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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부지역서 피살·피습 5건 '공포의 나날'

여성을 상대로 한 연쇄 살인과 살인 미수사건이 일어나 서울 서남부지역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수사본부와 전담반을 구성한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 소재가 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22일 구로구 고척동에서 시작된 살인사건은 지난달 9일 동작구 대방동과 13일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반복됐다. 고척동·대방동 사건의 희생자는 여대생, 대림동 사건의 희생자는 중국동포 여성이었다. 1월 30일 구로구 구로3동에서 발생한 살인 미수사건의 피해자는 40대 초반 여성. 2월 26일 관악구 신림4동 살인 미수사건의 피해자는 방학을 맞아 학원 수강을 위해 상경한 여고생이었다.

8일 경찰과 이 일대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구로·동작·영등포구 일대 주민들은 현재 자체적인 방범활동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관악구 모 여고 김모 교사는 8일 “좋지 않은 소문이 이어지고 있어 방심하지 말라는 뜻으로 가정통신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통신문에는 ‘혼자 다니지 말고 여럿이 함께 움직일 것’ ‘밤늦은 경우 가급적 학부모가 자녀를 데리러 올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여학생들 사이에는 사건과 관련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모 버스 노선을 따라 살인 사건이 잇따랐다’거나 ‘목요일에는 하얀 옷을 입지 말라’는 등 괴소문이 그것이다. 회사원 최모(여·27·관악구 신림동)씨는 “요즘은 조금만 늦어도 일부러 집 앞까지 택시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43)씨는 “흉흉한 소문이 돌아 괜히 집값만 떨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로서 관계자는 소문처럼 피해자들이 모두 흰색 옷을 입거나 특정 요일에 변을 당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희생자 3명은 모두 흉기에 찔려 숨졌으나 범죄수법으로 미루어 볼 때 동일범의 소행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판 살인의 추억’은 근거없는 억측”이라고 말했다. 남부서 관계자도 “관내 사건은 원한과 치정에 의한 준비된 복수극일 가능성이 높다”며 동일인의 연쇄 살인 가능성을 부인했다.

구로서는 대림2동 치안센터에 수사본부를 마련하고, 5개 반과 지구대 인원 등 100여명을 수사에 투입했다. 남부·노량진서는 전담반을 구성했고, 관악·강서·양천서 등도 공조 수사에 나섰다. 200~300여명이 범인 검거에 나선 셈이다. 경찰은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취약시간 동안 사건 발생 지점을 중심으로 집중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채성진기자 [email protected] )

이용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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