있다는 뜻이다.

◆직업 안정성이 가장 큰 문제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하나원에서 3개월간 사회적응 훈련을 받은 뒤 임대아파트(주거지원금 1300만원 상당)와 정착지원금 600만원을 받는다. 직업훈련 장려금과 자격취득 장려금 등도 지원된다. 탈북자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민관(民官)이 함께 돕는 '하나센터'도 올해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부천·포천시, 대구시 등 4곳에 설립됐다.

이런 행정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이 여전히 '남한 내 북한 사람'에 머물고 있는데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사회·문화적 적응도 어렵지만 남한에서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한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탈북자의 무직(無職) 비율은 2000년 57.5%에서 2007년 32.1%로 줄었지만(한반도평화연구원 자료), 일용직이 42.6%를 차지하는(북한인권정보센터 자료) 등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일용직 근로자 비율은 9.2% 정도다. "국내 취업 탈북자의 평균 근로 소득액은 93만7000원"(북한인권정보센터)이라고 한다. 최저임금 수준이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재중 동포(조선족)들이 국내 저임금 노동시장을 많이 차지하자 일부 탈북자들은 놀면서 정부 지원금에만 의존해 살려고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직업이 없어도 1인당 최저생계비조로 40여만원을 준다"며 "막노동을 해봐야 한 달에 100만원을 벌기도 힘드니까 정부지원금에 아르바이트만 조금 하려 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특히 건강보험의 경우 직업이 없으면 보험료를 안내도 무료 진료 혜택이 많은 '의료보호 1종'에 가입되지만, 직업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은 일반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탈북 과정에서 잠재됐던 중병이 나타날까 불안한 탈북자 중에는 의료보호 1종 혜택을 받으려고 취직을 안 하는 사례도 있다"(한나라당 정진석 의원실)는 것이다.

▲ 지난해 8월 한 집회에서 울고 있는 탈북 여성.

◆하나원 이후 교육이 중요

탈북자들의 '민원(民願)'도 적지 않다. 3년 전 탈북한 A씨는 "정착지원금으로 600만원을 받았지만 브로커 비용으로 다 주고 빈손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했다"며 지원금 규모에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여성들은 브로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02년부터 남성보다 많아진 여성 탈북자는 작년에 78%를 차지했다. "자녀 학원비를 보조해 달라" "취업할 때 병역미필자가 되는데 말이 안 된다" "공공 근로라도 우선 연결시켜 달라"는 등의 요구도 통일부에 접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원 이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는 "하나원의 탈북자들은 하루빨리 나가고 싶은 욕구 때문에 교육에 흥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하나원의 이론 교육보다는 직업 현장에서 실습 위주의 교육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적성이 뭔지도 모르는 탈북자들을 위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탈북 청소년 중에는 '이성 친구가 탈북자란 사실을 알고는 전화도 받지 않는다'며 침울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탈북자를 딴 나라 사람처럼 여기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이영환 북한인권시민연합 팀장)란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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