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사립고의 높은 문턱
이른바 명문대 합격생의 다수가 서울 강남 등 특정지역 거주자와 고소득 전문직 등 특정계층의 자제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교육이 사회통합의 기제로 기능하기보다는 부와 기득권의 세습, 계층간 위화감 확대에 복무하고 있는 이같은 ‘한국적 현실’은 최근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 속에서 더욱 고착·심화되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학생들이 일반 사립고 학생들에 비해 학교생활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입시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는 데다 저소득층 자제들이 다니기에는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교육부의 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자사고 학생들은 각종 학력경시대회 수상과 자격증 취득 등의 분야에서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뛰어난 실적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최고 연간 1천6백만원에 이르는 지나치게 비싼 등록금과 성적우수자 위주의 장학금 지급, 높은 사교육 비율 등으로 인해 세간의 ‘귀족학교’라는 인식을 거듭 확인케 했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평준화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믿지만 이 제도 아래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안의 하나로서 자사고의 존재와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우선 신중한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자사고를 설립하려 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자제돼야 한다. 최근 서울시를 비롯해 몇몇 지자체들이 자사고 설립을 경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자사고 설립이 필요하다면 관련 전문가들과 지역주민들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되 그 숫자는 최소한이 돼야 한다. 자사고 설립이 ‘우후죽순’ 식으로 진행된다면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평준화의 근간도 훼손할 수 있다.
자사고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도 고려함직하다. 지금처럼 등록금이 비싸고 장학금 비율이 낮은 상태에서 자사고는 저소득층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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