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차떼기 작전의혹 메모' 공개... 한강둔치서 봉고차로 옮겨
한나라당이 불법 대선자금을 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모금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관련자 진술을 조작 시도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메모가 공개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측이 이 메모를 직접 작성했고 그 뒤 '차떼기'의 조직적 은폐가 진행됐다면, 공당으로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16일자 1면 머리기사로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법률고문이었던 서정우 변호사가 지난 대선 직전 LG로부터 150억원을 '차떼기'로 넘겨받은 것에 대해 '단독' 실행을 주장했으나 검찰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경향>이 15일 입수한 메모는 한나라당측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A4용지 반장 크기이며 볼펜으로 급하게 써내려간 필체로 돼 있다. 메모에는 지난 6일 검거된 박아무개 전 한나라당 재정국 차장에게 '차떼기' 과정에 대해 허위진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담겨있다.
메모는 서 변호사가 지난 2002년 11월 22일 LG측으로부터 150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만남의 광장에서 2.5t 화물탑차로 넘겨받는 과정이 실제상황인 'A' 내용과 허위진술인 'B'로 나뉘어 적혀있다. 이 두가지안 중에 박아무개 재정국 차장이 어떤 진술을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실제상황인 A안의 내용은 만남의 광장에서 재정국 간부들가 150억원이 실린 2.5t 화물탑차를 끌고 '한강 둔치'로 이동했고,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봉고차 2대에 돈상자를 옮겨 싣고 한나라당사 지하주차장으로 와서 재정국 사무실 등에 옮긴 것으로 나와 있다. 작업 시간도 새벽 2∼3시다.
반면 B안의 내용은 재정국 간부들이 LG측에게서 만남의 광장에서 건네받아 2.5t 화물탑차를 곧바로 당사 앞으로 와서 하역작업을 했고, 돈상자 63개를 재정위원장실 등에 옮긴 시간도 밤 12∼1시인 것으로 진술토록 돼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재정국 간부들이 LG로부터 돈이 실린 탑차를 갔고와서 당사 지하주차장에서 작업하려 했지만 탑차가 들어가지 않았다"며 "급히 탑차를 한강 둔치로 옮겼고 봉고차 2대를 렌트해 싣고서 당사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서 변호사가 직접 운전해서 돈을 옮겼다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 "운전을 한 사람은 서 변호사가 아니고 사무처 직원"이라며 "서 변호사가 아래 직원들까지 다치치 않게 하려고 자기가 다했다고 한다"고 알렸다.
검찰조사에서 박아무개 재정국 차장은 지시 내용대로 허위진술을 했으나, 검찰의 추궁이 계속되자 사실대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메모에는 LG 150억원 '차떼기'에 대한 전반 과정에서 서정우 변호사뿐만 아니라 '공/봉/박'이란 표기가 수차례 적혀 있다. 이는 당시 재정국 실무 간부진들인 공호식씨와 봉종근씨, 박아무개씨 등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또 메모에 적힌 B안의 내용을 박씨뿐만 아니라 도주·잠적 중인 공호식씨와 봉종근씨에게도, 이철웅 재정국장을 통해 전달해 주지시킨 것으로 적혀있다.
만약 <경향>이 입수한 메모가 한나라당측에서 관련자들의 진술을 조작하려 한 의도로 작성된 것이라면, '차떼기' 충격에 이어 '진술 조작 및 은폐'의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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