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북 바닷가에 수십년동안 지적장애인들에게 강제로 일을 시키고 임금도 주지 않는 ‘노예섬’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지역 양식장은 힘든 일에 비해 보수가 낮고 생활 환경도 열악해 일하려는 정상인들이 기피하는 탓에 지적장애인들을 유인해 수십 년간 강제노역을 시키던 악덕 업주가 해경에 적발됐다.


해경은 이같은 착취구조가 전남·전북지역 섬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9일 대를 이어 30년 간 지적장애인 수십명을 외딴 섬 양식장 등지에 팔아넘기거나 어선 등에 강제로 태워 노예처럼 부리고 임금을 착취한 이모(47)씨 등 일당 6명을 약취·유인등 혐의로 검거했다. 해경은 이 중 이씨를 구속하고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은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선박과 낙도 등지의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 일제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해경청 광역수사팀에 따르면 총책, 모집책, 관리책, 성매매알선책으로 업무를 조직적으로 분담한 이씨 일당은 군산시 소재에 한 여관을 운영하면서 지적장애인과 길거리 노숙자 등을 상대로 “먹여주고 재워주며 돈도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유인했다.


이씨 등은 이렇게 찾아온 이들을 군산은 물론 목포, 신안 등 전남지역의 고기잡이 배와 외딴 섬 등지에서 강제로 일하게 한 뒤 30년 간 수억원의 임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알선책 이모(53)씨는 이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해 주고 화대 등의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구속된 이씨는 사망한 자신의 어머니가 관리했던 지적장애인 100여 명 중 작업이 가능한 70여명을 목포나 신안 등지의 선박과 섬 등에 팔아넘기고 지적수준이 낮고 주거지가 없는 30여 명을 노예처럼 부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 일당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지적장애인 가운데 19살에 붙잡혀 30여 년간 임금을 받지 못한 은모(47)씨와 4년간 강제노역을 한 최모(46)씨 등의 사회적응연령은 모두 10세 미만이었다.


이들은 임금을 떼이는 것은 물론 작업 중 부상을 당해 수협 등에서 나온 보상금도 받지 못했으며, 이씨 등은 이들 명의로 사망과 부상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보험금 수령자를 자신의 아들로 해두는 치밀함까지 보였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윤현석 기자

/전북취재본부=박금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