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지방법원 부장판사의 가족 계좌에 해외 원정 도박 사건으로 기소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발행한 100만원권 수표 5~6장이 입금된 사실이 검찰에 의해 확인됐다. 검찰은 이 돈을 성형외과 원장 이모씨가 정운호씨에게서 받아 부장판사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운호씨, 이씨, 부장판사 세 사람은 해외여행을 함께 가디도 했다.

문제의 부장판사는 "이씨로부터 부의금을 받은 적은 있으나 그때 받은 수표가 정씨에게서 나온 돈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이 원장이 전화를 걸어와 '정운호씨 재판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했으나 거절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정씨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보석을 받아내려고 로비를 펼칠 때였다.

이 부장판사는 검찰이 증거를 확보한 수표 입금과 해외여행 사실까지만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수표를 부의금으로 받았다는 주장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부의금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되돌려주었을 것이다. 부장판사는 그 수표를 가족 계좌로 집어넣고는 '청탁을 거절했다'고 주장하지만 믿기 어렵다.

수원지법은 지난 12일 업자 세 명으로부터 부의 금 500만원 1건, 100만원 2건을 받은 수원시 3급 공무원에 대해 뇌물죄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런 판결을 내리면서 법관이 업자로부터 '부의금'이라고 주장하는 수백만원을 받았다면 국민은 그런 판사를 어떻게 보겠는가. 검찰은 부장판사의 비리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대법원이 부장판사의 '수백만원 부의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